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교사 기고

건설현장의 빈자리, 교실에서 채울 수 있을까

2026-05-15 13:00:01 게재

대한민국 건설산업이 사람을 잃고 있다. 아파트와 도로 교량을 짓는 현장에 투입할 기능인력이 빠르게 줄어들고 있다. 이제는 건설 관련 학과가 개설된 특성화고등학교 학생들마저 건설현장 취업을 외면하는 상황에 이르렀다.

산업의 허리를 채워야 할 젊은 기능인이 사라진 자리는 고령 인력과 외국인 노동자로 메워지고 있지만, 이것이 지속 가능한 해법이 될 수 없다는 사실은 누구나 안다. 문제는 왜 청년들이 떠나가는가이고 더 중요한 질문은 어떻게 다시 불러올 것인가이다.

특성화고 건축 관련 학과 졸업생들이 건설현장 취업을 꺼리는 이유는 복합적이다. 실무경험 부족으로 인한 초기 진입장벽, 낮은 고용 안정성, 불분명한 임금체계, 그리고 ‘힘들고 위험한 일’이라는 사회적 낙인까지. 이 중에서 정책적으로 가장 빠르게 개선할 수 있는 부분이 바로 ‘성장 경로의 불투명함’이다.

기능등급제, 청년이 건설현장에 발을 내딛게 하는 사다리

기능등급제는 이 문제에 직접적인 해답을 제시한다. 건설현장에서 기술 숙련도에 따라 초급·중급·고급 등급을 부여하고 등급에 따른 보상체계를 명확히 함으로써 특성화고 졸업생은 물론 청년층이 ‘지금은 초급이지만 5년 뒤에는 어디까지 성장할 수 있다’는 경력 설계를 가능하게 한다.

불투명한 미래 앞에서 청년들이 발길을 돌리는 것은 당연하다. 기능등급제는 그 미래를 가시적으로 만들어 주는 제도적 사다리다. 여기에 더해 특성화고와 건설기업 간 산학협력을 강화해 졸업 전부터 현장 경험을 축적하도록 지원하고 BIM(Building Information Modeling)·스마트 장비 운용 등 최신 기술을 교육과정에 포함시켜야 한다.

고교학점제를 활용해 학생이 학교 밖 전문 건설 교육기관이나 기업에서 학점을 이수하는 방식도 학교 내 다양한 건설시공 장비 및 실습 장소의 한계를 극복하는 현실적 방안이다. 기술을 인정받으면서 성장할 수 있고 정당한 보상을 받는다는 믿음이 생길 때 비로소 청년들은 건설현장의 문을 두드릴 것이다.

교사는 있으나 현장이 없다. 실무 전문가 양성 시급

그러나 기능등급제와 산학협력만으로 문제가 해결되지는 않는다. 건설 기능인을 키우는 교실 안에도 심각한 구조적 문제가 존재한다. 바로 ‘가르칠 교사가 없다’는 역설이다. 정확히는, 교사는 있지만 현장 실무를 아는 전문가가 없다.

독일·스위스 등 선진국의 직업계 건축과 교사는 마스터 학위 이상 취득과 현장경험 2년 이상이 필수다. 독일은 교원대학원 수료 후 국립시험 합격이 필요하다. 스위스는 연방정부 40시간 강사자격 과정을 이수해야 한다. 기업·정부·사회단체 간 협력으로 체계적으로 양성한다.

우리나라는 임용고시라는 엄격한 관문을 통해 우수한 인재들이 교직에 진입하지만, ‘현장 실무 경력’이 필수조건이 아니라는 점이 선진국과 가장 큰 차이다. 독일의 경우 직업학교 교사는 반드시 산업현장에서 일정 기간 근무한 경력을 갖춰야 한다. 교직 진입 이후에도 정기적으로 현장에 파견돼 최신 실무 흐름을 익힌다.

반면 우리나라 특성화고 건축과 교사들은 급변하는 건설현장의 기술 변화를 교사 개인의 노력과 의지로만 따라가야 하는 구조 속에 놓여 있다.

교사 연수시스템, 근본적인 혁신 필요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교사 연수시스템의 근본적인 혁신이 필요하다. 단기 산업체 방문 연수 수준에 머물지 말고, 독일 사례처럼 교사가 일정 기간 전문건설업의 실무를 접할 수 있는 전문 연수기관이나 건설기업 현장에 파견돼 현장 전문가에게 실무를 직접 익히는 유급 장기연수제도를 도입해야 한다.

나아가 은퇴한 건설 기능인이나 현직 기술자를 산학겸임교사로 적극 활용하고 경력자와 초보자를 연결하는 멘토링 프로그램을 정규 교육과정 안에 제도화해야 한다.

건설산업은 국가 인프라의 근간이다. ‘힘든 일’이 아닌 ‘고부가가치 전문기술 산업’으로 인식이 전환돼야 하고, 그 인식 전환의 출발점은 교실이어야 한다.

기능등급제로 청년층의 성장 경로를 열고 현장 전문가를 교단에 세우는 두 가지 개혁이 함께 이뤄질 때 비로소 특성화고 건축과 교실에 다시 활기가 돌고 건설현장의 빈자리도 채워질 수 있다.

윤성준

한양과학기술고

진로전담교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