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이스X, 상장 이틀 만에 3780조원 기업
추가 배정으로 조달액 129조원
머스크 “2030년 매출 1조달러”
일론 머스크 최고경영자(CEO)가 이끄는 미국 우주·항공기업 스페이스X가 상장 이틀 만에 세계 최상위 기업 대열에 올라섰다. 사상 최대 기업공개(IPO)에 이어 추가 주식 배정까지 이뤄지면서 조달액은 857억달러, 약 129조원으로 불어났다.
블룸버그통신과 파이낸셜타임스(FT) 보도에 따르면 스페이스X는 15일(현지시간) IPO 주관사들이 추가 배정 옵션을 행사했다고 밝혔다. 추가 배정 옵션은 상장 후 수요가 강할 때 주관사가 미리 정한 물량을 더 팔 수 있게 한 제도다. 보통 대형 IPO에서 주가 급등락을 줄이는 장치로 활용된다.
스페이스X는 앞서 공모가를 주당 135달러로 정하고 보통주 5억5556만주를 팔아 750억달러를 조달했다. 주관사들이 8330만주를 추가로 매각하면서 총 발행 물량은 6억3890만주로 늘었다. 블룸버그는 총 조달액이 862억달러, 인수 수수료 5억달러를 뺀 순조달액이 857억달러라고 전했다. 이는 기존 최대 IPO였던 사우디아라비아 국영 석유회사 아람코의 290억달러를 크게 웃도는 규모다.
주가도 강세를 이어갔다. 스페이스X는 지난 12일 나스닥 상장 첫날 공모가보다 19% 오른 160.95달러에 마감했다. 15일에는 다시 20% 올라 192.46달러로 거래를 마쳤다. 공모가와 비교하면 42% 넘게 오른 수준이다. 이틀간 상승으로 시가총액은 2조5000억달러를 넘어섰다. 세계 6위권 기업에 해당하며, 시가총액 2조7000억달러 안팎인 전자상거래·클라우드 기업 아마존과의 격차도 1350억달러 미만으로 좁혀졌다.
시장 열기는 개인투자자가 주도했다. 블룸버그가 인용한 반다리서치 자료에 따르면 개인투자자들은 상장 후 첫 이틀 동안 스페이스X 주식을 지난주 미국 증시 전체에서 사들인 규모만큼 매수했다. 프랭클린템플턴인베스트먼트솔루션스의 맥스 고크먼 수석부사장은 “초기 수요가 나타난 것은 놀랍지 않다”며 “특히 개인투자자 가운데 그동안 접근하지 못하고 밖에서 기다리던 투자자가 많았다”고 말했다.
머스크 CEO의 낙관적 발언도 투자심리를 자극했다. 그는 엑스(X·옛 트위터)에 “스페이스X는 2030년에 매출 1조달러에 도달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썼다.
스페이스X의 지난해 매출은 187억달러 수준이다. 투자은행 골드만삭스는 스페이스X의 AI 관련 매출이 2030년 3220억달러로 늘 수 있다고 봤고, 투자은행 모건스탠리는 전체 매출이 지난해 187억달러에서 2040년 3조4000억달러로 증가할 수 있다고 추정했다.
지수 편입 기대도 주가를 밀어 올리는 요인이다. 스페이스X는 나스닥, FTSE 러셀, MSCI 관련 지수에 편입될 가능성이 거론된다. 지수를 따라 투자하는 패시브 자금이 자동으로 유입될 수 있기 때문이다. 투자은행 제프리스는 FTSE 러셀 지수 편입만으로도 약 27억달러의 패시브 자금이 들어올 수 있다고 추정했다.
다만 부담 요인도 있다. 상장 직후 거래가 제한된 임직원과 기존 투자자 물량은 보호예수 기간이 끝나면 시장에 나올 수 있다. 고크먼 수석부사장은 “개인투자자 수요라는 추진 로켓이 약해진 뒤 기관투자자와 보호예수 해제 물량이라는 중력을 만나면 어떻게 될지가 흥미롭다”고 말했다. 새 물량이 풀릴수록 주가를 떠받칠 새 매수자가 더 중요해진다는 뜻이다.
대형 기술기업들의 잇단 자금 조달도 시장의 시험대다.
FT에 따르면 자산운용사 블랙록 애널리스트들은 “초대형 주식 발행을 시장이 흡수할 수 있는지는 지켜봐야 할 실제 위험”이라면서도 “그 자체가 AI의 기초 체력을 의심할 이유는 아니다”라고 평가했다. 스페이스X의 흥행은 앤스로픽과 오픈AI 등 대형 AI 기업의 상장 추진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
스페이스X 옵션 거래도 곧 시작된다. 블룸버그는 시카고옵션거래소(Cboe)와 나스닥 등에서 스페이스X 옵션이 16일부터 거래될 예정이라고 전했다. 주식 현물에 이어 파생상품 시장까지 열리면서 스페이스X는 당분간 월가의 최대 거래 종목으로 남을 가능성이 커졌다.
양현승 기자 hsyang@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