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 ‘양형 AI’ 플랫폼 개발 착수

2026-05-20 13:00:04 게재

“유무죄·형량 판단은 헌법 위반”

재판지원 보조 시스템으로 제한

대법원이 형사재판 양형 지원을 위한 인공지능(AI) 플랫폼 개발에 본격 착수했다. 다만 법원은 AI가 형량이나 유·무죄를 직접 판단하는 구조에 대해서는 “헌법 위반”이라고 선을 그었다. ‘양형 AI’를 재판지원 보조 시스템으로 제한하겠다는 입장이다.

20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산하 양형위원회는 전날 서울 서초구 대법원에서 법조 출입기자 대상 양형기준 설명회를 열고 ‘양형 AI’ 개발 사업 추진 상황을 공개했다.

양형위는 “올해부터 예산을 배정받아 개발 작업에 착수한 상태”라고 설명했다.

이날 간담회에서는 “양형 기준이 정교해질 경우 ‘AI 재판’도 가능해지는 것 아니냐”는 질문이 나왔다. 이에 대해 이도행 대법원 공보관(부장판사)은 “양형위에서 ‘양형 AI’ 관련 사업을 상당 부분 진행 중”이라면서도 “AI가 형사재판의 유·무죄를 판단하거나 형을 정하는 것은 헌법상 위반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이어 “재판에는 인간의 전인격적 판단이 필요하다”며 “AI가 재판하는 세상이 오는 것에 대해서는 우려도 있다”고 밝혔다.

양형위는 현재 운영 중인 ‘재판지원 AI’와 ‘양형 AI’ 개발 사업은 구분된다고 설명했다.

최승원 양형위 상임위원(서울고법 고법판사)은 “현재는 생성형 AI가 아니라 기존 데이터베이스와 규칙 기반 프로그램을 활용해 유사 판결과 권고형량을 참고하고, 판결문 작성 과정에서도 일부 자동화 기능의 도움을 받고 있는 단계”라며 “아직 AI 기반 양형지원 시스템이 운영되는 수준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양형 AI 사업은 지난해 예산 신청 이후 올해 예산 65억원이 반영되면서 본격 추진 단계에 들어갔다.

최승원 상임위원은 “현재는 개발 초기 단계여서 구체적 기능 범위를 공개하기는 어렵다”면서도 “양형의 일관성과 재판 신뢰도를 높이는 방향으로 시스템을 개발해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법조계에서는 양형 AI가 단순 검색·통계 기능을 넘어 실제 양형 판단 구조에 영향을 줄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AI 분석 결과의 공개 범위와 검증 절차, 변호인의 접근권 보장 여부 등이 향후 핵심 쟁점이 될 전망이다.

한편, 양형위는 양형기준 개정 작업도 추진하고 있다.

최승원 상임위원은 다음달 22일 열리는 제146차 전체회의에서 중대산업재해 치사·치상 범죄를 양형기준 설정 범위에 포함하는 수정안과 음주운전 2회 재범 관련 교통범죄 양형기준 수정안을 심의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서원호 기자 os@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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