협상 대신 무력충돌…미-이란, 다시 수렁으로

2026-07-09 13:00:05 게재

종전 양해각서 사실상 최대 위기

트럼프, 전면전 가능성엔 선 그어

미국이 이란의 호르무즈 해협 상선 공격에 대한 대응을 명분으로 이틀 연속 이란을 공습하면서 군사적 긴장이 극도로 고조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추가 공격을 예고한 뒤 실제 공습이 이뤄진 데다 이란도 강경 대응을 선언하면서 지난달 체결된 종전 양해각서(MOU)를 토대로 진행되던 후속 협상까지 위태롭다는 평가가 나온다.

7월 8일(현지시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튀르키예 앙카라에서 열린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정상회의 일정을 마친 뒤 미국 워싱턴으로 돌아가는 길에 영국 동부 서퍽주(Suffolk)에 있는 영국 공군기지 RAF 밀든홀(RAF Mildenhall)에서 항공기를 갈아타며 손짓하고 있다. AP = 연합뉴스

미군 중부사령부(CENTCOM)는 8일(현지시간) 소셜미디어 엑스(X)를 통해 “군통수권자의 지시에 따라 이란에 대한 추가 공습을 개시했다”고 밝혔다. 중부사령부는 “이번 작전은 호르무즈 해협에서 항행의 자유를 위협하는 이란의 군사역량을 더욱 약화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번 공습은 전날에 이어 이틀 연속 이뤄졌다. 미국은 전날 정밀유도무기를 동원해 이란 남부 방공망과 지휘통제시설, 해안 레이더기지, 대함 미사일 전력, 이란혁명수비대(IRGC) 소속 소형정 등을 포함한 80여개 목표물을 타격했다고 밝힌 바 있다.

미국 인터넷 매체 악시오스는 미 당국자를 인용해 이날 공습의 범위가 전날보다 확대됐으며 해안 감시 레이더와 방공체계, 대함 미사일 기지 등이 주요 타격 대상에 포함됐다고 보도했다. 미국이 단순 보복을 넘어 호르무즈 해협 일대에서 이란의 군사적 활동 능력을 장기적으로 약화시키려는 의도를 드러낸 것으로 해석된다.

공습 직후 이란 남부 곳곳에서는 폭발음이 잇따라 보고됐다. 이란의 반관영 파르스 통신은 전략 항구가 위치한 반다르아바스와 시리크 일대에서 수차례 강한 폭발음이 들렸으며 일부는 해안 인근 해상에서 발생했다고 전했다. 또 오만만 연안의 전략 항구인 차바하르와 인근 코나락 주민들도 여러 차례 폭발음을 들었다고 보도했다.

미국의 이번 공격은 트럼프 대통령이 직접 예고한 뒤 이뤄졌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정상회의 참석차 튀르키예 앙카라를 방문한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어젯밤 이란을 강하게 공격했고 아마 오늘 밤 다시 강력하게 공격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후 기자회견에서도 “그들은 선박을 공격했고 우리는 더 강하게 대응했다”며 정당성을 주장했다.

이란은 미국의 행동이 종전 양해각서를 정면으로 위반한 것이라고 강하게 비난했다. 에스마일 바가이 이란 외무부 대변인은 엑스에 올린 글에서 “미국은 제재 복원과 군사 공격을 통해 양해각서의 기본 구조 자체를 무너뜨렸다”며 “이란은 국가 이익과 주권을 지키기 위해 단호하게 행동할 것”이라고 밝혔다.

실제 이란 군부는 미군의 공습 책임을 물어 또 다른 보복을 추진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한 군사 소식통은 누르뉴스에 “적대적 표적에 대한 통합 방공망의 교전에 더해 미사일·드론 부대가 몇 분 내로 중동 내 테러리스트 미군 기지에 대규모의 포괄적인 공격을 개시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 이란군 관계자는 “오늘 밤 우리 남부 지역 침략에 근거지 역할을 했거나, 이번 침략을 지원한 모든 미군 기지는 예외 없이 이란 이슬람공화국 군대의 강력한 미사일·드론 공격 대상이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앞서 미국은 후속협상 동력 유지를 위해 부여했던 이란산 원유 거래 관련 60일 한시 제재 면제를 철회했다. 이란은 미국이 먼저 합의를 훼손했다고 주장했고, 미국은 이란의 상선 공격이 협정 위반이라고 맞서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번 공습에도 불구하고 “이란과의 전쟁이 다시 시작될 것으로 생각하지 않는다”며 “우리는 장기전을 추구하지 않는다”며 전면전 확대 가능성에는 선을 그었다.

정재철 기자 jcjung@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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