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 유목민' 올해도 갈곳 없다

2016-02-02 11:03:00 게재

수도권 전세 상승률 15년 최고치 … 전세 보증금, 매매가 80% 근접

지난해 수도권 전세가격이 2001년 이후 15년 만에 가장 큰 폭으로 올랐다. 저금리로 인해 월세 수익을 선호하는 집주인과 전세를 찾는 임차인들 사이의 수요공급 불일치가 결정타였다.

2일 부동산114 등에 따르면 지난해 수도권 아파트의 평균 전세 보증금은 3.3㎡당 894만원으로, 2014년 773만원 대비 15.6% 뛰었다. 연간 상승률로 따지면 2001년 21.6%를 기록한 이후 최고치다.


지난해 수도권 전세 보증금은 매매가의 80%까지 접근했다. 부르는 게 값인 전세 보증금은 서울에서 경기도로 전세를 찾아 떠나는 대규모 '전세 유목민'을 양산했다.

이에 반해 정부는 월세주택 확대만 고수하고 있다. 이 때문에 전세가 오름 추세는 당분간 지속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올해 들어서도 전세가 오름세가 포착됐다. 수도권 전세 보증금이 지난해 말 3.3㎡당 894만원에서 한달 만에 896만원으로 0.22% 가량 올랐다. 또 국토연구원이 지난해 말 전국 2204개 공인중개업소를 대상으로 조사 한 결과 수도권에서 전세를 구하려는 사람이 전세를 놓으려는 사람보다 많다는 응답이 56.2%로 나타났다.

특히 개포지구 등 대형 재건축 사업에 따른 멸실과 정부의 민간 월세 주택인 뉴스테이 사업 확대에 따라 올해 전셋집 찾기는 더 힘들어질 전망이다.

전세를 선호하다 보니 월세를 낮추는 대신 보증금을 높이는 방식의 변형 거래도 증가하고 있다. 지난달 서울지역 주택 전월세 거래가 지난해 1월에 비해 감소했는 데도 준전세 거래량은 같은 기간 40% 이상 증가했다. 준전세는 보증금이 월세의 240배를 초과하는 형태로 월세는 적고 보증금이 많은 경우다.

전세대란 장기화가 예상되면서 정부의 가격 규제 필요성도 제기됐다. 조명래 단국대 교수는 "올해 매매가 줄면서 전세대란은 더 심각해질 것"이라며 "전월세 인상률 상한제 등을 도입해 가격정책을 펼쳐야 하지만 정부에서 시장가격에 개입할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고 지적했다.

전세대란으로 서민들의 불만이 높아지면서 4월 총선을 앞두고 '깜짝 전세 대책'이 발표될 가능성도 점쳐진다. 정부가 적정 전세가를 제시하는 방안이다. 전세금에 금리를 반영하면 적정 월세가가 나온다.

하지만 현 전세대란 타개책을 정부가 직접 제시할 가능성은 낮다. 장기전세 공공주택 공급 여건이 안되는 데다 이미 주택정책의 무게중심이 월세주택으로 옮겨간 상황이기 때문이다.

김성배 기자 sbkim@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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