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이란 합의, 기술주 독주 흔드나

2026-06-16 13:00:01 게재

물가부담 완화, 10년물 국채금리 4.45%서 정체 … 경기민감주로 순환매 기대

JD 밴스 미국 부통령이 지난 4월 11일(현지시간) 파키스탄 이슬라마바드에 도착해 아심 무니르 파키스탄 국방군 총사령관 겸 육군참모총장, 무함마드 이샤크 다르 부총리 겸 외무장관과 함께 이동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미국과 이란 간 전쟁 종식 합의가 글로벌 증시에 새 동력을 제공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호르무즈 해협 재개방으로 유가 급등 우려가 꺾이면 소비 지출이 살아나고 물가와 미 국채 금리 압박도 낮아질 수 있기 때문이다. 로이터는 15일(현지시간) 인공지능 열풍에 밀려 소외됐던 소비주, 소형주, 운송주, 지역은행주 등 경기민감주가 다음 순환매 대상이 될 수 있다는 전망을 내놓았다.

로이터에 따르면 전쟁 종식 합의 발표 뒤 15일 미국 서부텍사스산원유(WTI)는 4.87% 하락한 배럴당 80.75달러에 마감했다. 브렌트유도 4.76% 내린 배럴당 83.17달러로 밀렸다. 두 유가 모두 3개월 만의 최저 수준으로 내려갔다.

미국 대형 자산관리사 에드워드존스의 앤젤로 쿠르카파스 선임 글로벌 투자전략가는 “지정학적 긴장 완화는 물가 압력을 일부 낮추고 채권 금리를 끌어내릴 수 있다”며 “그동안 뒤처졌던 경기민감 업종으로 자금이 이동하는 촉매제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BCA리서치도 유가 부담 완화를 이유로 경기소비재 업종에 대한 전술적 매수 포지션을 새로 잡는다고 밝혔다.

월가의 관심은 강세장 중심축이 기술주에서 다른 업종으로 넓어질지에 쏠린다. JP모건은 강한 실적, 안정적인 물가 기대, 지정학적 위험 완화가 맞물리면 경기민감주가 연말까지 초과 성과를 낼 수 있다고 봤다. 모건스탠리도 실적 흐름이 개선되는 경기소비재, 운송주, 지역은행주의 상대적 강세를 전망했고, “이미 경기민감 업종으로의 상승세 확산이 진행 중”이라고 했다.

미국보다 유가 충격에 취약한 해외 증시도 수혜 대상으로 꼽힌다. 소시에테제네랄의 매니시 카브라 주식 전략가는 “유가가 약 80달러 수준으로 내려온 에너지 긴장 완화는 미국 외 시장으로 뒤처진 자금 흐름이 따라붙는 촉매제가 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실제로 15일 아시아 증시는 즉각 반응했다. 로이터에 따르면 한국 코스피와 일본 닛케이225지수는 각각 5% 안팎 급등했다. 유럽 스톡스600지수도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항공주와 명품주는 올랐고, 에너지주는 하락해 유가 하락의 수혜와 피해가 뚜렷하게 갈렸다.

다만 시장의 주도권이 곧바로 바뀐 것은 아니다. 이날 미국 증시에서 가장 강한 업종은 여전히 기술주였다. 기술주는 3% 넘게 오르며 인공지능 랠리의 힘을 이어갔다. FT도 실제 15일 증시 상승은 여전히 기술주가 주도했다고 짚었다. 스페이스X 상장 흥행과 메타·아마존·AMD 등 대형 기술주의 강세가 함께 부각됐다.

채권시장의 반응은 주식시장보다 차분했다. 배런스는 10년물 미 국채 금리가 4.45% 수준에 머물렀다며, 물가와 연준 정책, 합의 지속 가능성에 대한 의구심이 남아 있다고 분석했다. 공식 서명 전이고 핵심 쟁점이 모두 해소된 것도 아니어서 채권시장이 주식시장보다 먼저 경고음을 낼 수 있다는 지적이다.

결국 관건은 유가 하락이 금리 인하 기대까지 되살릴 수 있느냐다. 시장은 연초 금리 인하를 반영하다가 에너지발 물가 상승 이후 잠재적 금리 인상 가능성까지 가격에 반영하는 쪽으로 돌아섰다. 로이터는 미 연방준비제도가 이번 주 회의에서 기준금리를 동결할 것으로 예상했다. 카슨그룹의 소누 바르게스 글로벌 거시전략가는 “인공지능 관련주 독주가 꺾이려면 금리 인하 기대가 되살아나야 한다”고 전망했다.

이주영 기자 123@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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