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술도 결국 사람을 향한다…기후가치평가, 사회적 공감대 형성이 우선
기후테크육성특별법 논의 본격화
업계 “취지 공감, 실행력이 관건”
‘기후가치를 어떻게 평가할까.’ 기후테크 육성 특별법 제정을 앞두고 기후가치평가 방법에 대한 관심이 커진다. 기후가치평가는 온실가스 감축 등 기후위기 대응 성과를 평가하는 방법론이다. 기후테크 기업이 생산·판매하는 재화나 서비스가 온실가스 감축이나 기후적응에 기여하는 방식을 평가한다.
16일 기후테크 스타트업 A 대표는 “인공지능 기반 폐기물 측정 스타트업처럼 녹색인증 등 현행 인증이나 평가 체계에 들어갈 수 없는 신기술들이 많다”며 “기후가치 평가 필요성은 공감하지만 온실가스 감축 기여를 어떻게 증명할지 설계를 정교하게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기후테크 스타트업 B 대표 역시 “제도 취지와 달리 기후테크 컨설팅 업체를 키우는 엉뚱한 결과가 나올까 봐 걱정이 된다”며 “국제적으로도 활용할 수 있으면서 스타트업들이 자율적으로 활용하는 방안을 고민해 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김주영 의원(더불어민주당·경기 김포시갑)은 ‘기후테크 산업 육성 및 혁신 생태계 조성에 관한 특별법안’을 6월 8일 대표 발의한 바 있다. 기후테크기업이나 혁신기업이 창출하는 온실가스 감축효과와 기후적응 기여도를 과학적이고 정량적으로 평가하는 기후가치평가 도입 내용을 담았다. 기후가치평가 체계가 구축되면 금융시장이나 탄소시장과 연계될 수 있다는 설명이다. 같은 당의 박 정 의원(더불어민주당·경기 파주시을) 역시 동일한 취지의 ‘기후테크 육성 및 혁신 생태계 조성에 관한 특별법안’을 6월 29일 대표 발의했다.
업계는 과거와 다른 정부와 국회의 기후테크 산업 육성 의지에 대해 높은 기대감을 표하면서도 한편으로는 과연 얼마나 효과로 나타날지 의구심도 내비친다. 또 하나의 특별법만 만들어지고 반짝 관심에 그친다면 진흥은커녕 걸림돌만 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기업들이 새롭게 만들어 내는 기술이나 서비스는 과거 체제에 갇힌 법이나 제도에서 정의할 수 없는 것들이 많기 때문에 오히려 또 하나의 규제처럼 작용할 수도 있다는 주장이다.
14일 오대균 국가녹색기술연구소장은 “기후가치를 평가하는 방법론을 만들기 위한 소재는 충분하다”며 “기후가치를 탄소크레디트와 연계하는 등 새로운 시장을 창출할 가능성도 농후하다”고 말했다. 탄소크레디트는 온실가스 감축 활동으로 발생한 감축량을 정량적으로 검증·인증한 것이다. 국가 배출권거래제(ETS)나 자발적 탄소시장(VCM)에서 거래된다. 기업은 이를 구매해 자사의 온실가스 감축 실적이나 탄소중립 목표 달성에 상쇄 수단으로 활용할 수 있다.
ETS는 정부가 기업별로 온실가스 배출 허용량(배출권)을 할당하고, 기업이 실제 배출량이 할당량보다 적으면 남는 배출권을 팔고 많으면 부족분을 사도록 하는 탄소시장이다. 이 시장에서 거래되는 탄소크레디트는 기업의 법적 감축 의무 이행 수단으로 쓰인다. VCM은 법적 의무와 무관하게 기업이나 개인이 자발적으로 탄소중립 목표 달성이나 환경·사회·투명경영 등을 위해 탄소크레디트를 사고파는 시장이다. 산림 조성이나 재생에너지 사업 등 다양한 감축 프로젝트에서 발생한 크레디트가 거래된다.
오 소장은 또 “기후기술의 경우 미래에 어떤 환경에 도입돼 어떤 효과를 낼지 등 불확실성이 있는 건 사실”이라며 “하지만 결국 기술도 사람을 위한 것인 만큼 사회적으로 이러한 가치 평가를 어떻게 받아들일 수 있도록 할지 공감대를 형성하는 일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김아영 기자 aykim@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