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도피 선종구 전 하이마트 회장, 징역형 외면 권리만 누려
세금반환소 이어 약정금도 승소…‘법꾸라지’ 행태 논란
‘인터폴 수배자 어떻게 접촉’ 묻자 율촌 “소송 적법 수임”
징역형을 회피하며 해외로 도주한 선종구 전 하이마트 회장이 대형 로펌을 앞세워 자신의 권리를 속속 되찾고 있다. 국가 형벌권은 무력화시킨 채 민사 법정에서만 권리를 행사하는 ‘법꾸라지’ 행태에 논란이 커지고 있다.
20일 법조계에 따르면 선 전 회장은 지난 3월 법무법인 율촌을 대리인으로 선임해 290억원 규모 약정금 소송 항소를 제기한 것으로 확인됐다.
선 전 회장은 하이마트 인수합병 과정에서 회사 및 소액주주에 약 2000억원 손해를 끼친 혐의(특정경제범죄법상 배임)로 2022년 3월 대법원에서 징역 5년형을 확정 받았다.
하지만 그는 감옥 대신 캄보디아에 머물며 호화생활을 누리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재판을 받던 2019년 캄보디아 국적을 취득한 뒤 확정판결이 나오기 전 도피했기 때문이다.
정부는 선 전 회장에 대한 여권을 말소하고 인터폴에 적색수배 요청을 취했다. 또 법무부와 대검찰청은 지난 2024년 5월 캄보디아 당국에 범죄인 인도를 청구했다.
캄보디아 당국은 2025년 1월 선 전 회장을 체포했지만 약 5개월 만에 석방했다. 캄보디아측은 현재 한국 체류 중인 자국민 반정부 인사와 선 전 회장의 맞교환을 요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법무부 관계자는 ‘선 전 회장에 대한 인도 청구 상황에 진척이 있느냐’는 질문에 “외교관계 및 수사에 관한 사항으로 답변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선 전 회장의 법꾸라지 행태는 도피 이후 반복되고 있다. 그는 도피 상태에서 국세청 증여세 부과에 대해 조세심판원에 불복심판을 청구해 2024년 환급 가산금 포함 1400억원대 환급을 받았다.
이에 그치지 않고 선 전 회장은 유진그룹 유경선 회장을 상대로 한 약정금 소송에서도 법적 권리를 관철하고 있다.
이 사건은 2007년 유진그룹의 하이마트 인수 과정에서 비롯됐다. 유 회장은 선 전 회장이 대표이사로 일하는 등의 대가로 세후 400억원을 지급하기로 약정했으나, 양측의 경영권 갈등 끝에 하이마트가 롯데에 매각되면서 분쟁이 시작됐다.
대법원 파기환송을 거쳐 340억원 상당의 약정금이 인정·지급됐고, 이후 세금 부담 주체를 둘러싼 추가 소송이 제기됐다.
서울중앙지방법원 민사합의33부(최종진 부장판사)는 지난 2월 5일 선 전 회장이 유 회장을 상대로 건 290억원 약정금 소송 1심에서 “피고는 원고에게 130억원을 지급하라”며 원고 일부 승소로 판결했다.
선 전 회장이 이에 불복해 제기한 항소심에서 율촌은 지난달 9일 법원에 위임장을 제출했다.
율촌측 법률대리인은 ‘인터폴 적색수배 대상자인 선 전 회장으로부터 소송 위임장과 소송 지시를 어떤 경로로 수령했나’는 질문에 “방법은 말할 수 없지만 적법한 방식으로 위임 받았다”고 답했다. 또 ‘승소금이 해외도피 범죄자의 체류 자금으로 쓰이는 게 아니냐’는 질의에는 “답변할 수 있는 위치에 있지 않다”고 말했다.
김은광 기자 powerttp@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