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치추적 스토킹, 법망 비켜갔다
국회입법조사처 “GPS 추적 명시해야”
남양주 살인 사건 계기 제도 보완 제안
남양주 스토킹 살인 사건을 계기로 피해자 동의 없는 위치추적 행위를 스토킹 범죄로 명확히 규정해야 한다는 제안이 나왔다. 위치추적을 고위험 스토킹 행위로 규정해 즉시 피해자 보호조치를 할 수 있도록 법체계를 보완해야 한다는 것이다.
국회입법조사처는 ‘남양주 스토킹 살인 사건이 드러낸 위치추적 스토킹의 법적 공백’ 보고서를 내고 “현행 스토킹처벌법은 피해자 동의 없는 위치추적 행위를 명확한 스토킹 유형으로 규정하지 않아 피해자 보호의 골든타임을 놓치고 있다”며 GPS 위치추적 행위를 법률에 명시할 필요가 있다고 1일 밝혔다.
지난 3월 남양주 스토킹 살인 사건에서는 가해자가 피해자와 가족·지인의 차량에 위치추적장치를 부착해 동선을 파악한 사실이 드러났다. 이를 계기로 위치추적 행위를 스토킹 범죄로 명확히 규정하는 법 개정 논의가 본격화됐다.
입법조사처는 현행법의 가장 큰 문제로 ‘법적 불명확성’을 꼽았다. 스토킹처벌법은 접근, 따라다니기, 연락, 개인정보 게시 등은 규정하고 있지만 GPS 추적기나 스마트태그 등을 이용한 실시간 위치추적 행위는 명시하지 않고 있다. 법원은 사건에 따라 이를 ‘지켜보는 행위’나 ‘물건 부착’ 등 기존 스토킹 유형으로 해석해 적용하고 있다. 보고서는 법 적용이 해석에 의존해 위치추적을 독립적인 위험 신호로 평가하기 어렵고, 피해자 보호도 늦어진다고 지적했다.
입법조사처는 위치추적을 ‘기술매개 학대(Technology-Facilitated Abuse)’의 한 형태로 규정했다. 디지털 기술을 이용한 감시와 통제는 현실의 폭력으로 이어질 수 있으며, 결별 뒤 GPS 등을 이용한 위치추적은 중대 범죄 위험을 높인다고 설명했다.
보고서는 영국 여성 살해 사건의 94%에서 피해자가 살해 전 스토킹을 경험했다는 연구 결과를 소개했다. 국내에서도 여성폭력 실태조사 결과 GPS 장치나 위치추적 앱을 통한 위치 확인 피해 경험이 21%로 나타났다. 이를 근거로 위치추적을 스토킹 위험도를 판단하는 핵심 지표로 반영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현행 제도에서는 위치추적 행위가 위치정보법 위반으로 처리된다. 그러나 위치정보법은 개인정보 보호가 목적이어서 스토킹 범죄에 필요한 긴급응급조치와 위험도 평가를 적용하는 데 한계가 있다. 보고서는 이 때문에 위치추적이 피해자 통제와 치명적 범죄로 이어질 위험을 충분히 반영하지 못한다고 분석했다.
해외에서는 기술을 이용한 감시와 위치추적을 별도의 스토킹 위험으로 인식해 제도를 정비하고 있다. 미국은 ‘기술매개 학대’ 개념을 법률에 반영했고, 호주 뉴사우스웨일스주는 기술을 이용한 감시·추적을 스토킹 정의에 포함했다. 영국은 접근금지명령 위반을 고위험 신호로 보고 GPS 전자장치 부착 등 강화된 보호조치를 운용하고 있다.
입법조사처는 스토킹처벌법에 ‘상대방 동의 없이 전자적 수단으로 위치정보를 수집·추적·감시하는 행위’를 스토킹 유형으로 명시할 것을 제안했다. 아울러 가정폭력처벌법에 스토킹 범죄를 포함해 보호조치를 연계하고, 고위험 가해자에게 위치추적 전자장치를 부착할 수 있는 제도를 마련하는 한편 잠정조치 위반 시에는 보다 강한 보호조치를 신속히 검토하도록 하는 방안도 함께 제시했다. 보고서는 위치추적이 확인되면 피해자 보호조치가 가능하도록 법체계를 정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장세풍 기자 spjang@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