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로 보험도 위기…실손 대신 지수형

2026-06-01 13:00:17 게재

보험연구원 “데이터 확충·정교한 설계 필요

손해배상 절차 간소화, 신속한 유동성 공급

기후위기가 날로 심각해지는 가운데 보험업계의 위기도 함께 커지고 있다. 이미 미국 일부 주에서는 대형 산불로 인한 차량과 주택 피해가 눈덩이처럼 불어나자, 이를 보장하지 못하는 손해보험사들이 잇따라 사업을 철수하는 등 타격이 가시화되고 있다.

1일 보험연구원 권순일 연구위원과 홍보배 연구원은 ‘재난적 기후현상과 지수형 기후보험’ 보고서를 통해 “기존 실손보상형 보험의 보장 공백을 완화하는 지수형 기후보험이 주목받고 있다”며, “공공 데이터 인프라 확충과 정교한 상품 설계 노력이 병행돼야 한다”고 밝혔다.

특정 사고로 손해가 발생했을 때 실제 손해액을 산정해 보험금을 지급하는 상품을 ‘실손형 보험’이라고 한다. 반면 ‘지수형 보험’은 기온이나 강수량 등 특정 객관적 조건을 만족하면 실제 손해 액수와 관계없이 사전에 약속된 보험금을 지급하는 형태다. 예를 들어 기온이 35℃에 도달하면 10만원, 37℃가 되면 15만원을 지급하는 방식이다. 일본은 지진이나 해일 등 다양한 자연재해를 대비한 지수형 보험을 판매하고 있다.

이러한 지수형 기후보험이 관심을 끄는 이유는 자연재해로 인한 피해를 객관적이고 신속하게 파악하는 것이 사실상 어렵기 때문이다. 이에 지수형 보험은 실제 손해액 대신 기온, 강우량, 강설량, 해안가 파도 높이 등의 지표를 보상 기준으로 삼는다.

현재 세계적인 보험사들이 전쟁보다 위험 순위를 높게 꼽는 것이 바로 기후위기다. 이상 기후현상으로 인한 글로벌 연평균 경제적 손실은 2000년대 893억달러에서 2020년대 들어 2189억 달러로 급증했다. 한국 역시 연평균 기온이 꾸준히 상승해 2020년대 폭염 일수는 1910년 대비 2.2배(7.7일→16.9일), 열대야 일수는 4.2배(6.7일→28.0일) 각각 증가했다. 하지만 기후현상으로 인한 피해 중 보험이 보장하는 비중은 절반도 되지 않는다. 특히 폭염 등 기후위기로 인한 피해는 손해를 정밀하게 측정하거나 입증하는 데 한계가 있어, 취약계층에 대한 신속한 보험금 지급 등 구호 지원이 제때 이뤄지지 못했다.

실손형 보험은 가입자가 직접 피해를 증명하고 청구해야 해 시간이 오래 걸리지만, 지수형 보험은 이러한 과정이 생략되거나 단축돼 손해조사 비용이 절감되고 신속한 보상이 가능하다. 다만, 실제 입은 손해액이 매우 크더라도 사전에 약정한 보장 한도만큼만 지급된다는 점은 한계로 지적된다.

연구팀은 “향후 우리나라의 재난적 기후현상 심화가 예상되는 만큼, 손해 평가가 어렵고 신속한 보험금 지급이 요구되는 위험에 대응하기 위해 지수형 기후보험 도입 확대를 적극 검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건설현장 일용직 근로자나 배달 플랫폼 종사자, 소상공인 등 기후취약계층을 대상으로 한 사회안전망 차원의 지수형 기후보험 도입이 시급하다. 연구팀은 “기후취약계층 대상 보험은 무엇보다 신속한 유동성 공급이 핵심이기 때문에, 지수형 보장 방식을 적극적으로 활용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오승완 기자 osw@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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