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사 지급 보험수수료 “비용 아냐”

2026-06-15 13:00:06 게재

보험대리점업체 ‘법인세 손금처리’ 소송

1·2·3심 “위탁 모집과 대가 지급은 불법”

보험대리점이 타사 보험설계사나 무자격자에게 고객모집을 맡기고 지급한 모집수수료는 법인세법상 손금(비용)으로 처리할 수 없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15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2부(주심 오경미 대법관)는 최근 보험대리점 업체 A사가 남대문세무서장과 서울지방국세청장을 상대로 낸 법인세 부과 처분 취소소송 상고심에서 원고패소 판결한 원심을 확정했다.

서울지방국세청은 2020년 8~12월 A사에 대한 2015~2019연도분 법인세 통합조사 과정에서 65억여원 상당의 부당 회계처리 내역을 파악했다.

A사는 지역 사업본부 지사장의 계좌로 흘러간 이 자금을 소속 보험설계사들에게 준 인건비 내지는 회수한 가지급금 명목의 손금(비용)으로 처리했다.

조사 결과 이 자금은 인건비로 지급되지 않았고 회수되지도 않았다. 당국은 이를 관할 남대문세무서에 손금불산입(비용 제외) 및 지사장의 상여로 처리하라고 통보했다. 이에 남대문세무서는 A사에 법인세와 가산세를 물렸다.

A사는 2021년 4월 조세심판원에 취소를 청구했고, 받아들여지지 않자 이듬해 12월 이번 소송을 냈다.

A사측은 자금 중 54억원이 타사 보험설계사들에게 모집수수료 명목으로 지급된 것이라며, 보험 관련 법령 규제 때문에 “편법을 썼다”고 주장했다.

현행 보험업법은 타사 보험설계사에게 모집을 위탁하지 못하도록 정한다. 위탁을 대가로 보수나 수수료를 주는 행위도 불법이다. 금융위원회는 위반 업체에 모집정지 또는 등록취소의 징계를 할 수 있다.

A사가 불복해 소송을 냈으나 1·2심에 이어 대법원도 과세관청의 손을 들어줬다.

1심은 모집수수료 명목이라는 주장 자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A사 소명이 앞뒤가 맞지 않는다며 “지사장이 비자금을 조성하거나 개인 채권채무 관계와 관련된 금전일 가능성 또한 상당하다”고 지적했다.

2심은 문제된 자금 중 26억5800여만원 상당은 모집수수료 명목으로 볼 수 있다면서도 법인세 부과 조치가 정당하다는 1심 결론은 유지했다.

2심은 ‘사회질서에 위반해 지출된 비용’은 법인세법에 따른 손금으로 볼 수 없다는 대법원 판례를 근거로 들었다. 26억여원을 받아 간 3명 중 2명은 보험 모집 기간인 2019년에 보험설계사로 등록돼 있지 않고, 다른 1명도 타사 소속이었다는 점도 짚었다.

그러면서 “(A사의 행위는) 법이 정한 기본적 질서를 정면으로 위반해 이를 문란하게 하고 건전한 경영 도모나 보험계약자의 권익 보호에 위험을 야기하는 것으로서 허용돼서는 안 되는 행위”라고 질타했다.

이어 “(문제된 자금은) 설령 사업과 관련해 발생하거나 지출된 것이라고 하더라도 사회질서에 위반해 지출된 것”이라며 손금으로 처리할 수 없다고 판시했다.

대법원도 보험사 등이 다른 회사 보험설계사에 보험 모집을 대가로 수수료를 지급하는 것은 “보험 모집에 관한 기본적 질서를 정면으로 위반해 이를 문란하게 하고, 자신과 다른 보험업 경영자의 건전한 경영 도모는 물론 보험계약자·피보험자 등의 권익 보호에 역행하는 행위에 해당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대가 지급 약정이 사법상 유효한지 여부는 별론으로 이런 약정에 따라 지급한 돈은 사회질서에 위반해 지출된 것이므로 ‘일반적으로 인정되는 통상적인 비용’에 해당하지 않고 손금에 산입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김선일 기자 sikim@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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