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장통 한국경제, 구조조정 도마에│ ① 조선·해운
대한민국이 불안하다. 청년들은 취업을 못해 실업률이 급증하고, 아버지들은 구조조정 한파에 떨고 있다. 불과 반세기 만에 'Made in Korea' 신화를 창출했던 대한민국 산업은 지금 곳곳에서 위기에 봉착했다. 업종별 당면 과제와 회생방안을 차례로 모색해본다.
제조업에는 '30%의 법칙'이라는 말이 있다.
제조업 부가가치 비중이 국내총생산(GDP)의 30%까진 상승하지만 이후 침체로 돌아선다는 얘기다. 이런 현상은 선진국에서 뚜렷이 나타났다.
미국은 제2차 세계대전(1939~1945년) 이후 제조업 비중이 크게 늘어 1953년 28.5%로 정점을 찍은 후 지속 하락해 2013년 12.4%까지 떨어졌다. 영국과 프랑스, 일본도 각각 10.7%, 11.3%, 18.5% 수준에 그치고 있다.
한국은 2014년 30.3%로 최근 4년간 30%대를 유지해왔다. 그러나 한국도 '제조업 30% 법칙'의 예외일 수 없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우리나라는 최근 50년간 반도체 무선통신기기 자동차 철강 조선 건설 등 산업부문에서 기적이라 불릴 만큼 눈부신 성장을 해왔다. 그런데 'Made in Korea'호(號)가 지금 거대한 암초에 부딪혔다.
문제는 특정 한두개 산업만이 아니라 거의 전 산업분야에서 동시다발적으로 위기를 맞았다는 점이다.
엄이슬 삼정KPMG 경제연구원 연구원은 "국내 제조업의 경우 경쟁력이 하락하는 추세"라며 "올 1분기 시황과 매출에 대한 경기실사지수(BSI)는 현상보다 상당히 밑돌았다"고 설명했다.
이어 "지난해 4분기 제조업의 설비가동률을 봐도 73.6%로 금융위기 직후였던 2009년 1분기 66.5%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라며 "우리나라 제조업에서 과잉설비가 점차 심화되는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압축성장 모델 한계 제조업 위기 봉착
이정동 서울대 교수(산업공학)는 "그동안 우리산업은 압축성장을 거치면서 스스로 경험을 축적하기보다 선진국으로부터 개념을 받아 이를 실행하는 것에 익숙했다"면서 "그 모델이 한계에 부딪히며 위기가 심화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이덕근 생산기술연구원 중소중견기업지원본부장도 "우리는 주력산업의 수출을 빠르게 늘리기 위해 첨단소재는 외국에서 수입하면 된다는 의식이 있었다"고 지적했다.
조선·해운산업의 구조조정이 본격 착수됐다. 철강·석유화학·건설 등도 구조조정을 눈앞에 두고 있다. 이 과정에서 양극화와 실업문제가 불거질 것으로 우려된다.
통계청이 발표한 올 4월 청년층(15~29세) 실업률은 10.9%에 달했다. 동월대비 역대 최대치다. 장년과 청년층이 동시에 실업위기에 처한 것이다.
'유엔미래보고서 2050'에 따르면 2045년에 인간과 인공지능(AI)의 지능이 같아지고, 2050년엔 실업률이 최대 50%에 이를 것이라고 한다. 기계화·자동화가 던져줄 폐해다. 우리는 인공지능에 대한 두려움을 올 3월 열린 이세돌 9단과 알파고와의 바둑대결을 보며 예감했다.
실업의 문제는 현재의 위기이자 미래의 문제이기도 한 셈이다. 따라서 현재 진행되는 산업 구조조정은 일자리를 살리는 형태로 진행돼야 한다. 노사가 머리를 맞대고 사원주주제 등 제도개혁에 나서야 한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는 것도 이 때문이다.
이정동 교수는 "우리 산업이 겪고 있는 현재의 경쟁력 위기는 언젠가 한번은 꼭 겪고 넘어갈 수밖에 없도록 예정돼 있던 관문이자 성장통"이라며 "우리산업이 한 단계 도약하기 위한 해법은 긴 호흡으로 경험을 쌓는 축적의 시간을 어떻게 벌 것인가에 달려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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