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국, 중동발 에너지위기 대응 총력전
IEA, 4월말 기준 57개국 분석 … 보조금·재택근무·냉방제한 등
미국과 이란 전쟁으로 호르무즈 해협 봉쇄가 지속되자 세계 각국 정부가 연료보조금, 세제감면, 냉방제한, 재택근무 확대 등 비상대책을 잇달아 내놓고 있다. 단순한 유가대응 차원을 넘어 에너지 소비 자체를 줄이고 국민 부담을 완화하기 위한 ‘전시형 에너지 정책’이 확산되는 모습이다.
◆한국 중국 일본 인도 태국 가격상한제 실시 = 15일 한국전력 경영연구원이 펴낸 ‘중동분쟁 영향 및 해외정책 동향’ 보고서에 따르면 4월말 기준 세계 57개국이 에너지 가격 급등에 대응하기 위해 소비자 지원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이 보고서는 국제에너지기구(IEA) 분석을 토대로 작성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가장 많이 활용된 정책은 세제 혜택이다. 총 40건이 시행되며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했다. 이어 기타 지원책 24건, 연료보조금 17건, 소매가격 상한제 16건 순이다.
유럽과 아시아 국가들의 대응이 특히 적극적인 것으로 나타났다. 유럽연합 독일 영국 이탈리아 벨기에 오스트리아 등은 세제 감면을 중심으로 대응에 나섰다. 이중 영국 이탈리아 벨기에는 연료보조금 정책을 병행했다.
우리나라처럼 가격상한제를 시행하는 국가는 중국 일본 인도 태국 인도네시아 멕시코 칠레 네덜란드 폴란드 포르투갈 체코 헝가리 등이었다.
유럽 외 세제혜택을 시행하는 국가는 호주 뉴질랜드 베트남 말레이시아 캐나다 브라질 칠레 등이다.
각국 정부는 에너지소비를 줄이기 위한 절약정책도 동시에 확대하고 있다. 4월까지 40개국이 에너지절약 정책을 시행한 것으로 집계됐다.
◆유럽, 에너지 절감정책 강화 = 가장 많이 도입된 정책은 절약 캠페인(30건)과 수송부문 운행 제한(25건)이다. 공무 출장 제한 14건, 재택근무 장려 13건, 냉방온도 제한 8건이 시행되고 있다. 학교·대학 운영시간 조정 사례도 6건에 달했다.
특히 동남아시아 국가의 대응 강도가 높았다. 방글라데시 스리랑카 파키스탄 필리핀 태국은 재택근무·냉방 제한·출장 제한·절약 캠페인·수송 제한 등을 동시에 시행했다. 전력난과 연료부족 위험이 현실화되면서 국가 차원의 에너지 비상체제에 돌입한 것이다.
유럽연합(EU)과 프랑스 네덜란드 등 유럽 국가들도 공공부문 에너지 절감 정책을 강화했다. 유럽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에너지 안보 위기를 경험한 만큼 이번 중동위기에 수요관리 중심 대응에 빠르게 나서고 있다는 분석이다.
전문가들은 이번 중동발 에너지 위기가 단순한 원유가격 상승 국면을 넘어 각국의 에너지정책 방향 자체를 바꾸고 있다고 평가한다. 과거에는 공급 확대와 비축 중심 대응이 주를 이뤘다면 이제는 소비절감과 효율화, 수요관리 정책까지 국가안보 차원에서 동원되고 있다.
보고서는 “중동분쟁으로 촉발된 글로벌 에너지시장의 전례없는 혼란이 소비자와 경제전반의 부담이 되고 있다”며 “각국 정부는 소비자 지원과 에너지 절약 정책을 동시에 추진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재호 기자 jhlee@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