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북동부, 늦봄 폭염에 전력망 비상
뉴잉글랜드 ‘석유발전’ 가동 … 블룸버그 “캐나다 수력 송전 차질까지 겹쳐”
미국 동부지역이 5월 이례적인 폭염에 휩싸이면서 전력망 부담이 급격히 커지고 있다. 천연가스 중심으로 운영되던 뉴잉글랜드 지역은 전력수급 안정을 위해 석유계 연료 발전까지 확대되는 상황이 벌어졌다.
뉴잉글랜드 전력망 운영업체인 ISO 뉴잉글랜드에 따르면 뉴잉글랜드 지역의 석유 발전량은 20일 새벽 (미국시간) 한때 700MW를 넘어섰다. 약 50만 가구에 전력을 공급할 수 있는 규모다. 매사추세츠주 보스턴은 5월 기준 역대 최고 수준인 섭씨 35.6도(화씨 96도)를 기록했다.
뉴잉글랜드는 미국 북동부 지역에 소재한 메인주 뉴햄프셔주 버몬트주 매사추세츠주 로드아일랜드주 코네티컷주 등 6개주를 말한다.
블룸버그통신은 “석유 사용량이 정점에 달하기 몇 시간 전 ISO 뉴잉글랜드는 전력망에 ‘비정상 상태(abnormal conditions)’를 선언했다”고 보도했다. 이는 발전소 운영사들에게 시스템 출력 감소로 이어질 수 있는 유지보수 작업을 중단하라는 신호다.
뉴잉글랜드는 일반적으로 천연가스 발전 비중이 높지만, 혹한이나 폭염 같은 극단적 상황에서는 중유·발전용 연료유 계열의 석유 발전을 예비 전원으로 활용한다. 다만 봄철에 석유 발전 사용이 급증한 것은 이례적이라는 평가다.
뉴잉글랜드의 석유발전 급증은 미국·이란 전쟁 이후 미국내 디젤(원유 정제를 통해 생산된 석유제품)가격이 급등한 상황 속에서 발생했다. 글로벌 시장에서 디젤 확보 경쟁이 치열해지며 재고도 감소하고 있다.
여기에 캐나다 수력발전을 공급하는 ‘뉴잉글랜드 청정에너지 연결선(NECEC)’이 약 20시간 동안 송전 장애를 일으키면서 전력망 부담을 키웠다고 블룸버그는 보도했다.
늦봄의 갑작스런 폭염으로 미국 최대 전력망 운영기관인 PJM인터커넥션도 긴장 상태에 들어갔다. PJM은 정전 방지를 위해 모든 발전기의 가동 유지를 요청했으며, 버지니아 일부 지역과 워싱턴DC 일대에는 저위험 비상사태를 선포했다.
전문가들은 최근 미국 전력망이 ‘비수기 정비’와 ‘예상 밖 폭염’이 동시에 겹치는 새로운 리스크에 직면했다고 분석한다.
북미전력신뢰도공사(NERC)는 최근 계절 전망 보고서에서 “봄·가을철 정비 주기와 에너지 부족 위험이 동시에 겹치는 사례가 미국 전역에서 증가하고 있다”고 경고했다. 특히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 확대와 냉방 수요 증가로 전력 소비가 구조적으로 늘어나는 가운데 이상기후로 계절 경계가 흐려지면서 미국 전력망의 안정성 우려도 커지고 있다는 지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