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국 ‘강력개입’에 환율 소폭 내려
8일 코스피지수 급락에도
오전까지 환율은 내림세
전날 1560원까지 오르자
“시장교란 행위 엄정대응”
원달러 환율이 1560원까지 치솟자 지난 주말 외환당국이 ‘특단의 대책’을 예고했다.
외환당국의 강력한 개입 하룻만인 8일 오전 코스피지수가 8%대로 급락하며 주식시장이 ‘검은 월요일’을 맞았지만, 원달러 환율은 소폭 내리며 1550원대에서 움직이고 있다.
이날 서울외국환중개에 따르면 오전 9시30분 현재 환율은 전일대비 4.4원 내린 1554.6원을 기록하고 있다. 1555.2원으로 장을 시작한 이후 개장 직후 1551.5원까지 떨어졌다가 소폭 반등해 좁은 범위에서 움직이고 있다. 환율은 1500원 선을 웃돌면서부터 금융위기 때인 2009년 이후 17년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다.
이날 주식시장과 환율은 통상적인 움직임과는 다른 흐름을 보이고 있다. 외국인 투자자의 비중이 높은 국내 시장 특성상 통상 주식시장과 원화 가치가 반대로 움직이지만, 이날은 코스피·코스닥 시장 폭락에도 환율은 오히려 떨어지며(원화 가치 상승) 버티는 모양새다.
주식시장은 오전 9시30분 현재 현재 코스피가 8.37%, 코스닥은 6.67% 급락 중이다. 외국인 투자자는 코스피시장에서는 2400억원대 순매도를, 코스닥시장에서는 860억원가량을 순매수 하고 있다. 최근 환율 상승의 원인으로 지목됐던 외국인의 주식시장 매도세에도 환율이 소폭이나마 하락하고 있는 것이다.
8일 재정경제부에 따르면 구윤철 경제부총리 겸 재경부 장관은 전날 오후 서울 중구 전국은행연합회관에서 관계기관 합동 ‘긴급 시장상황점검회의’를 열고 최근 국내외 금융·외환시장 동향 및 대응방향 논의를 진행했다고 밝혔다. 이날 회의에는 신현송 한국은행 총재, 이억원 금융위원장, 이찬진 금융감독원장이 참석했다.
주말 오후에 외환·금융당국 수장들이 긴급회동을 연 것은 그만큼 환율상황이 급박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참석자들은 최근 반도체 업황의 이익 전망이 지속 상향되고 경상수지 흑자가 확대되는 상황 등을 고려할 때 우리 경제의 펀터멘털(기초체력)과 대외신인도는 견고한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실제 금융정보업체 FN(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코스피 상장기업의 올해 영업이익 전망치는 지난해 301조원에서 그해 말 427조원으로 상향됐고, 지난 3월 말에는 633조원, 지난 5일에는 913조원까지 확대됐다.
또 참석자들은 최근 원달러 환율이 고공행진을 이어가고 있는 것과 관련해 중동 긴장 고조와 미국의 금리 인상 전망, 국내 주식시장 호조로 인한 외국인 투자자의 비중 조정 및 차익실현 등이 반영된 결과라고 분석했다.
정부는 역외차액결제선물환(NDF) 거래의 투명성을 높이기로 했다. 야간에 주로 거래되는 NDF 시장에서 원화 약세에 베팅하는 투기적 흐름이 지속되고 있어서다. 밤사이 해외에서 “원화값이 더 떨어질 것”이라는 베팅이 몰리면 다음 날 서울 외환시장도 그 영향을 받아 원화값이 하락한 상태에서 출발하게 된다. 정부는 이런 흐름이 환율 불안정성을 키우는 통로가 되고 있다고 본다. 또 역외 NDF 거래를 국내 외환시장(DF)으로 흡수하기 위한 방안도 마련해 나가기로 합의했다.
한국은행과 금융감독원을 중심으로 원화 약세 흐름에 편승한 투기적 움직임이나 시장교란 행위 여부를 집중 점검하고, 위법 행위가 확인될 경우 엄정 조치하기로 했다. 서울 외환시장 행동규범 제4조 거래담당자의 역할과 책임 조항은 ‘시장참가자들은 시장기능을 교란하거나 가격발견과정을 방해할 의도로 거래해서는 안 되며, 고객에게 불리하게 가격을 변동시키려는 의도로 특정 시점에 고객의 주문보다 큰 규모로 일방향 거래하는 등 환율에 영향을 끼치려는 행위를 해서는 안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투기적인 성격의 포지션 플레이를 하는 것은 아닌지 검사하고 결과에 따라 조치하겠다는 고강도 경고로 풀이된다.
아울러 환율 상승에 편승해 수출입 기업들이 수입대금 지급을 앞당기거나 수출대금 회수를 의도적으로 지연시키는 이른바 ‘리드 앤 래그(Lead & Lag)’ 거래를 하는지에 대해서도 불법 외환거래 대응반을 통해 조사할 계획이다.
성홍식 기자 king@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