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열차, 위기학생에 희망 나침판"

2015-12-21 10:46:20 게재

숲에 든 아이들 '부적응' 딱지 떼고 자존감 충만해져

교육부가 주관하는 '숲으로 가는 행복열차'가 올해 총 17회 운행을 마쳤다. 지난 2013년 대전시교육청에서 출발한 행복열차는 교육부와 산림청, 코레일이 업무협약을 맺고 위기학생들을 위한 숲 프로그램을 진행했다.

3년 동안 43회 무사고 운행을 마쳤다. 올해만 서울에서 제주까지 17개 시도교육청 소속 아이들 600여명이 숲에 들었고, 잠시나마 학교폭력 가피해 공포에서 벗어났고, 게임 유혹도 떨쳤다. 말문을 닫았던 아이들이 마음 문을 열고 친구들과 소통했다.

별을 보며 우주를 여행했고, 자신의 꿈을 하늘에 수놓았다. 프로그램에 참여했던 많은 교사들이 "이렇게 잘 뛰어놀고 자신의 감정과 생각을 잘 나타내는데 '학교부적응'으로 분류되었다는 게 가슴 아프다"고 말했다.

하지만 복잡하고 빠른 사회변화 속도에 아직도 위기청소년에 대한 대처가 미흡하다는 지적이다. 학교폭력, 가정폭력 등 다양한 사유로 인한 학교생활 위기학생과 학업중단 청소년이 증가하는 추세기 때문이다.

이제 교육을 학교에만 의존해서는 안된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가정에서, 공공기관과 기업, 각종 단체 등 사회가 힘을 모아 융합정책을 펼칠 때 올바른 교육이 가능하다는 진단이 나왔다. 정답만을 외워야 하는 시험위주의 한국 교육에 문제점은 없는지 돌아봐야 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올해는 서울시교육청이 주최하며 현장을 지휘했다. 17개 시도교육청을 통해 다양한 학생들이 숲에 들었다. 숲에서 공존과 배려를 배우고 체험했다. 진행자들은 아이들을 독촉하지 않고 기다려줬다. 멘토는 형과 누나 언니 부모 역할을 톡톡히 했다. 분노가 치민 아이들이 뱉은 심한 욕설과 폭행도 조용히 다 받아냈다. 이런 아이들을 안고 함께 눈물을 흘렸다. 작은 상처가 나면 구급약통을 들고 달렸다. 밤에는 교대로 불침번을 섰고, 밤길과 산길을 앞서 안내했다.

아이들은 스태프와 멘토를 믿고 따랐다. 태어나 처음 내손으로 밥도 해보고 화장실 청소도 했다. 용기를 내서 밤길 산행도 했다. 비슷한 또래 아이들은 서로 손을 잡아줬다. 분노조절 장애가 심한 아이는 또래가 컵의 물을 쏟자 "괜찮아 닦으면 돼"라며 웃었다. 그렇게 행복열차는 아이들에게 긍정적 변화의 밑거름을 뿌렸다. 위기학생에 대해 편견을 버리고 새로운 정책대안이 필요하다는 것을 제시했다.

인솔교사로 참여한 안효진(성북위센터) 상담사는 "주변에 청소년 프로그램은 많습니다. 참여도 많이 해봤고요. 그런데 행복열차는 차원이 다른 것 같네요. 운영자와 진행자의 사랑이 고스란히 아이들에게 전해지는 것을 온몸으로 느꼈습니다. 내년에 아이들과 함께 꼭 다시 오고 싶습니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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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호성 기자 hsjeon@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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