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공개정보 범죄, 직무관련성 넓게 인정”
남부지법, 미공개정보 이용 행위 집중 조명
금융·증권 등 ‘재판역량강화 프로그램’ 진행
“최근 판례는 내부정보에 대한 우월적 접근 가능성이 있는 경우 직무 관련성을 폭넓게 인정하는 추세입니다.” 이정수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의 말이다.
자본시장 불공정거래 수법이 고도화하는 가운데 미공개정보 이용 등 증권범죄에 대한 규제와 처벌이 강화되는 흐름을 소개하는 강좌가 열렸다. 서울남부지방법원(법원장 윤경아)은 1일 본관 대강당에서 법관과 법원 직원들을 대상으로 ‘2026년 전문재판역량강화 프로그램’을 진행했다. 총 6회로 진행되는 이번 강좌는 증권·금융·가상자산 분야의 법률 쟁점을 살펴보고, 재판역량을 높이기 위해 마련됐다.
‘자본시장법상 미공개중요정보 이용 행위’를 주제로 첫 강의에 나선 이정수 교수는 “우리나라 초기 미공개정보 이용 행위 규제는 죄형법정주의에 따른 엄격한 문구 해석 때문에 공백이 컸다”고 설명했다.
이 교수가 대표 사례로 소개한 2003년 화승강업 사건은 대주주가 비상장사 인수 정보를 활용해 주식을 미리 매입한 뒤 이익을 얻은 사건이다. 검찰은 이를 전형적인 미공개정보 이용 행위로 보고 기소했지만, 대법원은 해당 정보가 회사로부터 전달받은 정보가 아니라 행위자가 직접 생성한 정보라는 이유로 무죄를 선고했다.
이로부터 10년 뒤인 2013년 발생한 CJ E&M 사건도 당시 제도의 한계를 드러낸 사례다. 회사 실적 악화 정보를 알게 된 내부자(투자자관계 직원)가 애널리스트에게 정보를 전달했고, 이 정보는 다시 기관투자자들에게 전파돼 손실 회피로 이어졌다. 그러나 당시 처벌 대상은 1차 정보 수령자에 한정됐다. 실제 거래를 통해 손실을 회피한 기관투자자들은 형사처벌 대상에서 제외됐다.
이 교수는 이를 계기로 2015년 자본시장법상 ‘시장질서 교란행위’ 규정이 도입됐다고 밝혔다. 형사처벌 요건을 충족하지 못하더라도 시장 공정성을 훼손하는 행위에 대해서는 과징금을 부과할 수 있도록 제재 범위가 확대됐다는 것이다.
지난해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로 구속기소 된 법무법인 광장 전직 직원들 사례도 소개됐다. 해당 사건은 로펌 IT 직원이 변호사들의 이메일을 무단으로 열람해 공개매수 정보를 탈취한 뒤 주식 매매에 이용했다가 적발된 사건이다.
이 교수는 “최근 규제 흐름은 회사 내부에서 발생한 악재·호재성 정보에만 머물지 않는다”며 “공개매수·대량주식 취득 등 외부에서 생성된 중요정보를 이용한 거래에 대해서도 엄격한 처벌이 이뤄지고 있다”고 밝혔다.
이 교수는 다만 “미공개중요정보 이용행위는 강력한 형사처벌이 수반되는 만큼 구성요건 가운데 하나라도 충족되지 않으면 범죄가 성립하지 않는다”며 “특정증권, 내부자 등 행위 주체, 직무 관련 지득, 미공개성, 중요정보성, 이용 행위 등 6가지 요건이 모두 충족돼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남부지법은 남은 5회 강의에서 상장폐지와 가상자산 등 재판 실무에서 쟁점이 되는 사안도 주제로 다룰 예정이다.
박광철 기자 pkcheol@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