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중합작 돈세탁’ 조직, 무더기 검거

2026-05-21 13:00:02 게재

코인·상품권으로 범죄수익 1170억원 세탁

국내 대포통장 유통 조직과 중국 자금세탁 조직이 협업해 1100억원대의 범죄수익을 세탁하다 덜미가 잡혔다.

서울경찰청 광역범죄수사대는 20일 국내 조직 총책인 20대 A씨 일당과 중국 조직원, 대포통장 명의자 등 총 149명을 범죄수익은닉규제법 위반 등의 혐의로 지난 6월부터 검거해 검찰에 모두 송치했다고 밝혔다.

이중 총책이나 관리책 7명은 구속 송치했으며, 광저우에 체류하며 중국 조직을 이끈 일명 ‘왕회장’은 인터폴 적색수배를 하고 여권을 무효화했다.

경찰에 따르면 A씨는 2024년 3월 전북지역 선후배를 모아 조직을 만든 후 대포통장을 구해 범죄단체에 공급해왔다.

이들은 처음에 중국 심천에 거점을 둔 왕회장 조직에 통장을 공급하다가 지난해부터 아예 조직원을 현지로 파견, 전화사기(보이스피싱)와 자금세탁에 관여하고 세탁액의 3~6%를 수수료로 받아 챙겼다.

A씨 조직은 유령법인을 세우고 허위 임대차계약서·세금계산서·물품공급계약서를 은행에 제출해 신규 계좌의 한도 제한을 해제하는 수법을 썼다. 왕회장 조직은 대포계좌가 사용 가능한지 확인하기 위해 후원회·협회·조합 등에 1000~1만원씩 소액 송금을 반복한 것으로 조사됐다.

경찰은 이들이 세탁한 1170억원 가운데 13억8000만원을 기소 전 몰수·추징보전 조치했다. 경찰 관계자는 “세탁을 통해 해외 거래소나 해외에 있는 개인 코인 지갑으로 빠져나가면 추적이 어렵다”고 설명했다.

이들은 경찰 수사에 대비해 ‘속아서 계좌를 개설했다’는 등의 가짜 텔레그램 대화를 만들어놓기도 했다. 대포통장 명의자들은 이 대화를 경찰에 보여주며 수사망을 빠져나가려 시도하기도 했다.

이들은 ‘코인 송금’을 통해 가장 많은 범죄 수익을 세탁했다. 테더코인(USDT) 송금이 전체 세탁 금액의 72%로 가장 많았다. 상품권(19%), 계좌이체(9%) 등도 있었다.

실제 검거된 피의자 중 116명은 수수료를 받고 자기 계좌로 범죄수익금을 받아 코인으로 바꿔 송금했다.

상품권의 경우 사업자 계좌로 현금을 받아 인출한 뒤, 상품권 거래를 가장한 세금계산서를 발행하는 식으로 이뤄졌다.

경찰은 “상품권 매매 업자에게 실명 확인 의무가 없어 거래 상대방 파악이 불가능하다”며 “최근 상품권 변제 사채 수법 등 각종 범죄에 노출되기 쉬운 구조적 문제가 있는 만큼 상품권 매매업자를 자금세탁 방지의무 주체로 편입해 고액 거래 시 고객 확인·당국 보고를 의무화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재걸 기자 claritas@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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