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소문고가 붕괴전 파단음 보고됐나
현장 보고서엔 ‘처짐’만 기록 … 경찰, 누락 확인 중
시공사 관계자 입건 본격화 … 책임 규명 단계 진입
서소문고가 붕괴 사고를 수사 중인 경찰이 사고 직전 이뤄진 보고와 의사결정 과정을 집중 추적하고 있다. 사고 당일 새벽 구조물이 2.9㎝ 내려앉는 단차가 발생한 데 이어 현장에서 ‘뚝’ 하는 파단음이 들렸다는 정황까지 확인됐다. 경찰은 위험 신호가 어떻게 보고됐고 어떤 판단을 거쳐 공사가 이어졌는지 추적하고 있다.
2일 경찰과 고용노동부 등에 따르면 서울경찰청 전담수사팀은 압수수색을 통해 확보한 안전관리계획서와 구조설계도, 작업 지시 내역 등을 분석하며 철거공사가 계획대로 진행됐는지와 위험 징후 발견 뒤 적절한 안전조치가 이뤄졌는지 등을 확인하고 있다.
특히 경찰은 압수수색 영장 등에 사고 당일 새벽 현장에서 ‘뚝’ 하는 파단음이 들렸다는 정황을 적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작성된 현장 보고서에는 처짐 현상만 기록된 것으로 전해져 파단음이 실제 보고됐는지, 보고 과정에서 누락됐는지가 새 쟁점으로 떠오르고 있다.
경찰은 확보한 폐쇄회로(CC)TV 영상과 압수물을 토대로 위험 신호 발견 이후 보고 체계가 어떻게 작동했는지 추적하고 있다. 파단음이 보고되지 않았다면 보고 체계의 문제로, 보고됐는데도 조치가 없었다면 의사결정 과정의 문제로 이어질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특히 사고 당시까지 열차 운행이 계속됐다는 점도 주요 수사 대상이다. 국토교통부와 서울시, 한국철도공사(코레일) 등에 따르면 사고 당일 새벽부터 붕괴 직전까지 사고 구간 아래 철로를 통과한 열차는 모두 59대였다. 코레일은 단차 발생 사실이나 안전진단 계획을 서울시 또는 시공사로부터 전달받지 못했다는 입장이다.
수사 핵심은 사고 당일 의사결정 구조다. 경찰은 사고 당일 새벽 슬라브 절단 작업 과정에서 발생한 2.9㎝ 단차를 현장 관계자들이 어느 정도 위험으로 인식했는지, 작업 중단이나 추가 안전조치를 검토했는지 여부를 들여다보고 있다. 아울러 현장 인력과 시공사, 감리단, 서울시, 국토교통부 등 관계기관 사이에서 어떤 보고와 소통이 이뤄졌는지도 확인하고 있다.
당시 현장에서는 단차 발생 이후 감리단장과 시공사 관계자, 외부 전문가 등이 안전진단에 나섰다가 붕괴 사고를 당했다. 수사기관은 이들이 단차와 파단음을 어느 수준의 위험 신호로 판단했는지, 또 추가 안전조치 필요성을 논의했는지 등을 확인하고 있다.
수사는 원인 규명을 넘어 책임 규명 단계로 확대되고 있다. 경찰은 확보한 자료 분석이 마무리되는 대로 시공사와 감리업체, 관계기관 책임자들에 대한 조사도 본격화할 방침이다.
경찰은 시공사 흥화 관계자 가운데 현장 안전관리 책임자 등 4명을 업무상과실치사 혐의로 입건해 수사 중이다. 향후 압수물 분석 결과에 따라 서울시 관계자들에 대한 수사 확대 가능성도 거론된다.
고용노동부도 원청 시공사 대표와 하청업체 대표, 현장 관계자 등 5명을 중대재해처벌법 및 산업안전보건법 위반 혐의로 입건했다. 다만 발주기관인 서울시는 중대재해처벌법상 적용 대상이 아니어서 이번 입건 대상에서는 제외됐다.
이번 수사의 핵심은 구조물이 왜 무너졌는가보다 위험 신호가 확인된 뒤 어떤 보고와 판단이 이뤄졌는지를 밝히는 데 있다. 단차와 파단음이 확인된 뒤 왜 적절한 안전조치가 이뤄지지 않았는지, 그 책임이 누구에게 있는지가 수사의 핵심 쟁점이 될 전망이다.
장세풍·이제형 기자 spjang@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