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전투표 영향력 커진다…투표자 절반 ‘미리 한 표’

2026-05-22 13:00:21 게재

지난 대선서 43%, 호남에선 60% 넘어

서울 등 사전투표 직전 TV토론 효과 커

거대양당 네거티브 경쟁 강해질 가능성

투표자의 절반 가까이가 참여하는 사전투표의 영향력이 확대되고 있어 주목된다. 호남지역은 이미 과반이 사전투표를 통해 투표권을 행사하고 있으며 보수진영에서도 지지층 결집이 득표로 이어질 수 있도록 사전투표를 권고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당 숫자 홍보 열전 6.3 지방선거와 재보선 공식 선거운동 첫날 각 당의 선거운동원들이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서 부여받는 당 숫자를 홍보하기 위해 손바닥을 펴 보이고 있다. 연합뉴스

사전투표까지 1주일밖에 남지 않은 데다 TV토론이 사전투표 직전에 열리면서 네거티브 경쟁이 치열해질 전망이다. 네거티브는 해명하거나 토론할 시간이 부족할수록 효과가 크기 때문이다.

22일 중앙선관위에 따르면 6.3 지방선거 사전투표는 29~30일 이틀간 실시한다. 2014년 본격적으로 도입한 사전투표율은 9번 선거를 치르는 동안 11.4%에서 30%대까지 상승세를 이어갔다. 2022년 대선에서는 36.9%로 최고점을 찍기도 했다. 지난해 치른 대선의 사전투표율은 34.7%였다.

전체 투표자 중 사전투표자 비율 역시 상승세를 보이면서 50%에 육박하고 있다. 2014년에 20.2%였지만 2017년 대선에서 33.7%로 30%대에 올라섰고 2020년 총선에서는 40.3%까지 상승했다. 그러고는 2022년 대선에서 47.9%, 2024년 총선 46.7%, 지난해 대선 43.8%로 40%대 중후반을 오가고 있다.

가장 최근의 전국 선거였던 지난해 대선에서는 사전투표자 비율에서 보수진영과 진보진영이 크게 갈렸다. 전남(67.6%), 전북(64.3%), 광주(62.1%) 등 호남지역은 60%대에 달했다. 세종(49.6%), 강원(47.2%), 제주(47.1%) 등도 평균치를 웃돌았다.

반면 대구(32.0%), 부산(38.7%), 경북(39.9%), 울산(40.0%), 경남(40.4%) 등 영남지역은 최하위권을 기록했다. 서울(42.8%), 인천(42.2%)도 상대적으로 낮은 수준이었다.

진보진영의 사전투표 참여율은 갈수록 늘어날 가능성이 높다. 보수진영에서는 사전투표와 관련해 부정선거 의혹 제기로 상대적으로 참여율이 낮았지만 최근에는 ‘독려’ 쪽으로 방향을 틀었다. 국민의힘은 공명선거 안심투표위원회를 설치하고는 “본투표와 사전투표 관리를 당이 나서서 철저하게 지켜나가겠다”면서도 “사전투표를 독려하기 위한 활동도 진행할 것”이라고 했다.

중앙선관위가 4년 전 지방선거에서 사전투표에 참여한 230명에게 ‘사전투표 이유’를 물어본 결과 39.6%가 ‘개인적인 사정으로 선거일에 투표할 수 없어서’라고 답했고 ‘선거일에 근무하게 돼서’에도 15.1%가 손을 들었다.

전체 투표자 중 사전투표에 참여하는 유권자가 늘어날수록 선거운동 기간은 사실상 더 짧아질 수밖에 없다. 13일간의 공식 선거운동이 절반 정도의 투표자들에게는 ‘8일’로 줄어들기 때문이다.

게다가 중앙선관위가 주관하는 TV토론이 사전투표 직전에 진행되면서 정책보다는 네거티브 경쟁에 집중할 가능성이 높아졌다는 진단도 나온다.

중앙선관위에 따르면 사전투표 전날인 28일에 주요 후보 간 토론회를 갖는 광역단체장 선거 지역은 서울, 전남광주, 울산, 강원 등 4곳이다. 특히 경쟁이 치열한 서울과 울산은 각각 23시와 22시50분에 시작한다. 재보선에서도 부산 북갑, 대구 달성군, 울산 남갑, 경기 안산갑·하남갑, 전북 군산갑 등 6곳이 28일 토론회를 잡아놨고 이중 울산 남갑과 경기 안산갑 토론회는 각각 23시와 22시 30분에 시작한다.

민주당과 국민의힘은 공식 선거운동에 들어가자마자 상대당의 광역단체장 후보와 재보선 후보들을 향한 네거티브 전략으로 맞대응하며 강하게 부딪히고 있다. 정책보다는 사생활이나 과거 폭력, 부정부패 의혹 등 휘발성이 강한 이력에 집중하면서 유권자의 표심을 자극하겠다는 계획이다. 실질적인 선거운동 기간이 짧아진 상황에서 네거티브 공세가 ‘아직 지지 후보를 정하지 않은 부동층’ 유권자를 움직일 수 있다는 얘기다. 한국갤럽이 2022년 6.1 지방선거 직후인 6월 2일에 전화면접 방식으로 전국 18세 이상 837명의 투표자에게 ‘투표할 후보를 결정한 것은 투표일(본투표 또는 사전투표) 기준 며칠 전인지’를 물어본 결과 ‘1주 이내’가 43%였다. 이 중 4~7일이 23%, 2~3일이 12%였고 투표 당일이나 투표소에서 투표할 후보를 정했다는 답변도 7%에 달했다.

박명호 동국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현재와 같이 선거운동 기간을 2주 정도로 제한하고 거대양당이 ‘덜 못하는 정치’를 추구하는 상황에서는 네거티브 경쟁에 나설 수밖에 없다”며 “공급자 중심 정치구조에서는 후진적인 구조를 벗어나기 어려울 것”이라고 했다.

박준규 기자 jkpark@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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