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관에 가고 싶다 - ‘청주맹학교 허마리아도서관’
시각장애아들의 눈을 대신하다
띠리리리리리~ 쉬는 시간을 알리는 종소리가 울리자 청주맹학교 학생들이 하나둘씩 ‘허마리아도서관’으로 모여들기 시작한다. 아이들은 ‘어떤 책을 읽을까’ 생각하며 이 책 저 책 둘러보며 책 구경을 하는데 여념이 없다.
백과사전 같은 두께의 책을 들고 “선생님 이거 재밌을 것 같죠”하며 환하게 웃는 차해원 양. 12살 해원 양이 들고 온 것은 다름 아닌 점자도서다. 말 그대로 흰 종이에 점들만 빼곡히 박혀있는 점자도서를 손으로 만지며 해원 양은 웃기도 하고 교사에게 질문도 하면서 재미난 독서 시간을 보냈다. 해원 양은 비록 눈이 보이지는 않지만 점자도서를 통해 신사임당, 이순신, 정약용 등 웬만한 위인전과 창작동화는 섭렵한 상태다.
상당구 탑동에 위치한 청주맹학교 허마리아도서관의 일상적인 풍경이다.

청주맹학교는 최근 허마리아도서관 리모델링을 실시, 많은 장애아들이 도서관을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게 됐다.
편리한 독서할 수 있는 도서관으로 변화
청주맹학교 허마리아도서관이 장애학생들의 맞춤형 도서관으로 거듭났다.126명의 시각장애 학생들이 재학하고 있는 청주맹학교는 최근 도서관리시스템(DLS : Disital Library System), 학습보조기기(MP3), 바닥과 페인트 공사를 통한 열람 공간 구축 등 도서관의 전반적인 시설과?시스템을 바꾸었다. 도서관 업무를 담당하고 있는 박은지 교사는 “체계적인 도서관리 전산화 시스템 DSL 도입으로 원활한 대출은 물론 분류도 체계적으로 할 수 있어 장애아들이 보다 독립적으로 독서를 할 수 있게 됐다”고 전했다.
허마리아도서관에는 편안한 자세로 독서를 할 수 있는 널찍한 소파가 구비돼 있으며 학생들이 장애 정도에 따라 책을 선택해서 볼 수 있도록 점자·묵자·녹음도서 등 다양한 형태의 도서가 마련돼 있다. 현재 청주맹학교에 있는 7000여권의 도서 중 점자도서는 3000여권, 묵자도서는 3500여권, 녹음도서, 200여권, 라벨도서는 300여권이다.

착한도서관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건립
허마리아도서관 리모델링은 한국스탠다드챠티드(SC) 은행의 후원과 하트하트 재단의 주최로 이뤄졌다. 착한도서관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이뤄진 허마리아도서관 리모델링은 전국 12개 맹학교 중 강원명진학교와 함께 선정돼 실시된 것. 하트하트 측은 “청주맹학교와 강원명진학교의 환경개선을 통해 장애아들이 장애로 인한 제약 없이 안전하고 편안하게 도서관을 이용할 수 있도록 했다”고 전했다.
도서관 리모델링을 계기로 청주맹학교는 앞으로 도서관을 활성화시키고 학생들의 독서활동을 늘리는데 주력할 계획이다. 이용자 교육을 실시하고 꾸준히 신간도서를 구입하며 도서를 체계적으로 관리하는데 중점을 둘 예정이다. 구문회 교장은 “그동안 해오던 다독자 시상, 독후감 대회 등 도서관 활동을 꾸준히 이어가면서 보다 많은 학생들이 도서관을 이용할 수 있도록 이용자 교육에 보다 집중할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도서관은 시각 장애인들에게 필수항목
사람이 세상의 정보를 취득할 때 90% 이상을 시각으로 얻는다는 연구결과가 있다. ‘우리 몸이 백 냥이라면 눈이 아흔 냥’이라는 속담이 전혀 근거 없는 말이 아닌 셈이다. 하지만 이 말은 어디까지나 비장애인들의 얘기. 시각장애인, 특히 어린 시각장애아들에게는 가슴 아픈 말이 될 수 있다.
전문가들에 따르면 시각장애인들이 정보를 취득하기 위해서는 비장애인에 비해 열배 이상의 노력이 필요하다. 이런 상황에서 청주맹학교 허마리아도서관 리모델링은 주목할 만하다. 비장애인들 입장에서 보면 ‘학교 도서관 리모델링이 뭐 그리 대단할까’ 싶지만 시각장애인들에게 독서의 효과와 영향력은 비장애인들이 느끼는 독서 효과에 견줄 바가 못 된다.
청주맹학교 구문회 교장은 “이번 리모델링을 통해 독서능력 향상은 물론 장애아로써의 한계를 조금이라도 극복하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