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 원종혁 충북 증평공고 부장교사

"숲에 온 아이들 욕설 거의 안해 놀라워"

2015-06-24 11:53:33 게재

"학교에선 50분 수업하기가 어렵습니다. 집중력이 떨어져 30분을 넘기지 못하고 휴대폰을 찾는 아이들입니다" "수업 중에도 모아둔 휴대폰이 보여야 안심을 합니다." "그런데 숲에 온 아이들이 두 세 시간동안 프로그램에 집중하는 것을 보고 놀랐습니다" '숲으로가는 행복열차' 인솔교사로 참여한 원종혁(증평공고 부장교사)교사의 말이다.

원 교사는 출발 전 걱정이 앞섰다고 했다. 이 아이들과 3박4일을 잘 보낼 수 있을지.

하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짜증내는 말투나 욕이 줄어드는 것을 보고 속으로 많이 놀랐다는 원 교사.

특히 "싸운 아이들이 '화해하고 나니 마음속까지 후련하다'는 말하는 것을 보고 고마운 마음이 들었다"고 말했다. 이번 프로그램에 학교 부적응학생과 나름 1학년 '범생이'를 섞어서 참여시켰다. 원 교사는 1학년 학생들이 2학년 선배들에게 밀리거나 쳐지지 않고 분위기를 밝은 쪽으로 유도하는 역할을 했다고 설명했다.

특히, 산행 후 조별 토론의 힘은 대단히 컸다며, 토론 결과가 전체 프로그램 진행에 큰 영향을 미친 것 같다고 말했다. 다툰 두 학생을 화해시키는 과정에서 조원들과 함께 참여한 학생 모두를 토론의 장으로 끌어들인 것도 학생들에게 민주주의를 배우고 실천하는 중요한 시간이었다고 덧붙였다.

1학년 학생들은 2학년 선배들과 은근히 기 싸움도 즐겼다. 2학년들은(행사에 참여한) 무단결석과 이탈 등 출결문제가 심각한 상태. 주로 PC방이나 유흥가를 돌며 밤늦게까지 술을 마시거나 게임에 빠지기 때문에 아침에 일어나기가 어려워 지각하기가 일쑤라는 것. 대부분 가정불화 등 가족과 많은 문제가 학생들을 밖으로 돌게 하는 원인이라고 설명했다.

원 교사는 "3일 동안 얼굴 표정이 무척 밝아졌다. 욕하는 아이들이 거의 없는 것을 보고 귀를 의심했다. 이렇게 말랑말랑해진 아이들이 다시 좋지 않은 환경에 노출돼 생각과 행동이 원위치 될까봐 걱정"이라고 말했다.

프로그램이 좀 더 길었으면 좋겠다는 의견도 제시했다. 또한 이번 프로그램에 참여한 학생들이 학교로 돌아간 후 연계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어떻게 만들어 낼 것인지 고민하겠다고 말했다. 이번 프로그램은 진심으로 대하면 짧은 시간에도 마음이 통한다는 것을 보았고, 평소 아이들 지도방법에 대해 많은 고민과 생각을 하는 여행이었다고 말했다.

원 교사는 "학생들이 아침식사를 하면서 행복해 하는 모습을 보았고, 아이들은 진행팀과 멘토들이 정성과 사랑으로 위해주는 것을 느꼈을 것"이라며 "아이들이 닫힌 마음의 문을 열기에 충분한 시간이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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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호성 기자 hsjeon@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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