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츠코리아, 법 상습위반 개선될까
과징금·과태료 내며 수입차 시장 1위 고수 … 벤츠 "행정적 실수"
메르세데스-벤츠코리아가 한국시장에서 각종 법령을 어기면서 판매하는 관행이 개선될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 국토교통부, 환경부 등 자동차산업 관련 부처들이 벤츠코리아를 검찰에 고발키로 한데 이어 환경부도 유해물질 배출과 관련한 검증에 나섰기 때문이다.
15일 산업부, 국토부, 환경부 등 관련 부처에 따르면 벤츠는 2011년 이후 관련 법을 무시하면서 자동차 부품을 바꿔 판매해오다 수차례 과태료·과징금 처분을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적발건수만 수십건에 달한다. 상습적으로 인증 규정을 위반해온 것이다.
관련 부처가 공동으로 나선 것도 재발 방지를 위해서다. 실정법을 어기는 벤츠를 그대로 둘 경우 '과태료·과징금만 내면 법을 어겨도 된다'는 법 무시 풍조가 만연될 수 있기 때문이다.
◆독일 본사와 한국법인 불통? = 이번 논란은 벤츠가 관계 기관에 신고하지 않은 채 S350 변속기를 7단에서 9단으로 바꿔 팔면서 시작됐다.
자동차의 심장이라고 할 수 있는 파워트레인은 엔진과 변속기로 구성된다. 그만큼 중요한 부품이다. 일반적으로 변속기 단수가 늘어나면 연비가 향상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다만 저속 주행시 성능 저하 가능성도 있다. 정부가 부품 변경과 관련해 인증을 강조하는 것도 차량과 부품, 제조업체에 따라 성능과 연비, 유해물질 배출이 천차만별이기 때문이다.
국토부 등 3개 부처는 벤츠가 3개 법을 위반한 것으로 보고 있다. 중요 부품 변경시 인증을 거쳐야 하는 '자동차관리법', 연비 변경에 따른 '에너지이용합리화법' , 배출가스와 관련된 '대기환경보전법' 등이다. 변속기를 바꿀 경우 차량 성능과 연비, 이산화탄소 배출에 영향을 미친다.
벤츠측은 "해당 부서에서 인지하지 못했던 행정적 실수"라며 "정부 지침에 맞춰 빠른 시간 내에 인증을 마칠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신차 출시나 핵심 부품 사양의 경우 해당 본사와 수입사간 짧게는 2~3개월, 길게는 1년간 논의한다. 수입 국가의 규정이나 규제에 맞추고 원가 등을 산출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중요 문제에 대해 행정적 실수라는 벤츠측 해명에 대해 업계에서도 납득하지 못하고 있다.
수입차업계에서도 "실수치고는 너무 심한 문제"라고 지적하고 있다. 벤츠 주장대로 내부 행정적 실수라면 사내 부서간 또는 독일 본사와 한국법인간 '의사소통'에 문제가 있다는 것을 스스로 인정하는 것이다. 하지만 해당 부품이 한국 규정을 충족하지 못했거나 마케팅 일정 때문에 인증절차를 무시했을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이러한 의혹에 대해 벤츠코리아는 "사실무근"이라고 부인했다.
그러나 벤츠의 '실수'가 이번이 처음이 아니라는 점에서 벤츠 해명은 신뢰가 떨어진다. 벤츠코리아는 과거에도 한국의 관련법을 어긴 경험이 수차례 있기 때문이다.
◆'과징금 세탁' 의혹 제기 = 국내에서 판매되는 차량은 중요 부품이 바뀌면 이를 사전에 신고한 뒤 판매해야 한다. 예를 들어 성능 개선을 하기 위해 더 나은 부품으로 바꾸거나, 부품을 공급하는 협력업체가 변경되면서 같은 성능의 부품 고유번호가 바뀐 경우도 이에 해당한다. 배출가스나 연비에 영향을 끼치는 경우가 대표적인 예다.
환경부는 2011년부터 2012년 7월까지 국내에 판매된 차량을 점검한 결과, 벤츠코리아가 세차례나 대기환경보전법을 위반 사실을 파악해 12억원이 넘는 과징금을 부과했다. 과징금은 결과적으로 판매관리비 증가로 이어져 소비자에게 전가된다. 벤츠는 2011~2012년 사이 'C220 CDI' 'E220 CDI' 'GLS220' 등 3개 차종 4130대를 변경인증하지 않은 채 판매했다. 벤츠는 뒤늦게 이 사실을 환경부에 신고했고 환경부는 10억원 과징금을 부과했다. 애초 대기환경보전법을 위반하면 판매액(2200억원)의 1.5%(33억원)를 부과해야 한다. 하지만 당시 과징금 상한액 때문에 환경부는 10억원만 부과했다. 이와 별도로 다른 인증 누락 건에 대해서도 과징금이 부과됐다. 벤츠는 뒤늦게 위반사실을 일괄 보고하면서 20억원이 넘는 과징금을 아꼈다. 당시 자동차업계에서는 '과징금 세탁'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였다.
환경부는 2014년에도 국내에서 판매되는 차량을 점검, 226건의 환경 분야 부품인증 누락을 적발했다. 이중 벤츠코리아는 52건이 적발돼 최다치를 기록했다. 당시 환경부는 배출가스 관련 부품은 무상수리 의무가 있는데 점화코일 등 7개 부품을 돈 받고 유상수리했다고 발표했다. 환경부는 또 부품결함이나 결합시정(리콜) 미보고, 리콜 미통지 등도 적발했다. 환경부는 매번 "관리감독을 강화해 제작사와 수입차의 책임을 강화하겠다"고 밝혔으나 벤츠의 위법 행위는 개선되지 않고 있다.
벤츠코리아측은 "인증 문제나 각종 대외업무를 위해 관련 임원을 외부에서 영입하는 등 노력하고 있다"며 "불미스러운 문제가 더 이상 일어나지 않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 환경부, 벤츠 S350 배출가스 검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