수익은 금융사로, 위험은 개인에게
홈플러스 생명줄이던 유동화 채권, 손실은 개인 몫
카드사·SPC·증권사 거치며 위험 이전 … 최종 부담은 개인
롯데카드 거래 1년 새 6배 급증 … 유동성 유지 핵심 통로
홈플러스 기업회생 사태 핵심에는 기업 유동성 위기를 시장으로 이전한 복잡한 금융 구조가 있었다는 지적이 나온다. 금융권 일각에서는 홈플러스가 구매전용카드와 유동화 전단채(ABSTB) 구조를 통해 단기 유동성을 유지하는 동안 실제 위험은 개인 투자자들에게 넘어간 대표적 ‘위험 이전형 금융구조’라는 비판도 제기된다.
13일 금융권과 유통업계 등에 따르면 홈플러스 자금 압박 배경에는 MBK파트너스의 차입매수(LBO) 구조에 따른 금융비용 부담이 거론된다. MBK는 2015년 홈플러스를 인수하면서 상당 부분을 차입으로 조달했고 이후 금융비용 부담이 홈플러스에 집중됐다는 지적을 받아 왔다. 업계에서는 대형마트 업황 부진과 온라인 유통 경쟁 심화까지 겹치며 현금 압박이 커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런 상황에서 홈플러스는 기업구매전용카드를 활용해 운영자금을 확보해 왔다. 카드사가 납품업체 물품대금을 먼저 지급하고 이후 홈플러스가 일정 기간 뒤 카드사에 상환하는 구조다. 외부 차입 대신 단기 현금을 확보할 수 있어 유동성 유지 수단으로 활용됐다는 것이다.
◆MBK 계열 롯데카드, 논란 중심 등장 = 문제는 이 구조가 확대되는 과정에서 MBK파트너스가 대주주인 롯데카드 비중이 커졌다는 점이다. 국회 이인영 의원(더불어민주당)이 금융감독원과 카드사 자료 등을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홈플러스의 기업구매전용카드 이용액은 2022년 약 5926억원에서 2023년 1조728억원, 2024년에는 1조7144억원까지 증가했다.
카드사별 흐름도 차이를 보였다. 현대카드는 2023년 약 8210억원, 2024년 약 7992억원 수준으로 비슷한 규모를 유지했고 신한카드는 감소세를 보였다. 반면 롯데카드 이용 규모는 2023년 약 1264억원에서 2024년 약 7953억원으로 1년 새 6배 이상 급증했다.
금융권에서는 홈플러스 재무 부담이 커지는 상황에서도 롯데카드 거래가 급격히 확대된 배경에 주목한다. 일반적으로 기업 신용위험이 높아질 경우 카드사들은 한도를 축소하거나 보수적으로 대응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홈플러스 거래는 오히려 확대 흐름을 보였다는 점에서 시장에서는 “왜 유독 롯데카드 거래만 늘었느냐”는 의문도 나온다.
다만 롯데카드측은 홈플러스 거래가 일반적인 기업금융·카드 영업 과정에서 이뤄진 것으로 특혜나 위법 행위는 없었다는 입장이다.
◆카드채권에서 전단채로 이어진 흐름 = 특히 해당 카드대금채권이 이후 ABSTB 발행 기초자산으로 활용됐다는 점에서 금융권에서는 롯데카드 거래 확대 자체를 단순 카드영업 차원이 아니라 유동화 확대 흐름으로 보고 있다.
이후 위험은 유동화 구조를 통해 개인 투자자들에게 넘어갔다. 카드사는 홈플러스 카드대금채권을 기반으로 SPC인 ‘에스와이플러스제일차’와 ‘에스와이플러스제이차’ 등과 참가계약을 체결했다. 일반적인 자산유동화처럼 채권 자체를 넘기는 방식이 아니라 해당 채권에서 발생하는 현금흐름만 SPC에 이전하는 방식이다.
SPC는 이를 기초로 ABSTB를 발행했고 신영증권 등이 이를 총액 인수한 뒤 리테일 증권사를 통해 개인들에게 판매했다.
◆규제완화로 커진 유동화시장 = 금융권에서는 최근 몇 년간 유동화시장 확대와 리테일 판매 증가 속에서 이런 구조가 빠르게 커졌다고 본다. 금융당국은 시장 활성화와 기업 자금조달 확대를 이유로 규제를 단계적으로 완화해 왔다.
특히 2024년 1월 시행된 개정 자산유동화법 체계에서는 기업구매카드 유동화증권이 ‘5% 위험보유 규제’ 예외 대상으로 포함되면서 시장 확대 속도가 빨라졌다는 분석도 나온다. 위험보유 규제는 유동화 상품을 설계·판매하는 금융기관이 일정 수준 위험을 직접 보유하도록 한 장치다. 금융권에서는 해당 규제가 완화되면서 상대적으로 손실 부담이 시장으로 더 이전됐다는 시각도 나온다.
