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사고, '머리'는 봐주고 '꼬리'만 처벌한다

2015-03-12 13:11:05 게재

7명 숨진 노량진 수몰사고, 발주자 책임없이 하청소장만 처벌

잊을만하면 되풀이 되는 건설사고에서 최고 책임자가 처벌을 받는 경우는 드물다.

권한이 많은 집단의 책임자일수록 오히려 책임이 줄어드는 것이다. 2년 전 벌어진 노량진배수지 수몰사고의 경우에도 예외는 아니었다.

2013년 7월, 서울 동작구 노량진1동 한강대교 남단 서울시 상수도관 부설작업 현장에 갑작스레 강물이 대량으로 유입돼 작업자 7명이 숨지는 사고가 벌어졌다.

폭우 속에서 대형 상수도관 공사를 강행하다 빚어진 예견된 참사였다.

당시 집중호우로 인해 한강 수위가 급상승하면서 강물이 한강 둔치로 뚫린 대형 구멍을 통해 공사 현장으로 범람했다.

공사 현장에는 터널에 물이 유입되는 것을 막는 차단막이 설치되어 있긴 했으나 범람한 강물의 압력을 막지는 못했다.

이렇듯 대형참사가 벌어졌음에도, 문승국 당시 서울시 부시장이 도의적 책임을 사의를 표명하였을 뿐, 발주청인 서울시 당국은 법적책임을 지지 않았다.

당시 검찰은 현장관리책임자 4명(감독관, 책임감리원, 원도급소장, 하도급소장)을 모두 기소했다.

1심 재판 결과는 발주청 감독관은 무죄였으며 책임감리단장과 원청소장은 집행유예 2~3년형이 선고됐다. 반면에 하청소장에게는 징역 2년이 선고됐다.

지난해 12월 대법원에서의 최종판결은 1심의 판결대로 확정됐다.

이러한 노량진 수몰사고 재판 결과는 우리나라 건설현장의 사고가 이른바 '꼬리자르기식 처벌'로 결말지어진다는 것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다.

건설현장에서의 최고 의사결정권자는 누가 뭐래도 발주청 감독관이며 그 다음으로 현장에 대한 권한과 책임은 책임감리단장, 원청으로 이어진다.

하청소장은 서울시와 책임감리단의 감독과 지시에 따라 작업을 수행한다.

즉, 현장에 대한 권한은 발주청 감독관이 가장 크고, 다음으로 책임감리단장, 현장소장 및 하청소장의 차례다.

특히 하청소장은 빠듯한 하청공사비를 가지고 인부들을 독려해 현장 업무를 진행하는 가장 권한이 적은 책임자다.

그럼에도 노량진 수몰사고 처벌에서 가장 무거운 처벌을 받은 것은 하청소장으로, 더 많은 권한을 가진 윗선들은 솜방망이 처벌을 받았을 뿐이다.

건설경제연구소 신영철 소장은 이점에 대해 "건설현장에서의 안전사고를 줄이기 위해서는 권한이 많은 발주청에게 가장 큰 법적 책임이 부여되어야 하는데, 현실은 정반대이다. 힘없고 권한없는 하층민들만 더욱 어려워지게 되었다"라고 답답함을 토로했다.

또한 "권한만큼의 책임을 부여시키면, 건설현장의 안전사고는 대폭 줄어들 것"이라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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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희진 기자 law@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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