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NN도 주목한 정주영 추모음악회
세계적 피아니스트 4명 한자리
정의선 회장 제안으로 2년 준비
CNN 쇼타임, 180개국에 전파
현대자동차그룹 고 정주영 창업회장 서거 25주기를 기념해 열린 추모 음악회의 준비과정과 무대 뒤 이야기가 미국 CNN을 통해 전 세계에 소개됐다.
1일 현대차그룹에 따르면 지난 2월 서울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열린 ‘아산 정주영 서거 25주기 추모 음악회 : 이어지는 울림’의 비하인드 스토리가 CNN 대표 문화 프로그램 ‘쇼타임’을 통해 지난달 27일부터 29일까지 전 세계에 방송됐다.
프로그램은 한국을 비롯해 미국 유럽 중동 아프리카 중남미 등 180여개국에서 4차례 방영됐다. 세계 주요 문화행사의 제작과정과 숨은 이야기를 다루는 CNN 쇼타임이 한국 문화행사를 집중 조명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CNN은 이번 공연을 “가난한 농가에서 태어나 전후 대한민국 재건에 크게 기여한 정주영 창업회장의 삶을 그린 음악적 초상”이라고 소개했다.
방송은 공연실황뿐 아니라 세계적인 피아니스트들이 한 무대를 준비하는 과정과 공연을 완성한 장인들의 노력을 함께 담아냈다.
이번 추모 음악회의 가장 큰 특징은 현재 세계 클래식 무대에서 가장 주목받는 김선욱 선우예권 조성진 임윤찬 등 4명의 피아니스트가 한 무대에서 협연했다는 점이다. 독주자로 세계를 누비는 정상급 연주자들이 한 공연에서 함께 호흡한 것은 매우 이례적인 일로 평가된다.
음악회는 김선욱과 조성진이 1대의 피아노에서 슈베르트의 ‘네 손을 위한 환상곡’을 연주하며 시작됐다. 이어 선우예권과 임윤찬이 2대의 피아노로 라흐마니노프의 ‘두 대의 피아노를 위한 모음곡 2번’을 선보였다. 마지막에는 4명이 4대의 피아노로 편곡된 바그너의 ‘탄호이저 서곡’과 리스트의 ‘헥사메론’을 연주하며 장대한 울림을 완성했다. 서로 다른 음악적 개성이 하나의 조화로운 화음으로 이어지는 모습은 정주영 창업회장이 평생 실천한 도전과 개척, 협업 정신을 상징적으로 표현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이번 공연은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의 제안에서 시작됐다. 정의선 회장은 추모 음악회 인사말에서 “2009년 네 대의 피아노 연주회를 보고 큰 감명을 받았고, 몇 년 전 김선욱 피아니스트와 이번 공연을 기획하게 됐다”며 “만약 할아버님께 여쭤봤다면 ‘뭘 망설여, 해 봐’라고 말씀하셨을 것”이라고 회상했다.
김선욱 피아니스트 겸 지휘자는 “17년 만에 정의선 회장의 제안으로 다시 네 대의 피아노 공연을 하게 됐다”며 “단순한 추모를 넘어 정주영 창업회장이 남긴 업적과 유산을 되새기는 프로젝트였다”고 말했다.
CNN은 무대 뒤 숨은 주역들도 비중 있게 조명했다. 미국 뉴욕 스타인웨이 공장에서 1년 동안 1만2000개 이상의 부품을 조립해 그랜드 피아노를 제작하는 장인들의 작업 과정과, 공연을 위해 4대의 피아노를 최상의 상태로 맞춘 한국 최초의 조율 명장 이종열 조율사의 세심한 작업도 소개했다. 4명의 피아니스트가 리허설 과정에서 서로의 해석을 조율하며 하나의 음악을 완성해 가는 과정도 상세히 담아냈다.
현대차그룹은 이번 방송이 단순한 공연 기록을 넘어 예술과 기술, 장인정신, 협업이 만들어낸 감동을 세계에 알리는 계기가 됐다고 평가했다.
이재호 기자 jhlee@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