문제는 카드채권 유동화 과정에서 활용된 참가계약 방식이 기존 자산유동화 규제 체계 바깥에서 빠르게 확대됐다는 점이다. 채권 자체가 아니라 현금흐름만 이전하는 형태여서 투자자들이 실제 손실 가능성을 충분히 이해하기 어려웠다는 지적도 나온다. 금융권에서는 시장 활성화와 자금조달 확대 논리가 앞서면서 개인 투자자 보호 장치는 충분히 마련되지 못했다는 비판도 제기된다.
◆회생신청 직전까지 이어진 판매 = 유동화가 확대되면서 이를 설계·유통한 증권사 역할에도 관심이 쏠린다. 신영증권은 SPC 설립과 ABSTB 총액 인수, 리테일 유통 전반에 관여한 핵심 주관사로 알려져 있다. 금융투자업계에서는 설계와 유통 전반에 관여한 만큼 판매 과정 책임론도 함께 제기된다. 일부 투자자들 사이에서는 상품 구조와 실제 손실 가능성에 대한 설명이 충분했는지를 둘러싸고 불완전판매 논란도 제기된다.
하지만 시장은 회생 신청 직전까지도 비교적 정상적으로 움직였다. 투자자 상당수는 이를 상대적으로 안전한 단기상품으로 인식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일부 투자자들은 “카드채권 기반 단기상품이라 비교적 안전한 줄 알았다”는 반응도 보였다.
특히 회생신청 직전까지도 단기채 발행이 이어졌다는 점에서 투자자들이 사실상 손실 가능성을 피할 시간 자체가 부족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홈플러스는 회생신청 직전 한 달 동안에도 약 1518억원 규모 ABSTB를 추가 발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신용평가와 한국기업평가는 지난해 2월 28일 홈플러스 신용등급을 ‘A3’에서 ‘A3-’로 하향 조정했다. 그러나 불과 나흘 뒤인 3월 4일 홈플러스는 기업회생절차를 신청했고 이후 관련 단기채 신용등급은 ‘D’로 추락했다.
회생절차 직후 부실은 현실화됐다. 한국기업평가는 에스와이플러스제일차가 발행한 3739억원 규모 ABSTB 신용등급을 C(sf)에서 D(sf)로 하향 조정했다. 만기가 도래한 ABSTB가 미상환되면서 사실상 지급불능 상태로 판단한 것이다.
◆‘우리도 피해자’ 판매주관사 신영증권 외면 = 특히 유동화 과정에서 손실 부담 순서가 금융기관 중심으로 설계됐다는 지적도 나온다. 카드사들은 정상 상환 과정에서는 수수료와 원금을 우선 회수할 수 있었고 참가계약상 비소구(non-recourse) 방식으로 회생 신청 이후 별도 상환 책임도 제한받는다.
참가계약상 비소구 방식은 홈플러스가 상환하지 못할 경우 카드사가 투자자 손실까지 직접 책임지지 않는 형태다. 반면 투자자들은 회생 이후 직접적인 회수 권한 행사도 쉽지 않은 구조라는 분석이 나온다.
논란은 채무 성격에서도 이어진다. 홈플러스는 회생절차 개시 이후 협력업체 물품대금 등 상거래채무는 정상 지급했지만 ABSTB 투자자들에 대한 금융채무는 동결했다.
금융권 일각에서는 같은 물품대금 기반 채권이 유동화 과정을 거치며 금융상품으로 바뀌었고 결국 개인 투자자들만 상환 중단 부담을 떠안게 됐다는 지적도 나온다.
결국 홈플러스 유동성 위기는 카드사·SPC·증권사를 거치며 단계적으로 시장으로 이전됐고 가장 마지막 단계에 있던 투자자들이 손실을 떠안게 됐다는 비판이 나온다.
실제 피해자들 가운데는 퇴직금과 전세보증금, 노후 생활비 등을 투자한 사례도 적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피해자들 사이에서는 “안전한 단기상품으로 알고 투자했는데 사실상 위험 구조를 제대로 이해하기 어려웠다”는 반응도 나온다.
60대 투자자 C씨는 “카드채권 기반 단기상품이고 신용등급도 유지되고 있다는 설명을 믿고 퇴직금까지 넣었다”며 “며칠 전까지 정상 판매되던 상품이 갑자기 상환이 막힐 줄은 상상도 못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신영증권은 공식적으로 불완전판매 가능성과 선지급에 선을 긋는다. 상품에 대해 충분히 설명하고 위험성도 경고했다는 주장이다. 또 자신들도 홈플러스로부터 재무 관련 허위 정보를 받았다는 점도 강조하고 있다.
이의환 홈플러스 전단채피해자 비상대책위원회 집행위원장은 “문제의 본질은 단순히 홈플러스가 무너졌다는 게 아니다”라며 “누가 위험을 알고 있었고 누가 그 위험을 포장했으며 누가 그 위험을 투자자에게 넘겼는지가 핵심”이라고 말했다.
장세풍 기자 spjang@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