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 시행 새 주거급여 진단 2│통합급여에서 맞춤형으로

수급대상 늘고, 급여액도 확대

2015-03-19 11:01:47 게재

기존 주거급여, 수급자격 상실하면 모든 급여 잃어

새 주거급여, 거주형태·주거비 부담 수준 등 고려

7월 1일 시행되는 새 주거급여는 기존 국민기초생활보장법(기초법) 내 주거급여와 체계 및 내용이 확연히 다르다. 맞춤형 급여로 탈바꿈했다.


기존 주거급여는 2000년 10월 기초법 시행과 함께 도입됐다. 발단은 1998년 45개 시민단체가 '국민기초생활보장법 제정 추진연대회의'를 구성, 법 제정을 청원하면서 시작됐다. 당시 우리나라는 IMF 외환위기 여파로 수많은 실직자가 발생하고, 명예퇴직자가 쏟아지던 때였다. 많은 저소득층이 사회보장 혜택의 사각지대에 놓여있는 상황에서 국가가 모든 국민의 기본적인 생활을 제도적으로 보장해야 하는 처지에 놓이게 된 것이다. 1998년 10월 '기초법'이 국회에 첫 발의됐고, 2년 후 그 성과물이 세상에 빛을 보게 됐다.

기존 주거급여는 보건복지부 장관이 수급자 연령, 가구규모, 거주지역, 그밖의 생활여건 등을 고려해 지급기준을 책정했다. 특히 생계 주거 의료 교육 자활 등 7개 급여를 최저생계비 이상(수급자 소득인정액금액 포함)이 되도록 보장했다. 주거급여는 임차인인 경우 월임차료와 전세금 대여를, 주택소유자에겐 유지수선비를 현금과 일부 현물형태로 지급했다.

◆기초법, 헌법의 '인간다운 생활권리' 최초 실현= 기초법은 종전 '생활보호법'과는 사뭇 달랐다. 무엇보다 각종 급여를 받을 '권리'가 강조됐다. 기초법은 헌법에 규정한 '인간다운 생활권리'를 실현하기 위해 최저생활을 보장받을 권리를 제도적으로 실현한 최초의 법률이다. 이는 '모든 국민이 '사회보장' 급여를 받을 권리가 있음'을 천명한 '사회보장기본법'(2014년)으로 계승됐다. 여기서 사회보장이란 실업 노령 질병 빈곤 등 사회적 위험으로부터 국민을 보호하고, 국민 삶의 질을 향상시키는데 필요한 사회보험, 공공부조, 사회서비스를 말한다.

이 중 주거급여가 해당되는 공공부조는 국가와 지방단체의 책임하에 생활유지 능력이 없거나, 생활이 어려운 국민의 최저생활을 보장하고, 자립을 지원하는 것을 일컫는다.

기초법은 또 '연령별' 대상자 구분을 삭제하고, 대신 신체·정신적 능력과 부양, 간병,양육 등 가구여건을 고려했다. 수급권자 범위가 확대되는 결과를 가져왔다. 반면, 생활보호법은 '거택보호자는 18세 미만 아동 및 65세 이상자로, 자활보호자는 위 대상 제외자로서 경제활동 가능자' 같이 연령기준으로 대상자를 나눴다.

빈곤층 지원제도로서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는 짧은 역사에도 불구하고 빈곤층의 최저생활을 보장하는 강력한 제도로 작동했다. 모든 국민의 최저생활보장이 국가 의무며, 모든 국민은 국가로부터 최저생활을 보장받을 권리를 법률로 인정받았다.

그러나 비현실적인 최저생계비 설정으로 주거지원이 필요한 세대를 모두 포괄하지 못하고, 급여가 수급자 여건을 무시한 채 일괄 지급되고, 턱없이 부족한 주거비 책정 등으로 대규모 사각지대를 만들게 됐다는 지적을 받았다.

김선미 성북주거복지센터장은 "주거급여는 기초법이 도입되면서 이전 생활보호법에는 없던 급여가 신설된 것"이라며 "급여 종류의 다양화를 도모했지만 실제 가난한 사람들의 주거비 부담을 반영하지 못하고, 주거안정과 주거상향에 기여하는데도 한계를 보였다"고 평가했다.


