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투표 당선 3018명…거대 양당 독점 심화
투표 기회 박탈하고 소수 정당 진출 가로막아
소선거구제 유지·선거구 쪼개기로 증가 추세
지방선거 9차례 동안 투표 없이 당선된 후보가 3000명을 넘는 것으로 나타났다. 게다가 무투표 당선 역시 거대 정당이 독차지하면서 정치적 다양성을 배제하고 정치 신인 진출을 가로막는 것으로 지적됐다.
19일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따르면 1995년 전국 동시 지방선거 실시 이후 지금까지 무투표 당선인은 모두 3018명으로 집계됐다. 이 중 기초단체장이 21명이고, 광역의원 484명, 기초의원 2138명 등이다. 나머지는 기초 비례의원 368명과 교육의원이다. 이 수치는 6.3지방선거에서 뽑는 지방의원 3968명과 비교해도 많은 숫자다.
6.3지방선거 무투표 당선인은 기초단체장 3명을 비롯해 광역의원 108명과 기초의원 305명, 기초 비례의원 97명 등 모두 504명으로 예상됐다. 정당별로는 더불어민주당이 306명, 국민의힘이 197명, 진보당이 1명 등으로 거대 양당이 독차지했다. 지역별로는 광주·전남 80명을 비롯해 대구·경북 70명, 전북 46명 등으로 영호남 비율이 높았다.
거대 양당은 3회부터 8회까지 광역의원 무투표 당선인도 독식했다. 이 기간 광역의원 무투표 당선인은 모두 286명이다. 이 중 민주당(전신 포함) 136명, 국민의힘(전신 포함) 137명으로 95% 이상을 차지했다. 기초의원 무투표 당선인 비율도 비슷하게 예측됐다. 무투표 당선이 거대 정당을 유지하는 데 활용된 셈이다.
무투표 당선은 후보가 단독일 때, 당선인보다 선거구별 후보가 적을 때 투표를 하지 않고 자동 당선된다.
무투표 당선인이 늘어날수록 그만큼 유권자 투표권과 검증 기회가 박탈된다. 공직선거법에 따르면 무투표 선거구는 선거운동이 중단되고 선거사무소도 없어진다. 유권자에게 투표용지조차 교부되지 않기 때문에 어떤 후보가 나왔는지 알 수가 없다. 또 경쟁 없는 ‘무혈입성’으로 공천권을 쥐고 있는 국회의원이나 정당 지도부의 눈치보는 데 급급해 의정 활동을 소홀히하면서 지방의회 도입 취지를 훼손하게 된다. 이처럼 많은 문제를 안고 있는 무투표 당선이 늘어난 배경은 현행 ‘소선거구제와 선거구 쪼개기’가 지목됐다. 선거구 쪼개기는 4인 선거구를 2인 선거구 2개로 나누는 방식이다. 2인 선거구는 거대 양당이 사실상 독점할 수 있는 구조다. 실제 대구시의회와 경북도의회는 최근 선거구획정위원회에서 결정한 4인, 3인 선거구를 2인 선거구로 나눴다. 이에 따라 대구 4인 선거구 7곳이 2인 선거구 14개로 쪼개지면서 무투표 당선이 늘어나는 구조를 만들었다.
이 같은 폐단을 없애기 위해 조국혁신당 등 진보 4당이 3~4인 중대선거구제 확대와 무투표 방지법 제정을 촉구했다. 무투표 방지법은 무투표 선거구에 한해 찬반투표를 실시하고, 투표율 30% 이상과 유효투표의 과반 득표 시에만 선출하는 방안이다.
하지만 국회 정치개혁특별위원회를 주도한 거대 양당은 무투표 방지법 도입을 외면했다. 대신 2022년 지방선거부터 시범 실시한 기초의원 중대선거구를 기존 11곳에서 27곳으로 소폭 늘린 채로 정치개혁 협상을 마무리해 ‘밀실 야합’이라는 지적을 받았다.
정개특위 위원이었던 정춘생 조국혁신당 의원은 “찬반 투표라도 도입해야 무투표 당선의 문제를 바로 잡을 수 있다”면서 “국회 행정안전위원회에서 계속 문제를 제기하고 사회적 쟁점으로 만들어야 개선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방국진 기자 kjbang@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