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의 눈

날아오르는 주가, 더 팍팍해진 서민 삶

2026-05-14 13:00:00 게재

코스피 8000 시대가 눈 앞에 다가왔다. 증권가는 연일 낙관론을 쏟아낸다. 백화점 명품관은 자산가 소비로 북적이고 고급 시계와 주얼리는 없어서 못 판다는 이야기도 들린다. 하지만 정작 거리의 체감경기는 정반대다. 식당과 카페, 주점 사장들은 “사람들이 돈을 안 쓴다”고 하소연한다. 서민들이 느끼는 현실은 주가 그래프와 너무 멀리 떨어져 있다.

최근 유통업계 실적은 한국 소비의 민낯을 그대로 보여준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올해 3월 백화점 매출은 전년대비 14.7% 증가했다. 명품뿐 아니라 패션·잡화·가전까지 고르게 팔렸다. 실제 주요 백화점 점포의 월별 매출 증가율은 20~30%대에 달할 정도다. 증시상승에 따른 ‘부의 효과’가 고가소비로 이어지는 전형적인 모습이다.

반면 같은 시기 대형마트 매출은 15.2% 감소했고, 기업형 슈퍼마켓(SSM)도 8.6% 줄었다. 편의점 성장률 역시 2%대에 머물렀다. 경기불황기에 강해야 할 필수 소비채널들이 오히려 흔들리고 있다. 소비가 줄어든 것이 아니라 양극화되고 있는 것이다.

요즘 소비자는 수백만원짜리 명품 가방에는 과감하게 돈을 쓰면서도 마트에서는 1000원 할인 상품을 찾는다. 다이소와 초저가 플랫폼이 성장하는 배경이기도 하다. 서민들에게 장바구니 물가는 감당하기 힘들어졌고 외식비는 이미 부담스러운 수준이 됐다.

현장 분위기는 더 냉랭하다. 커피 한잔도 아끼고 술자리 역시 눈에 띄게 줄었다. 특히 중소형 식당과 개인카페 동네주점은 매출 감소를 체감하고 있다.

외국인 관광특수를 기대했던 숙박업계도 상황은 녹록지 않다. 외국인 민박업의 최근 예약률이 급격히 떨어졌다고 한다. 중동전쟁 이후 국제유가가 상승하면서 항공료 부담이 커졌고 이는 관광 수요 감소로 이어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실제 일부 숙소는 5월 이후 예약이 눈에 띄게 줄었다.

결국 지금 한국 경제는 숫자와 현실이 따로 움직이고 있다. 반도체 호황으로 경제지표는 좋아 보인다. 백화점과 명품 시장은 호황이다. 하지만 그 온기가 골목상권과 서민 경제까지 내려오지 않는다. ‘K자형 소비’가 더욱 뚜렷해지고 있다.

문제는 이런 흐름이 일시적 현상이 아니라는 점이다. 금융자산을 가진 계층은 주식상승으로 소비를 확대하지만 월급만으로 생활하는 계층은 물가상승을 버티기조차 어렵다. “세금 빼면 월급은 그대로인데 장보기가 무섭다”는 말이 괜히 나오는 것이 아니다.

주가지수 8000은 상징적 숫자일 뿐이다. 백화점 명품 매출만 늘고 골목상권과 자영업자가 무너지는 구조라면 ‘반쪽 경기회복’에 불과하다. 경제는 결국 순환이 중요하다. 한국 경제의 가장 큰 경고음은 어쩌면 바로 골목의 적막함인지도 모른다.

정석용 산업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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