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장통 한국경제, 구조조정 도마에│③ 건설
'묻지마 해외수주'로 대규모 부실 양산
공사비 받으려 변호사비용까지, 예고된 손실 … 1분기 미청구공사금 15조 육박
대한민국이 불안하다. 청년들은 취업을 못해 실업률이 급증하고, 아버지들은 구조조정 한파에 떨고 있다. 불과 반세기 만에'Made in Korea' 신화를 창출했던 대한민국 산업은 지금 곳곳에서 위기에 봉착했다. 업종별 당면 과제와 회생방안을 차례로 모색해본다.
건설사의 해외 프로젝트 수주라는 장밋빛 실적 이면에는 대규모 부실이 숨겨져 있다. 손익 계산 없이 무리하게 덤핑 수주한 것이 원인으로 꼽힌다.
24일 업계에 따르면 해외공사를 포함한 미청구 공사금액이 올 1분기 15조원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엔지니어링이 6890억원으로 가장 많았고, 대우건설 5373억원, GS건설 3143억원, 대림산업 439억원 순이다. 미청구공사금은 계약금액보다 추가 비용이 더 들어 발주처에 공사비를 청구하지 못한 금액이다.

삼성물산과 현대건설, 대우건설, GS건설 등 주요 건설사들은 해외사업 부실로 인해 위태로운 실적을 보였다.
미청구공사금은 건설사들이 국제 중재 등을 통해 청구 절차를 밟지만 대부분 손실로 처리된다.
중동지역 미청구공사금이 늘어나면서 대형 로펌들이 이 지역에서 상담과 중재에 적극 나서고 있는 상황이다. 국내 대형로펌의 중동지역 전문 한 변호사는 "계약사항과 다른 공사진행이나 공기연장, 설계변경에 따른 분쟁이 대폭 늘어나고 있다"며 "건설사들이 손실처리를 하기 전에 국제 중재 신청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부실 해외사업장으로 인해 삼성물산은 지난 연말 적자를 낸 데 이어 올해 1분기 4150억원의 영업손실을 봤다. 대규모 손실은 해외 프로젝트에서 발생했다. 카타르 도로공사 프로젝트 설계 변경과 사우디아라비아 타다울 타워 공사 공기 지연 등에 대한 비용이 1분기에 반영됐기 때문이라고 삼성물산 측은 설명했다.
삼성물산은 지난해에도 호주 로이힐과 카자흐스탄 발하쉬 발전소 프로젝트에서 발생할 1조원 가까운 예상손실분을 반영했다. 설상가상으로 삼성물산은 8000억원 규모의 카타르 지하철 공사 계약이 해지되면서 2분기 실적도 어두운 상황이다.
SK건설도 해외시장과 악연이 깊다. 사우디 와싯(Wasit) 가스플랜트 공사는 지난 2014년 3월 준공 예정이었으나 1년 넘게 추가 지연됐다. 이로인해 1500억원의 손실을 반영했다. SK건설은 이라크 카르빌라 정유(Karbala Refinery, 1조7600억원) 프로젝트도 발주처와의 마찰로 공사가 장기간 지연된 것으로 알려졌다.
대우건설은 지난해 동남아시아 건축 사업장에서 170억원의 손실을 봤다. GS건설은 지난해 3분기 해외 플랜트에서 747억원의 적자를 냈다. 해외공사는 할수록 손해나는 사업으로 전락했다.
해외건설업계에서는 건설사들이 수주가 쉬운 일반 도급형 공사에 매달린 결과 대규모 손실이 발생한 것으로 보고 있다.
해외건설협회 등에 따르면 2012~2014년 국내 기업의 해외건설 계약은 단순 도급형 공사가 전체의 88.1%를 차지하고 있다. 반면 투자개발형 사업은 2.3%로 매우 저조하다.
일반 도급형 공사보다 신도시나 도로 분야 등 투자개발형 사업의 수익성은 2배 이상일 것으로 해외건설협회는 분석하고 있다. 정종현 해외건설협회 금융지원처 팀장은 "해외건설전문 금융기관 설립 등으로 건설사의 해외사업 진출 구조를 개편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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