◆전국 4급지로 나눠 기준임대료 책정 = 박근혜정부는 '맞춤형' 복지를 목표로 주거급여를 기초생활보장제도에서 분리했다. 기존 최저생계비 이하 가구에게 일괄 지급하던 것을 급여별 특성에 따라 기준을 달리 설정했다. 담당부서도 보건복지부에서 국토교통부로 이관해 별도 제도로 독립시켰다.

새 주거급여는 소득기준을 정하는데 '최저생계비라'는 절대적 기준 대신 '중위소득'이라는 상대적 기준을 채택했다. 기존 기초법 하에서는 수급대상 선정기준이 소득(최저생계비)이라는 단일기준으로 돼 있어 수급자격을 상실하면 모든 급여를 잃게 되는 불합리함이 있었다. 새 주거급여는 또 급여별로 소득기준에 차등을 뒀다. 생계급여 중위소득 30% 이하, 의료급여 40% 이하, 교육급여 50% 이하로 정했다. 주거급여는 월소득 대비 임대료 부담 수준이 높은 '중위소득 43% 이하'로 결정했다. 기존 주거급여의 현금급여기준선(중위소득 33%)보다 10%p 높아졌다. 그만큼 대상자가 확대된다는 뜻이다. 2014년 4인가구 기준 월소득 173만원 이하 가구에 해당된다.

이에 따라 새 주거급여는 내실화도 기했다. 대상가구의 거주형태, 주거비 부담수준 등을 고려해 주거비를 책정한다. 기존 주거급여는 소득만을 고려할 뿐 수급대상의 주거비 부담수준은 고려하지 않았다. 급여는 임차가구는 물론, 자가가구에게도 지급된다. 임차가구는 '기준임대료'를 상한으로 실제 임차료를 고려해 지급한다. 이때 수급자의 소득인정액이 생계급여 선정기준보다 적거나 같으면 기준임대료(혹은 실제임대료) 전부를 지급한다. 그러나 소득인정액이 생계급여 선정기준보다 많으면 자기부담금을 부과한다. 자기부담금은 (소득인정액-생계급여 선정기준)의 절반을 부과한다. 참고로 올해 생계급여 선정기준은 월 38만(1인)~144만원(6인)이다.

기준임대료는 전국을 4급지(1급지 서울, 2급지 인천경기, 3급지 광역시 4급지 도지역)로 나눈 뒤 가구원수에 비례해 책정한다. 2014년의 경우 10만~34만원이었다. 올해 기준임대료는 이달중 중앙생활보장위원회에서 확정한다.

자가가구엔 소요액 및 주택노후도 등을 고려해 주택개량비(수선유지비)를 산정한뒤 정부(지자체)가 직접 수선한다.

새 주거급여가 도입되면서 수급대상과 가구당 월평균 급여액이 확대됐다. 수급자가 기존 73만 가구에서 97만가구로, 급여액은 기존 8만원에서 11만원으로 각각 늘었다.

김혜승 국토연구원 연구위원은 "지금까지 주거복지정책은 공공임대주택이라는 공급측면의 주거지원에 치우쳤던 것이 사실"이라며 "수요측면의 주거지원인 새 주거급여가 성공적으로 구축된다면 비로소 공급·수요측면의 균형을 이루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김 위원은 "새 주거급여가 제대로 정착하려면 소득기준 상향 및 부양의무자 기준 적용 여부 등 제도의 효과를 극대화하는 방안에 대한 지속적인 검토와 보완이 필요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7월 시행 새 주거급여 진단" 연재기사]
- [1 주거빈곤 실태] 비닐하우스 판잣집 고시원 거주가구 급증 2015-03-18
- [2 통합급여에서 맞춤형으로] 수급대상 늘고, 급여액도 확대 2015-03-19
- [3 과제 및 전문가 제언] "부양자의무기준 폐지·완화해야" 2015-03-20

김병국 기자 bgkim@naeil.com
김병국 기자 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