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소마취제 '리도카인' 쓴 한의사…“자격정지 정당”
벌금형·시정명령에 자격정지까지 받자 소송
법원 “처분대상과 목적 달라 … 함께 부과 가능”
전문의약품인 국소마취제 ‘리도카인’을 사용해 시술하고 유효기간이 지난 약을 보관·사용한 한의사가 시정명령·벌금형에 자격정지 처분까지 받게 됐다.
2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행정법원 행정합의6부(나진이 부장판사)는 최근 한의사 박 모씨가 보건복지부장관을 상대로 낸 ‘자격정지처분 취소’ 소송에서 원고 기각 판결을 내렸다.
서울 영등포구에서 한의원을 운영하던 박씨는 지난 2020년 4월 보건소 현장 점검에서 주사제 한 병을 여러 번 나눠 쓰고, 유효기간이 여러 달 지난 국소마취제 ‘리도카인’을 약침에 섞어 쓰다 적발됐다. 이에 보건소는 박씨를 고발했고 한의원에는 시정명령을 내렸다.
이후 박씨는 의사만 쓸 수 있는 마취제인 리도카인을 환자 통증 부위에 주사(약침)했다는 이유로 재판에 넘겨졌다. 법원은 박씨가 면허 범위를 벗어난 의료행위를 했다고 보아 벌금 300만원의 유죄 판결을 내렸고, 이 판결은 그대로 확정됐다.
이후 보건복지부는 의료법을 근거로 박씨에게 총 4개월 15일의 자격정지 처분을 내렸다. 처분 사유는 의사 면허 없이 리도카인을 주사한 ‘면허 외 의료행위’와 유효기간이 지난 약을 쓴 ‘비도덕적 진료행위’ 두 가지였다.
이에 박씨는 “리도카인 사용은 약침요법에 부수된 행위로 면허 범위 내이며, 이미 형사처벌과 시정명령을 받았는데 자격정지까지 내린 것은 중복제재이자 재량권 남용”이라며 소송을 냈다.
하지만 재판부는 박씨의 주장을 모두 기각했다. 재판부는 “리도카인은 서양의학적 기준으로 허가된 전문의약품이므로 한의사는 이를 쓸 수 없다”며 “잘못 쓰면 경련이나 호흡 곤란 등 심각한 부작용이 생길 수 있어 한의사의 사용은 환자에게 위험하다”고 판단했다.
중복 처벌 주장도 반박했다. 법원은 보건소의 시정명령은 ‘한의원 건물’에 내린 조치고, 자격정지는 위법 행위를 한 ‘박씨 개인’에게 내린 처분이라 서로 다르다고 판단했다. 또 벌금 같은 형사처벌과 자격정지 같은 행정처분은 목적이 달라 함께 내릴 수 있다고 보았다.
재판부는 “국민 건강을 지키는 법의 목적을 볼 때 처벌이 결코 무겁지 않다”고 결론 내렸다.
김은광 기자 powerttp@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