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총선도 야당 압승? 여론조사 민심은 여전히 '팽팽'

2023-10-13 10:51:25 게재

강서구청장 선거 놓고 "총선도 정권심판" 목소리

여론조사, 여야 지지율과 총선 인식 아직 '엇비슷'

"패자도 쇄신하면 이기고, 승자도 자만하면 질 것"

강서구청장 보궐선거에서 민주당 후보가 압승을 거두자, 내년 총선도 '어게인 2020'이 될 것이라는 전망에 힘이 실리고 있다. 민주당이 180석을 거둔 2020년 21대 총선 결과가 내년에 재연될 것이란 얘기다. 하지만 최근 여론조사에 나타난 민심은 '야권 압승 시나리오'와는 거리가 있어 보인다. 여야에 대한 지지가 여전히 '팽팽'하다. '어게인 2020'은 섣부른 전망이라는 것이다.


13일 정치권에서는 강서구청장 선거 결과를 놓고 내년 총선도 "이미 끝난 것 아니냐"는 기류가 형성됐다. 민주당 진교훈 후보(56.52%)와 국민의힘 김태우 후보(39.37%) 간 격차는 17.15%p였다. 이는 2020년 21대 총선 당시 강서갑·을·병 지역구에서 민주당 후보들이 얻은 득표율(56.61%)과 국민의힘 후보들 득표율(38.73%) 사이의 격차(17.88%p)와 놀랄만큼 비슷했다. 4년 전 총선표심이 이번에 고스란히 재연됐다는 분석이 가능하다.

사실 21대 총선과 이번 강서구청장 선거 사이에 치러진 대선과 지방선거에서는 다른 결과가 나왔다. 대선에서는 윤석열 대통령(46.97%)이 이재명 대표(49.17%)를 2.20%p차로 바짝 추격했다. 지방선거에서는 국민의힘 후보들이 오히려 우위를 보였다. 그랬던 강서구에서 이번에 민주당이 압승하면서 21대 총선 결과로 되돌아가자, 내년 총선에서도 '어게인 2020'이 유력하다는 전망이 설득력을 얻고 있는 것이다.

국민의힘 중진의원은 12일 "강서구청장 선거를 보면 수도권 표심이 어떤 생각을 갖고 있는지 짐작케한다. 21대 총선에서처럼 (여당이) 수도권에서 참패할 가능성이 높아보인다"고 말했다. 21대 총선 당시 국민의힘은 수도권 121석 가운데 16석을 얻는데 그치면서 전국적으로 참패했다.

다만 여론조사 전문가들은 강서구청장 선거 결과만으로 내년 총선 결과를 단정 짓는 건 섣부를 수 있다는 분석을 내놓는다. 실제 최근 이뤄진 여론조사에서는 '야당 압승'을 예고할만한 지표가 목격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 출근 | 국민의힘 김기현 대표가 13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당대표실로 출근하고 있다. 연합뉴스 김도훈 기자


엠브레인퍼블릭·케이스탯리서치·코리아리서치·한국리서치가 9∼11일 정당지지를 조사한 결과, 국민의힘 31%·민주당 29%로 나타났다. 오차범위 내 접전이다. 내년 총선에 대한 인식 조사에서도 '국정운영을 더 잘하도록 정부와 여당에 힘을 실어줘야 한다'는 응답이 43%, '정부와 여당을 견제할 수 있도록 야당에 힘을 실어줘야 한다'는 응답이 46%로 나타났다. 오차범위 내 팽팽한 대결인 것이다. 이같은 여론 흐름은 지난 7∼8일 실시된 연합뉴스·연합뉴스TV·메트릭스 조사에서도 비슷했다. 정당지지도나 내년 총선 인식 조사에서 여야는 접전을 펼치고 있는 것으로 집계됐다.

엄경영 시대정신연구소장은 12일 "강서구청장 선거는 검찰이 이재명 대표 수사를 2년 넘게 했는데 구속영장이 기각되자, 진보층이 검찰의 무리한 수사를 심판한 것으로 봐야 한다"며 "최근 여론조사에서 여야 지지율과 정권심판·거야심판 응답이 비슷하게 나온 결과에 비춰볼 때 실제 투표율을 고려한다면 아직은 여당 우위 기조가 유지된다고 본다"고 말했다. 여론조사에서 여야가 비슷한 지지를 얻지만, 실제 투표에서는 여당 지지성향이 강한 60대 이상의 투표율이 높기 때문에 여당이 유리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반면 강서구청장 선거에 나타난 표심은 윤 대통령 국정운영에 대한 심판 민심이기 때문에 내년 총선에서도 정권심판 기류가 이어질 것이란 전망도 여전하다. 국민의힘 중진의원은 "강서구청장 선거 결과는 윤 대통령의 1년5개월 국정에 대한 수도권 민심의 평가로 봐야 한다"며 "윤 대통령이 정말 획기적인 국정쇄신을 결행하지 않는다면 내년 총선도 마찬가지 성적표를 받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안철수 국민의힘 의원은 13일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나와 "(강서구청장 선거에서) 진 쪽에서 제대로 문제점을 파악해서 민심에 맞게 쇄신 노력을 다하면 총선에서 이길 수 있고, 반대로 이번 선거에서 이겼다고 자만하면 오히려 총선에서 질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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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경용 기자 rabbit@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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