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보다 성분…원재료 강조한 식품 경쟁
100% 메밀부터 99.9% 두유까지 … ‘원물 경쟁력’ 앞세워 건강 소비 공략
여름철 식품 시장의 경쟁 구도가 달라지고 있다. 과거에는 시원한 맛과 간편함이 여름 식품의 핵심 경쟁력이었다면 최근에는 원재료 함량과 성분 구성을 전면에 내세운 ‘클린 라벨’(Clean Label) 제품들이 소비자의 선택을 받고 있다. 단순히 맛있는 제품을 넘어 무엇으로 만들었는지, 얼마나 넣었는지, 무엇을 뺐는지를 꼼꼼히 따지는 소비자가 늘면서 식품업계도 원물 경쟁력을 강조하는 제품 개발에 속도를 내고 있다.
특히 건강 관리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는 여름철에는 당류와 첨가물을 줄이고 원재료 함량을 높인 제품들이 주목받고 있다.
2일 식품업계에 따르면 포장 전면에 ‘100%’ ‘99.9%’ ‘무첨가’ 등 문구를 배치해 소비자가 한눈에 제품 특성을 이해할 수 있도록 하는 전략도 확산되는 추세다.
대표적인 사례가 면·소스 전문기업 면사랑이다. 면사랑은 최근 메밀과 물만 사용한 ‘100% 메밀면’을 앞세워 건강식 시장 공략에 나섰다. 혈당지수(GI)가 낮고 루틴성분을 함유한 메밀 장점을 살리기 위해 엄선한 메밀 원곡을 국내에서 직접 제분해 사용했다. 원료 선별부터 제면 공정까지 차별화해 메밀 본연의 풍미와 구수한 맛을 구현했다는 평가다. 여기에 급속냉동 기술을 적용해 별도 해동 없이 바로 조리할 수 있도록 편의성도 높였다.
음료 시장에서도 원재료 경쟁은 더욱 치열해지고 있다. 매일유업 ‘매일두유 99.9 서리태’는 제품명 자체에 원재료 함량을 내세운 대표 사례다. 제품 전면에 99.9% 원액두유와 서리태 사용을 강조하며 설탕을 첨가하지 않은 점을 부각했다. 당류는 최소화하면서도 식물성 단백질을 간편하게 섭취할 수 있어 건강식 소비자들의 관심을 받고 있다.
디저트 시장에서도 원물 함량 경쟁이 이어지고 있다. 저칼로리 아이스크림 브랜드 라라스윗은 ‘저당 딸기 듬뿍바’를 통해 실제 딸기 원물 함량을 높이고 당류와 열량은 낮추는 전략을 선택했다. 과육 식감을 그대로 살려 건강과 맛을 동시에 추구하는 소비자들을 공략하고 있다.
대형 식품기업들도 원재료 경쟁에 적극 뛰어들고 있다.
풀무원은 최근 선보인 ‘고농도 진한 두부’를 앞세워 두부 시장의 프리미엄화를 시도하고 있다.
일반 두부 대비 콩 함량을 높여 콩 본연의 고소한 맛을 강화한 것이 특징이다.
최근 프리미엄 디저트 브랜드 노티드와 협업해 선보인 ‘두부도넛’ 역시 반죽과 크림에 고농도 진한 두부를 활용하며 원재료 경쟁력을 강조했다. 두부를 활용한 이색 디저트라는 점과 함께 건강한 원물 이미지를 접목한 사례로 평가받는다.
CJ제일제당은 비비고 만두를 비롯해 햇반 잡곡밥, 고단백 간편식 등에서 원재료 품질을 강조하는 전략을 강화하고 있다. 특히 잡곡밥 제품군에서는 국산 곡물 사용과 원물 함량을 전면에 내세우며 건강식 수요를 겨냥하고 있다. 최근에는 식물성 식품 브랜드 ‘플랜테이블’을 통해 식물성 단백질 원료 경쟁력도 강화하고 있다.
대상 역시 청정원 브랜드를 중심으로 원재료 차별화 전략을 확대하고 있다. 청정원 ‘순창 100% 우리쌀 고추장’은 국산 쌀 사용을 강조하고 있으며, 간편식과 장류 제품에서도 원산지와 원물 함량을 전면에 배치해 소비자 신뢰 확보에 나서고 있다.
동원F&B는 참치와 연어 등 수산 원료의 품질 경쟁력을 강조하고 있다. 최근 고단백 식품 수요 증가에 맞춰 원물 함량을 높인 단백질 간편식과 수산 가공식품을 확대하고 있으며, 수산 원재료 본연의 영양을 강조한 제품군을 지속적으로 선보이고 있다.
오뚜기는 원물 건더기 함량을 강화한 카레와 스프, 즉석국 제품군을 확대하고 있다. 특히 냉면과 메밀면 제품에서는 메밀 함량을 높이고 불필요한 첨가물을 줄이는 방향으로 제품 경쟁력을 강화하고 있다. 건강한 한 끼 식사를 원하는 소비자들을 겨냥한 전략이다.
남양유업은 단백질과 원유 함량을 강조한 유제품 라인업을 확대하고 있다. 단백질 음료와 발효유 제품에서 원유 함량과 영양 성분을 적극적으로 공개하며 건강 중심 소비 트렌드에 대응하고 있다.
베이커리 업계도 예외는 아니다. 파리바게뜨는 최근 프리미엄 베이커리 제품군을 중심으로 국산 원료와 버터 생크림 등 핵심 원재료의 품질을 강조하고 있다. 저당·고단백 제품과 통곡물 빵, 원물 토핑을 활용한 제품군도 꾸준히 확대하는 추세다.
업계에서는 이러한 변화가 단순한 마케팅을 넘어 소비 트렌드 변화에 따른 구조적 변화라고 분석한다. 코로나19 이후 건강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데다 식품 성분 정보를 쉽게 확인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면서 소비자들이 제품 구매 시 원재료와 함량을 중요한 판단 기준으로 삼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식품업계에서는 제품명이나 패키지 전면에 원재료 함량을 직접 표기하는 사례가 빠르게 늘고 있다. 소비자 입장에서는 복잡한 영양성분표를 확인하지 않아도 제품 특성을 직관적으로 파악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식품업계 관계자는 “최근 소비자들은 단순히 맛있는 제품보다 어떤 원재료를 사용했는지, 첨가물은 얼마나 줄였는지까지 꼼꼼히 확인한다”며 “원물 함량과 성분 경쟁력이 제품 차별화의 핵심 요소로 자리 잡고 있다”고 말했다.
정석용 기자 syjung@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