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판소원 ‘4심제’ 다시 고개드나
헌재, 대법 ‘법률해석’ 두고 본안 심리 2·3호 회부
도시정비법·형사소송법 등…재판 취소 여부 주목
헌법재판소가 법원의 확정판결을 취소할지 판단할 재판소원 본안 심리 대상으로 대법원의 ‘법률해석’을 다시 따지는 사건을 잇달아 선정하면서 ‘4심제’ 우려가 다시 고개를 들지 주목된다.
14일 법조계에 따르면 헌법재판소(소장 김상환)는 지난 12일 서울 영등포구의 A주택재건축정비사업조합과 김영수 변호사(법무법인 대륜)가 각각 법원을 상대로 청구한 재판취소 사건 등 2건을 전원재판부에 회부했다. 지난달 28일 제약사 녹십자의 ‘백신 입찰 담합 과징금’ 사건을 재판소원 ‘1호 사건’으로 지정한 지 2주 만이다.
이날 사전심사를 통과한 재판소원 2건 모두 청구인측은 ‘법원이 법률을 위헌적으로 해석해 기본권이 침해됐다’고 주장했다.
A재건축조합은 2017년 서울시 및 영등포구와 토지 매매계약을 맺고 매매대금을 지급했는데, 이후 ‘해당 토지는 무상양도 대상이므로 유상으로 매매한 계약은 무효’라며 서울시 등을 상대로 부당이득(약 94억원)반환 소송을 제기했다. 이 사건은 이후 대법원 파기환송을 거쳐 3월 7일 서울고법에서 조합의 패소로 판결이 확정됐다.
재건축조합 사건의 쟁점은 ‘정비기반시설의 무상 양도’에 관한 옛 도시정비법 조항을 대법원이 지나치게 제한적으로 해석해 조합의 평등권과 재산권 등 기본권을 침해했는지다. 법 조항의 문언에만 충실해 ‘사실상 도로’ 무상양도를 공공에만 인정하고 민간에는 인정하지 않은 해석이 평등권을 침해했는지가 핵심 쟁점이 될 전망이다.
조합은 ‘공유재산 중 일반인의 교통을 위해 제공되고 있는 부지는 공공 사업시행자에게 무상으로 귀속된다’고 정한 구 도시정비법 65조 1항 2문이 민간 사업시행자에 관한 같은 조 2항에도 적용되는 것으로 해석돼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러면서 “법원 판결들이 해당 법률을 위헌적으로 해석해 청구인의 평등권, 재산권, 재판청구권 등을 침해했다”며 재판소원을 냈다. 이 사건은 법무법인 광장이 대리한다.
김영수 변호사가 낸 재판소원은 ‘압수수색 영장 사본 교부 대상’을 정한 형사소송법 조항에 대한 법원의 해석이 기본권을 침해했는지를 다투는 내용이다.
김 변호사는 전익수 전 공군 법무실장의 전관예우 의혹과 관련해 2022년 7월 안미영 특별검사팀의 압수수색을 받았다.
그는 특검이 압수수색 영장을 집행하면서 영장 사본을 교부하지 않은 것은 위법하다고 주장했으나, 법원은 ‘참고인’에게 교부하지 않은 건 문제가 없다고 봤다.
현행 형사소송법 118조는 ‘압수수색 영장 처분을 받는 자가 피고인인 경우 그 사본을 교부해야 한다’고 정하고, 219조는 수사 단계의 압수수색 영장에 대해 118조를 준용하도록 했다.
법원은 형소법 118조상 영장 사본 교부 대상은 제3자를 제외한 ‘피고인’에 해당하므로, 수사 단계의 준용 규정을 해석할 때도 참고인을 제외한 ‘피의자’에만 한정된다고 판단했다.
이에 김 변호사는 형소법상 피고인·피의자의 영장 사본 교부 권리를 ‘참고인’에게는 인정하지 않은 것은 기본권 침해라고 주장하며 재판소원을 냈다.
김 변호사는 “해당 규정을 만들면서 처음에는 ‘처분을 받는 자’로 논의 됐는데, 법무부에서 수사 밀행성을 들어 ‘피고인’으로 한정한다는 조항이 들어갔다”며 “재판 단계에서는 ‘피고인’으로 규정됐더라도, 수사기관의 활동 폭이 넓은데 수사 단계에서까지 (‘피의자’로) 좁게 해석하는 것은 헌법상 평등권 침해”라고 말했다.
두 사건 모두 법원의 최종적 법률 해석의 당부를 다툰다는 점에서 사실상 ‘4심제’ 성격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기본권 사각지대를 구제한다’는 애초 제도 도입 취지와 달리 ‘법률의 해석과 적용 권한’에 대한 헌재와 대법원의 기관 간 다툼으로 퇴색될 수 있기 때문이다.
김선일 기자 sikim@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