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1회용 플라스틱 없는 서울' 대학부터

2018-10-25 08:58:54 게재
김창환 한국그린캠퍼스협의회 선임연구원

20세기 초부터 사용하기 시작한 플라스틱(plastic)은 다양한 변신 가능성을 가진 인조 합성물질로 꿈의 소재로 인정받아왔다. 하지만 인간의 편리한 생활을 위해 발명한 플라스틱은 싸고 편리해 모든 생활용품에 안 들어가는 곳이 없지만, 생산에 5초, 소비에 5분, 분해에 500년이 걸린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자연분해가 잘 안 된다. 버려진 플라스틱은 햇빛과 물리적 작용으로 마모되고, 파도와 바람 등에 의해 잘게 부서져 미세 조각으로 수백 년을 머물면서 인류 건강을 위협하고 생태계를 파괴한다. 특히 미세플라스틱은 바다 생태계의 기초인 동물성 플랑크톤에서부터 갯지렁이, 새우, 게, 가재, 작은 청어에서 대구와 참다랑어 등의 대형 어류에 이르는 다양한 생물종에서 발견되고 있다. 바다생물들이 미세플라스틱을 먹이로 착각해 먹고, 이는 다시 먹이사슬을 통해 이동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결과다. 최근 보도에 따르면, 우리나라도 판매중인 천일염과 패류, 생선 등에서도 미세플라스틱이 다수 검출됐다. 이제 바다의 플라스틱 오염은 해양 생태계뿐 아니라 인류의 생존과도 직결된 매우 심각한 문제로, 우리가 배출한 기술화석(technofossils)인 플라스틱이 자연 생태계 수용능력 한계치를 위협하고 있다.

자연생태계 수용능력 한계치 위협

올해 비영리단체 지구의 날 네트워크(Earth Day Network, 이하 EDN)가 정한 '지구의 날' 주제도 '플라스틱 오염을 끝내자(End Plastic Pollution)'이다. EDN은 "미세 플라스틱이 해양 생물을 죽이고, 인간에게도 호르몬에 악영향을 끼친다"며 "플라스틱의 기하급수적 배출은 지구의 생존을 위협하고 있다"고 밝혔다. EDN이 제안하는 5R 실천수칙은, 플라스틱 쓰레기 줄이기(Reduce), 거절하기(Refuse), 재사용하기(Reuse), 재활용하기(Recycle), 없애기(Remove)다. 즉 플라스틱 쓰레기를 줄이고, 불필요한 일회용품을 거절하고, 한 번 사용한 제품을 다시 사용하고, 그래도 안되면 재활용하는 것이다. 더불어 플라스틱 오염 지역의 제거 활동에 동참하는 것이다. 플라스틱이 완전히 사라진 지구를 당장은 상상하기 어렵다. 그러나, 일회용 플라스틱을 줄이기 위한 노력은 해볼 만할 일이다.

서울시가 '1회용 플라스틱 없는 서울'을 선언했다. 선언에 앞서 서울시는 지난 5월부터 공공부문의 1회용 플라스틱을 줄이기 위해 업무 공간과 회의실 등에서 1회용 종이컵 및 접시 등 1회용품 사용을 금지하고 또 내년 1월부터는 시청에 1회용 컵 반입을 전면금지하는 등 플라스틱을 줄이기 위해 강력한 조치에 나서고 있다.

일상생활에서 손쉽게 사용하고 있는 1회용 플라스틱 주요 5가지 품목에 대해 우선적으로 사용을 줄여나가자는 것이다. 여름철 길거리에서 저마다 손에 들고 있는 1회용 플라스틱 음료컵이 우리에게 자연스러운 풍경이 된 지 오래다. 그런데 최소한 커피전문점 등 매장내에서 음료를 마실 때라도 1회용이 아닌 다회용컵을 사용하자는 강제적인 조치가 불과 한 두 달 만에 다시 매장 풍경을 바꿔놓았다. 텀블러를 들고 음료를 즐기는 길거리 풍경도 어느덧 낯설지 않고, 다양한 디자인의 텀블러는 그 새 젊은이들의 패션 소지품으로 안착해 가고 있는 모습이다.

모든 생애에 걸친 환경교육 요구

편리하다는 이유로 무분별하게 소비되던 플라스틱이 우리를 위협하는 환경문제에 대한 공감을 얻자 소비자들이 움직인 것이다. 소비자들은 텀블러를 세척하고 휴대하는 불편을 기꺼이 감수하고, 빨대 대신 컵을 대고 마시는 방법에도 익숙해지려 노력하고 있다. 텀블러가 하나의 문화로 자리잡아가면서 불편은 더 이상 불편이 아닌 당연한 것으로, 반복하면 습관이 되어 익숙해지듯 플라스틱 줄이기는 으레 당연한 습관이 되어야 한다.

비닐봉투와 배달용품, 세탁비닐 등도 기꺼이 거절하고 쓰지 않는 소비문화가 곧 자리잡아가길 기대해 본다. 특히 미래 세대의 주역인 젊은이들의 생활 공간인 대학 캠퍼스에서 모범적으로 플라스틱 안쓰기를 우선적으로 실천할 때 그 습관이 이어져 지구를 지키고 우리를 지킬 수 있다. 더불어 이를 뒷받침하는 국민들의 행동 변화 및 상존하는 환경 위험을 분산하는 사전예방적 차원에서, 정부 당국의 전 생애에 걸친 변혁적인 환경교육에 대한 관심과 지원을 요구한다. 헌법상으로도 환경보전은 국가의 책임이자 국민의 의무이기 때문이다.

김창환 한국그린캠퍼스협의회 선임연구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