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분기 은행 예금 21조 늘 때, 자산운용은 114조 증가
자본시장으로 향하는 자금, 은행의 5배
추세 이어지면 올해 순유입 격차 360조
ETF 폭발적 증가, 펀드시장 흐름 바뀌어
국내 금융시장의 자금 흐름이 은행에서 자본시장으로 빠르게 이동하고 있는 가운데 올해 1분기 자산운용으로의 자금유입 규모는 은행 예금 증가액의 5배 이상인 것으로 나타났다.
예금보험공사가 지난달 29일 발간한 ‘금융리스크리뷰’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은행 예금은 21조1000억원 증가했고, 같은 기간 자산운용으로의 자금유입은 114조4000억원에 달했다.
안성학 하나금융연구소 연구위원은 ‘2026년 자본시장으로의 자금이동 가속화’ 보고서에서 한국은행과 한국거래소, 금융투자협회 자료를 토대로 이 같이 분석했다.
안 위원은 “이러한 상황이 2026년 내 지속된다면 자산운용과 은행 예금 간의 자금 순유입 격차는 산술적으로 약 360조원이 된다”고 밝혔다.
투자자예탁금과 종합자산관리계좌(CMA)를 합산한 증시주변자금 순유입 규모는 올해 1분기 31조8000억원으로 은행 예금 순유입 규모보다 더 컸다.
자금 흐름의 변화는 금융당국의 가계부채 관리 강화 등이 주요 요인으로 꼽힌다. 스트레스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확대와 주택담보대출 규제 강화로 부동산 투자에 활용할 수 있는 레버리지가 줄어들면서 개인 자금이 주식과 펀드, 상장지수펀드(ETF) 등 금융투자상품으로 이동하고 있다는 것이다.
안 위원은 “부동산 시장에서 자본시장으로 자금이동을 유도하고 생산적 금융을 강조하는 정책적 기조가 지속됨에 따라 가계대출은 둔화되고 기업대출이 증가하는 구조적 변화가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며 “둔화되는 가계대출에 대응해 기업대출 영업을 경쟁적으로 확대하려는 은행권의 움직임도 이를 강화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펀드 시장의 흐름도 크게 달라졌다. 2025년 펀드 수탁고 증가액은 242조3000억원으로 2024년 증가액 117조7000억원과 비교해 2배 이상 많았다. 2021년 공모형 펀드 수탁고는 285조1000억원으로 사모형 펀드(503조3000억원)의 절반 수준에 불과했다.
하지만 올해 1분기 공모형 펀드 수탁고는 649조4000억원으로 사모형 펀드(748조7000억원)의 86.7% 수준으로 늘었다. 지난해 공모형 펀드 수탁고는 전년말 대비 147조원 증가했고 올해 1분기에도 90조원 늘어난 반면, 사모형 펀드 수탁고는 지난해 95조2000억원, 올해 1분기 19조9000억원 증가에 그쳤다.
안 위원은 “펀드시장의 변화는 ETF 시장의 폭발적인 성장에 기인한다”며 “ETF 시가총액은 올해 3월말 360조7000억원으로 2021년말 74조원 대비 약 5배 정도 성장했다”고 밝혔다. 그는 “ETF 성장의 영향은 펀드시장이 사모펀드에서 공모펀드 중심으로 성장축이 이동하는 결과를 낳았다”고 설명했다.
금융권의 자금흐름 변화는 퇴직연금 시장에도 영향을 미쳤다. 전체 퇴직연금 적립금 중 DB형 비중은 2020년말 60.5%에서 2025년말 46.1%로 감소한 반면, 개인이 직접 퇴직연금 자금을 운용할 수 있는 DC형과 개인형 IRP형 비중은 2025년말 각각 27.6%와 26.3%로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그동안 퇴직연금시장은 DB형 중심으로 운용되면서 은행과 개별 기업 간의 친화적 관계로 인해, 은행 중심으로 성장했지만 최근에는 운용 수익률이 상대적으로 양호하고 ETF를 통한 적극적인 운용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증권사를 통한 퇴직연금 가입이 늘고 있다는 것이다.
개인투자자들의 자금운용에도 변화가 생겼다. 개인투자자들은 지난해 26조4000억원의 주식을 순매도했지만 올해 들어 3월까지 37조2000억원을 순매수했다. 주로 ETF를 통한 순매수 영향이 컸다.
이밖에도 채권투자에 대한 관심 증가, 발행어음과 종합투자계좌(IMA) 등 신규 금융투자상품에 대한 수요가 증가했다.
안 위원은 “은행권은 저원가성 예금을 통한 조달 확대가 어느 때보다 중요해졌지만, 개인투자자들의 금융투자상품 선호가 확대되면서 가계 예금 확보에는 한계가 있다”며 “2026년에는 코스피 상장사들의 영업이익 규모가 사상 최대치를 기록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는 등 기업 실적 개선에 따른 기업예금 증가가 예상되고 이에 따라 은행들은 기업예금 확대 전략을 고민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그는 “개인투자자들의 금융투자상품 투자 확대 등 자산관리 수요에 대응하기 위해 금융회사들은 경제·금융상황 변화에 대한 모니터링을 통해 관련 상품을 개발하고 글로벌 자산배분 역량을 제고해야 한다”며 “무엇보다 시장 변동성이 확대되고 있다는 점을 고려해 시의적절한 자문서비스를 제공하는 등 개인투자자들을 위한 위험관리를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경기 기자 cellin@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