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악산 자락에서 숲멍·물멍…마음 회복
관악구 ‘치유의 숲길·치유센터’ 활용
아동부터 노년층까지 정신건강 증진
“마음에 드는 지팡이 하나씩 고르세요. 길이와 무게가 다 제각각입니다. 본인에게 맞는 게 있을 거예요. 휴대전화는 다 두고 나오셔요.”
서울 관악구 대학동 관악산치유센터. 이경희 산림치유지도사가 지팡이를 들고 문을 나서자 민간·가정어린이집 보육교직원 10명이 뒤를 따른다. 직전에 스트레스와 혈관건강 검사를 한 뒤 결과를 공유한 그들은 마당 한켠에서 허브향을 맡으며 오감을 일깨우기 시작했다. 이제부터는 숲으로 들어선다. ‘관악산 치유의 숲길’이 기다리고 있다.
8일 관악구에 따르면 구는 관악산 자락에 조성된 치유의 숲길과 관악산치유센터를 활용해 아동부터 노년층까지 다양한 주민들 정신건강을 챙기고 있다. 매년 3월부터 시작해 11월 말까지 화~토요일에 대상자별 맞춤형 과정을 진행한다. 지난 2020년 7개 과정에 366명이 참여했는데 주민들 호응이 커 해마다 확대하고 있다. 2023년 5개 과정에 1817명, 지난해는 8개 과정에 2866명이 참여했다. 구 관계자는 “매년 대상을 바꿔 다양한 주민들이 혜택을 보도록 하고 있다”며 “울창한 숲과 계곡, 조용한 숲길이 어우러진 최적의 공간이라 만족도가 96.3%나 된다”고 설명했다.
올해는 크게 5개 유형으로 프로그램을 구성했다. 복지시설을 이용하는 노인이나 청년 등을 위한 ‘관악산 산림치유 일상형 정원처방’이 그 중 하나다. 도시정원숲을 느리게 걸으며 회상 명상으로 전두엽을 자극하고 태극권 체조나 새총 쏘기를 하면서 심신을 회복하는 방식이다. 난임부부와 소방·경찰은 짝꿍 체조와 족욕으로 일상에서 건강을 유지하는 방식을 배우고 해먹 낮잠이나 정원 요가로 직업 스트레스를 던다.
보육교직원들은 쉼에 중점을 둔 ‘관악산, 우리에게’에 참여했다. 구 여성가족과에서 직무교육과 연계해 스트레스 관리를 하도록 지원한다. 참여자들은 치유센터에서 100m 가량 떨어진 준비쉼터에서 지팡이를 활용한 체조와 숨쉬기로 몸을 푼 뒤 작은 내를 건너 도착한 명상쉼터에서는 침대같은 의자에 누워 눈을 감고 새와 바람 등 숲에서 들려오는 각종 소리를 즐겼다.
명상쉼터를 출발해 약간 가파른 흙길을 걸어가면 정상부가 한눈에 들어오는 전망쉼터가 나온다. 눈으로는 탁 트인 경관을 즐기면서 편백향으로 손과 눈 마사지를 즐기는 시간이다. 갔던 길을 되짚어 다시 준비쉼터로 돌아와서는 모두가 손을 붙잡고 손바닥에 글씨를 쓰면서 기분을 전하고 스스로와 서로를 토닥였다. 치유센터에서는 생강꽃차를 마시며 오늘의 좋았던 점을 되새겼고 명상·치유 도구인 싱잉볼(Singing Bowl)과 함께 편안한 마무리를 했다.
류서선 가정어린이집 연합회장은 “치유센터 입구부터 시골풍경이 펼쳐져 방문하는 것만으로도 힐링이 된다”며 “특히 명상쉼터에서 누워서 하늘을 보니 천국이 따로 없다고 느껴졌다”고 말했다. 송하나 성현동 리틀브레인 교사는 “처음 참여했는데 걱정이 사라지고 마음이 정화되는 느낌”이라며 “아이들에게도 권하고 싶다”고 전했다.
개인 참여자는 보육교직원들이 즐긴 과정과 유사한 ‘관악산, 나에게’를 신청할 수 있고 가족단위 주민들을 위해서는 주말에 ‘관악산, 자라나는 나의 너에게’를 운영한다. 학교단위로는 식물 돋보기와 정원 요가 등을 결합한 ‘찾아가는 관악산 산림치유’를 진행한다. 구는 이와 함께 숲해설 숲길등산 등 전 연령층을 대상으로 산림여가 과정을 진행 중이다.
박준희 관악구청장은 “관악산이 주는 초록빛 위로를 통해 일상에 지친 주민들이 회복할 수 있을 것”이라며 “다양한 연령과 계층을 고려한 맞춤형 과정을 운영하며 체감형 산림복지를 실현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김진명 기자 jmkim@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