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반도체 세레브라스, 상장 첫날 68% 급등
장중 공모가 두배 넘어
시총 670억달러로 마감
인공지능(AI) 반도체 기업 세레브라스시스템스가 미국 나스닥 상장 첫날 공모가보다 68% 오른 가격에 거래를 마쳤다. 장중 한때 공모가의 두 배를 넘어서며 시가총액은 670억달러로 뛰었다. AI 데이터센터와 추론용 반도체를 둘러싼 투자 열기가 기업공개(IPO) 시장으로 번진 모습이다.
14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와 블룸버그에 따르면, 세레브라스는 이날 공모가 185달러를 크게 웃도는 311.07달러에 거래를 마감했다. 장 초반에는 385달러까지 치솟아 거래가 일시 중단되기도 했다. 블룸버그는 종가 기준 상승률이 68%였으며, 발행주식 기준 시가총액은 670억달러라고 전했다. 제한주식과 옵션, 워런트를 모두 반영한 완전 희석 기준 기업가치는 약 830억달러로 평가됐다.
이번 IPO로 세레브라스는 55억5000만달러를 조달했다. 블룸버그는 올해 미국 증시 최대 IPO이자, 미국 반도체 기업 상장으로는 2023년 영국 반도체 설계회사 Arm의 52억3000만달러 상장을 넘어선 최대 규모라고 설명했다. FT는 세레브라스의 시가총액이 자동차회사 제너럴모터스(GM), 미디어기업 워너브러더스디스커버리, 차량·전자기기용 반도체 기업 NXP와 비슷한 수준이라고 전했다.
투자자들이 세레브라스에 몰린 이유는 AI 시장의 무게중심이 ‘학습’에서 ‘추론’으로 옮겨가고 있기 때문이다. 추론은 사용자의 질문에 AI가 답을 내놓는 과정이다. 챗GPT 같은 서비스 이용이 늘수록 빠르게 답을 생성하는 반도체 수요도 커진다. 세레브라스는 엔비디아 그래픽처리장치(GPU)보다 훨씬 큰, 접시 크기의 대형 칩을 만들어 여러 개의 작은 칩을 연결할 때 생기는 지연을 줄이는 방식을 내세우고 있다. FT는 세레브라스 칩이 엔비디아 GPU보다 58배 크다고 설명했다.
앤드루 펠드먼 세레브라스 공동창업자 겸 최고경영자(CEO)는 블룸버그와의 인터뷰에서 “AI가 유용해지는 것은 이제 시작일 뿐이다. AI가 더 유용해질수록 더 많은 토큰이 필요하다. 우리는 가장 빠른 토큰을 만든다”고 말했다. 토큰은 대규모 언어모델이 문장과 데이터를 처리할 때 쓰는 기본 단위다. 그는 FT에도 “하드웨어를 만드는 것은 쉬운 여정이 아니다”라며 “우리는 2020년 아무도 해본 적 없는 일을 했지만 아무도 관심을 두지 않았다. 우리는 시장보다 앞서 있었다”고 말했다.
세레브라스의 상장 흥행에는 생성형 AI 기업 오픈AI와 세계 최대 클라우드 사업자인 아마존웹서비스(AWS)와의 제휴도 영향을 줬다. FT에 따르면 세레브라스는 최근 오픈AI와 200억달러 규모 계약을 맺었고, 오픈AI는 장기적으로 세레브라스 칩 750메가와트 규모를 배치할 예정이다. 블룸버그는 오픈AI가 올해 초 세레브라스 주식 3340만주를 받을 수 있는 워런트를 확보했다고 전했다. 아마존도 자체 AI 반도체 트레이니엄과 함께 세레브라스 칩을 사용할 계획이다.
다만 사업 위험도 남아 있다. FT에 따르면 세레브라스는 2025년 매출 5억1000만달러를 기록해 전년 대비 76% 늘었지만, 영업손실은 1억4600만달러였다. 또 지난해 매출의 86%가 아랍에미리트(UAE)의 AI 기업 G42와 무함마드 빈 자이드 AI대학 두 고객에게서 나왔다. 펠드먼 CEO는 AWS와의 제휴가 수천개 기업 고객으로 가는 통로가 될 것이라며 매출 집중 우려를 낮게 봤다.
이번 상장은 AI 반도체 열풍이 여전히 식지 않았다는 신호로 읽힌다. FT는 같은 날 AI 반도체 선두 기업 엔비디아와 구글의 핵심 AI 반도체 공급업체 브로드컴 주가도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고 전했다. 세레브라스는 아직 엔비디아의 독주를 흔들 만한 규모는 아니지만, 추론 시장이 커지는 구간에서 투자자들은 ‘다음 엔비디아 후보’에 높은 값을 매기고 있다.
양현승 기자 hsyang@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