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IP 확대가 투자자 피해 키운다”

2026-05-07 13:00:23 게재

홈플러스 피해자측, 회생 연장·우선변제 구조 비판

“운영자금 늘수록 후순위 채권 회수 어려워져”

홈플러스 유동화전단채(ABSTB) 피해자들이 회생절차 연장과 추가 DIP(회생기업 긴급 운영자금) 금융 지원이 일반 회생채권자의 피해를 키울 수 있다고 주장했다. 회생기업 운영자금 조달을 위한 DIP 구조가 후순위 채권자의 회수 가능성을 낮추는 방식으로 작동하고 있다는 비판이다.

홈플러스물품구매전단채피해자 비상대책위원회(비대위)는 7일 서울회생법원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시간벌기식 회생 연장을 중단하고 유동화전단채 피해자 보호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밝혔다.

앞서 서울회생법원은 지난 4월 30일 홈플러스 회생계획안 가결 기한을 기존 5월 4일에서 7월 3일까지 연장했다. 법원은 홈플러스 익스프레스 매각 절차와 후속 조치를 고려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전단채 투자자들은 회생 연장이 회생 가능성을 높이기보다 DIP 확대와 자산 매각을 위한 시간 확보로 이어질 수 있다고 주장했다. 특히 회생절차 연장 직후 홈플러스가 메리츠금융그룹에 추가 DIP 지원을 요청한 점에 주목하고 있다.

피해자들은 회생법원이 채권자 보호보다 회생 유지에만 무게를 두고 있다는 비판도 내놓고 있다.

피해 규모도 상당하다. 홈플러스 물품구매 전단채 발행 규모는 약 4019억원, 투자자는 약 600명 수준으로 파악된다. 개인 투자 비중이 높은 것으로 알려지면서 투자자 피해와 시장 신뢰 훼손 우려도 커지고 있다.

DIP는 회생절차 중 기업 운영자금을 조달하기 위한 금융 방식이다. 일반 회생채권보다 우선변제 성격을 갖는다. 이들은 DIP 규모가 커질수록 유동화전단채 투자자 등 후순위 채권자의 회수 가능성이 더 낮아질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업계에서는 DIP 중심 회생 구조 자체에 대한 우려도 나온다. DIP는 기업 운영 유지에 필요한 자금을 신속히 조달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지만, 대주주의 실질적 자본 투입 없이 신규 차입만 확대될 경우 남은 자산가치를 기반으로 선순위 채무만 늘어날 수 있다는 지적이다.

특히 회생금융과 기존 채권자 보호 사이 충돌이 커지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기업 정상화를 위해서는 운영자금 공급이 필요하지만, 회생이 실패하거나 청산으로 이어질 경우 DIP 자금은 공익채권에 준하는 우선변제 구조를 갖기 때문에 후순위 회생채권자의 회수 가능성은 더욱 낮아질 수 있기 때문이다.

회생기업을 살리기 위한 금융 구조가 결과적으로 기존 피해자의 손실 부담을 키우는 딜레마로 이어질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피해자측은 추가 DIP 조달이 운영자금 확보를 넘어 우선순위 채권 확대 구조로 이어질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비대위는 “추가 자금이 운영비와 공익채권 상환 등에 우선 사용되면 일반 회생채권자는 뒤로 밀릴 수밖에 없다”며 “회생절차가 반복될수록 일반 채권자의 변제 가능성은 더 낮아질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홈플러스 회생계획 자체의 실효성에도 의문을 제기했다. 지난해 삼일회계법인 조사보고서에서 홈플러스 청산가치가 계속기업가치보다 높다는 분석이 나온 이후 인가 전 인수·합병(M&A)이 추진됐지만 수차례 실패했다는 것이다. 이후 익스프레스 분리매각과 점포 정리, DIP 조달 중심 구조조정 방안도 추진 동력을 잃고 있다는 주장이다.

홈플러스 물품구매전단채피해자 비상대책위원회는 지난 3월 19일 서울회생법원 앞에서 ‘홈플러스 공익채권 확대, 회생절차의 구조적 문제제기 기자회견’을 개최했다. 사진 비상대책위원회 제공
비대위는 특히 회생계획안 상당 부분이 향후 자산 매각과 인가 후 M&A에 의존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시간이 길어질수록 영업 기반 약화와 자산 가치 하락이 동시에 진행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또 기존 관리인 체제 유지에 대해서도 우려를 나타냈다. 회생절차에 대한 시장 신뢰 회복과 채권자 보호를 위해 독립적인 제3자 관리인 검토가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비대위는 “회생절차가 채무자 운영 유지 중심으로만 진행될 경우 일반 회생채권자와 피해자 보호가 후순위로 밀릴 수 있다”며 “익스프레스 매각대금과 자산 처분 자금은 DIP 상환보다 피해자·협력업체 보호에 우선 활용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법조계에서는 홈플러스 회생 과정이 기업 정상화와 채권자 보호 사이 균형을 어떻게 맞출 것인지 보여주는 대표 사례가 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장세풍 기자 spjang@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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