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의 눈

‘경고성 계엄’이라는 허구

2026-06-16 13:00:01 게재

윤석열 전 대통령이 지난 12일 일반이적 등 혐의 재판에서 징역 30년을 선고받았다. 재판부는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에게도 징역 30년을, 여인형 전 국군방첩사령관에게는 징역 15년을 선고했다. 이로써 12.3 비상계엄을 일으킨 윤 전 대통령은 내란혐의 뿐 아니라 외환혐의로도 단죄 받았다.

재판부가 인정한 윤 전 대통령의 일반이적 혐의 공소사실은 충격적이다. 재판부는 윤 전 대통령 등이 비상계엄 선포의 명분과 정당성을 확보하기 위해 북한을 자극해 도발을 유도하고 남북 간 군사적 긴장관계를 고조시키는 등의 방법으로 국가적 비상상황을 조성하려 했다고 봤다.

대통령에게 비상계엄 선포 권한을 준 것은 국가비상사태에 대응하라는 이유에서인데 반대로 계엄 선포를 위해 국가비상사태를 만들려 한 것이다. 국가 안보를 책임지는 국군통수권자인 대통령과 국방부 장관이 정치적 목적을 위해 남북 군사 대치 상황을 이용하려 한 것만으로도 용납할 수 없는 일이다.

재판부는 실제 2024년 10~11월 수차례에 걸쳐 평양에 무인기를 침투시키는 작전을 실행하고 오물풍선 원점타격 등 추가 계획을 수립했다는 조은석 내란 특별검사팀의 공소제기 내용을 모두 인정했다. 평양 무인기 침투 작전으로 북한에게 도발 명분을 제공해 군사적 충돌에 따른 우리 국민과 군의 인명 피해 및 재산상 피해 위험을 발생시켰고, 불필요한 군사력 소모를 초래해 유사시 즉각 투입돼야 할 우리 군사력 활용 가능성을 방해했다는 게 재판부의 판단이다. 재판부는 또 평양에 침투된 무인기가 추락해 군 전력이 노출됐으며 북한의 대비태세를 강화시키는 결과를 초래하는 등 군사상 이익이 침해됐다고 봤다.

북한이 아무런 대응을 하지 않았으니 망정이지 무인기 작전에 대응했다면 어땠을지 상상만 해도 끔찍하다. 좁은 국토에 군사력이 집중돼 있는 한반도에서 남북간 충돌이 발생했다면 러시아·우크라이나전쟁이나 중동전쟁보다 더 참혹한 결과를 낳았을 가능성이 크다.

윤 전 대통령은 비상계엄이 실패로 돌아간 후 야당의 전횡과 국정위기 상황을 국민에게 알리기 위한 ‘경고성 계엄’이라고 주장해왔다. 윤 전 대통령 지지자들은 공공연하게 ‘계몽령’이라고 주장한다.

하지만 단지 경고하기 위해 전쟁까지 불사한다는 게 말이 되나. 윤 전 대통령은 계엄을 통해 반국가세력을 척결하겠다고 했지만 정작 국민의 생명과 안전, 국가안보를 위험으로 몰아간 반국가세력은 자신이었다는 사실이 재판을 통해 드러났다.

내란재판에 이어 외환재판에서도 윤 전 대통령에게 유죄가 선고되면서 더 이상 ‘경고성 계엄’이나 ‘계몽령’이라는 주장은 설 자리를 잃었다. 이제 그 허상에서 벗어나 계엄의 실체를 직시했으면 한다.

구본홍 기획특집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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