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합은 시장경제의 적…정권교체 1년 만에 2조원대 과징금

2026-05-27 13:00:35 게재

주병기 공정위원장 간담회 … “부당이득 환수 넘어 실질적 법 위반 억제력 확보에 총력”

‘중점조사기획단’ 신설해 대기업·플랫폼 정밀 타격 … 인력 237명 대규모 확충

담합 처분시효 15년 연장 추진 … “은밀한 카르텔, 시간이 흘러도 면죄부 없다”

스타벅스 ‘기만 마케팅’엔 “사실이라면 사죄해야” … 기업의 사회적 책임 강조

주병기 공정거래위원장이 이재명정부 출범 1년을 맞아 우리 경제의 고질적인 독과점 구조와 담합 관행을 뿌리 뽑기 위한 ‘기강 잡기’에 나섰다.

주 위원장은 26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출입기자단 간담회에서 지난 1년간 2조원이 넘는 과징금을 결정했다고 밝혔다. 역대 최대규모다. 또 앞으로 공정위 조사역량을 고도화해 민생을 해하는 불공정 행위를 상시 감시하는 ‘강력한 기동대’ 체제를 구축하겠다고 선언했다.

주병기 공정거래위원장이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국민주권정부 1년 기자간담회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 공정거래위원회 제공

◆“법위반이 이익이 돼서는 곤란” = 주 위원장은 모두발언을 통해 “불의와 억압이 없고 독점과 같은 편파적 힘이 지배하지 않는 공정한 시장 시스템을 설계하는 것이 공정위의 존재 이유”라며 지난 1년간의 행보를 요약했다. 특히 밀가루(6710억원) 설탕(3960억원) 등 국민 생활과 밀접한 품목에서 적발된 담합과 불공정행위에 대해 총 2조원이 넘는 과징금을 부과한 것을 두고 ‘합리적 징벌’임을 강조했다. 이는 2017년 기록했던 연간 최대 과징금(1조3330억원)을 훌쩍 뛰어넘는 규모다.

그는 “15~20년 전의 시장 규모나 기업 체급을 기준으로 현재의 거대 독과점 기업들을 제재한다면 법 위반이 오히려 이익이 되는 선례를 남기게 된다”며 “부당이득을 완벽히 환수하고 차후 위반을 사전에 억제할 수 있는 강력한 제재력이 뒷받침돼야만 시장 규율이 바로 설 수 있다”고 설명했다.

공정위의 원칙적 제재는 시장의 즉각적인 반응으로 이어졌다. 담합 적발 이후 밀가루, 설탕 등 원자재 가격이 최대 26% 인하됐다. 이는 빵, 라면 등 최종 소비재 가격 인하로 확산되는 성과를 거뒀다.

◆공정위의 ‘두뇌’와 ‘창’ 강화 = 공정위는 갈수록 지능화되고 복합적으로 변하는 독과점 이슈에 대응하기 위해 조직의 체급을 획기적으로 키운다. 하반기 중 237명의 인력을 추가 확충하며, 특히 디지털 경제 시대에 걸맞은 전문 조직을 전면에 배치한다.

이번 개편의 핵심은 ‘중점조사기획단’과 ‘경제분석국’의 신설이다. 40명 규모의 중점조사기획단은 플랫폼기업, 대기업집단 등 복잡하고 난이도 높은 중대 사건을 전담하는 ‘탄력조직’이다. 여러 부서로 쪼개져 조사하던 방식을 하나로 통합해 일괄 처리하는 기동대 역할을 수행한다. 37명 규모의 경제분석국은 기존 과를 국 단위로 격상했다. 수석 이코노미스트 산하에 박사급 전문인력을 배치해 플랫폼의 알고리즘 자사우대 등 신유형 이슈를 입증할 ‘데이터 전쟁’의 사령탑 역할을 한다.

주 위원장은 “현대 공정거래 사건은 법리 다툼을 넘어 데이터와 통계의 싸움”이라며, 수석 이코노미스트와 박사급 인력으로 구성된 전담국을 통해 플랫폼의 알고리즘 자사우대 등 정교한 위법 행위를 과학적으로 입증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은밀한 범죄에 면죄부 없다 = 주 위원장은 담합 행위에 대한 추적 기간을 대폭 늘리겠다는 계획도 발표했다. 은밀하게 진행돼 적발이 어려운 담합의 특성을 고려해, 현재 최대 12년인 처분시효를 기본 10년, 조사 개시 시 최대 15년까지 연장하는 법 개정을 추진한다. 행정기관의 처분이 가능한 사실상 최장기간이다.

또 대기업 집단의 ‘지정자료 허위 제출’에 대해서도 과징금을 도입하기로 했다. 기존의 형벌(최대 벌금 1억5000만원)으로는 법 위반 억지력이 부족하다는 판단 아래, 계열사를 고의로 누락해 규제를 회피하는 행위에 대해 강력한 경제적 제재를 가하겠다는 의지다. 주 위원장은 “기업들이 본업에서의 기술 혁신이 아닌, 2~4세 경영 세습을 위해 자원을 낭비하고 불법적인 방식을 동원하는 구조적 문제는 국가 경제를 위해서라도 반드시 시정돼야 한다”고 말했다.

간담회에서는 최근 온라인을 중심으로 불거진 스타벅스의 마케팅 용어 논란 및 환불 약관에 대한 질의도 이어졌다. 주 위원장은 이에 대해 “기업의 마케팅이 소비자를 기만하거나 조롱하는 의도가 담겨 있다면 이는 단순한 실수를 넘어선 문제”라며 “사실로 밝혀질 경우 기업은 소비자에게 진심으로 사죄해야 한다”며 대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강조했다.

◆“국민 눈높이가 공정위 나침반” = 일각에서 제기되는 ‘정권 맞춤형 조사’ 우려에 대해 주 위원장은 “공정위의 기준은 오로지 국민의 삶을 개선하는 지향점 하나뿐”이라고 선을 그었다. 그는 “끝없이 추락하는 인간의 현실보다 자연의 가치가 선명하게 다가오는 대전환의 시대에, 기득권의 편파적 힘을 견제하고 약자의 협상력을 강화해 공평한 운동장을 만드는 것이 나의 소명”이라고 밝혔다.

주 위원장은 3분기 중 전분당, 국고채 담합 사건에 대한 신속한 심의를 약속했다. 또 하반기 조직 개편이 완료되는 대로 민생현장의 하도급 피해와 가맹·유통 갑질 근절을 위해 지방사무소의 보호망을 더욱 촘촘히 하겠다고 강조했다.

주 위원장은 또 “글로벌 경쟁시대에 대기업들이 2~4세 경영세습을 위해 자원을 낭비하는 것은 국가 경제의 성장 잠재력을 갉아먹는 일이며, 이러한 구조적 문제는 반드시 시정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하반기부터는 공정위의 대규모 조사인력이 현장에 투입되고 플랫폼법 등 주요 입법이 탄력을 받으면서, 주 위원장의 ‘대전환 시대 공정경제’ 구상이 본격적인 시험대에 오를 전망이다. 성홍식 기자 king@naeil.com

성홍식 기자 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