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장통 한국경제, 구조조정 도마에│② 철강·석유화학

품질-가격 제고 하이브리드 전략을

2016-05-19 10:40:56 게재

일본 호주 인도 철강업체는 구조조정 착수 … 한국은 아직 해법 못찾아

대한민국이 불안하다. 청년들은 취업을 못해 실업률이 급증하고, 아버지들은 구조조정 한파에 떨고 있다. 불과 반세기 만에 'Made in Korea' 신화를 창출했던 대한민국 산업은 지금 곳곳에서 위기에 봉착했다. 업종별 당면 과제와 회생방안을 차례로 모색해본다.

 

포스코의 포항제철소 전경. 사진 포스코 제공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철강위원회는 지난달 중순 벨기에 브뤼셀에서 고위급 회의를 개최하고 철강산업의 과잉설비와 구조조정 향방을 논의했다.

OECD 철강위원회는 "세계 조강수요와 생산능력간의 차이, 즉 과잉설비는 2015년 7억톤 규모에 달한다"며 "글로벌 철강경기가 약세인 상황에서 공급과잉과 철강가격 하락으로 업계의 수익성이 악화됐다"고 진단했다.

이어 "일부 지역의 과잉생산능력은 다른 지역의 생산을 대체해 파산 및 해당지역내 실업을 유발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중국의 과잉공급시설을 겨냥한 발언이다. 중국은 세계 철강생산의 49%를 차지하고 있다.

철강가격은 2014년 하반기부터 크게 떨어졌으며 열연코일과 철근의 경우 1년새 각각 29%, 20% 하락했다.


전세계 과잉설비 지난해 7억톤 = 글로벌 경제위기와 중국발(發) 공급과잉으로 불거진 위기를 타개하기 위해 세계 주요 철강업체들의 움직임이 긴박해졌다.

철강업계 세계 2위인 신일철주금은 지난 13일 닛신제강을 전격 인수했다. 자사가 보유하고 있던 포스코의 지분 일부를 매각해 닛산제강 인수자금으로 활용한 것이다. 신일철주금은 "중국의 과잉생산으로 불거진 철강업계의 불황을 타개하기 위한 조치"라고 배경을 밝혔다.

앞서 인도의 철강업체 '타타스틸'은 올 3월 구조조정 일환으로 영국 서부의 탈보트제철소를 폐쇄키로 했다. 이로 인해 4000여명의 직원들이 일자리를 잃을 위기에 처했다.

호주의 아리움은 4월초 파산과 다름없는 자발적 법정관리를 선언했다. 중국과의 생산비 격차를 줄이기 어려운데다 갈수록 떨어지는 철강가격을 감당하지 못한다는 판단에서다.

중국은 올해부터 2020년까지 향후 5년간 신규 철강사업 승인을 중단하고 2019년까지 총 철강생산을 1억5000만톤 감축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이에 비해 한국은 아직 뚜렷한 해법을 찾지 못하고 있다. 주요 철강업체들이 비용을 분담해 자발적 구조조정에 대한 연구용역을 추진할 계획만 수립한 상태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용역 결과보고서가 나오면 오는 8월 기업활력제고특별법 시행과 연계해 지원방안을 강구하겠다"고 입장을 밝혔다.


국내 업체, 매출·영업익 모두 하락 = 세계 철강제품의 공급과잉은 10년 가까이 지속되고 있다.

월드스틸과 한국철강협회에 따르면 2008년 세계 조강생산량은 13억4300만톤이었으며 수요는 12억2900만톤이었으며, 2015년 세계 조강생산량은 16억2300만톤 수요는 15억1300만톤이었다. 지난해에만 1억1000만톤의 공급량이 남았던 것이다.

하지만 생산능력을 감안한 과잉설비는 약 7억톤에 이른다. 지난해 우리나라의 조강생산량은 6967만톤이었다.

지난해 세계 철강수요는 2009년 이후 6년 만에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세계 최대 수요처인 중국의 건설경기 침체와 자동차생산 둔화 영향이 컸다. 일본도 자동차·조선 등 수요산업 침체로 수요가 크게 줄었다.

설비는 많고 수요는 줄어드니 철강업계의 수익성은 악화되고 있다.

2015년 전 세계 732개 철강기업의 세전 평균 영업이익은 전 업종의 평균치 6.11%보다 훨씬 낮은 -1.88%에 불과했다. 조사대상 94개 산업 중 91위다.

국내 기업들도 실적부진 현상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주요 5개 업체의 올 1분기 매출과 영업이익, 당기순이익을 조사한 결과 모두 전년 동기대비 하락했다.

포스코는 지난해 1분기 매출 6조7876억원(별도 기준)에서 올 1분기 5조7671억원으로, 영업이익은 6217억원에서 5821억원으로 각각 줄었다. 같은 기간 현대제철도 매출은 3조4610억원에서 3조2039억원으로, 영업이익은 3405억원에서 2558억원으로 각각 감소했다.

동부제철, 세아제강도 마찬가지였다. 다만 동국제강은 지난해 1분기 영업순손실 684억원에서 올 1분기 412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H형강 철근 강관 통폐합 불가피 = 글로벌 경제가 침체되니 소비가 줄고, 소비가 줄어드니 해운(물류)과 건설경기가 부진하다. 해운업계 위기로 조선발주가 급감했고, 이는 조선업계의 수주감소로 이어져 결국 철강산업을 어렵게 한다.

여기에 중국의 저성장, 일본의 초엔저 영향까지 겹쳐 국내 철강업계의 구조조정은 불가피하다는 지적이다.

철강업계 한 관계자는 "철강 구조조정은 단기성과보다 중장기적 산업 경쟁력을 우선하는 방향으로 나가야한다"며 "한중일 3국의 제품과 시장 중복은 심화될 것이므로 기술기반의 고급(품질)경쟁력과 원가기반의 가격경쟁력을 함께 제고하는 하이브리드 전략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아울러 품목별로는 중국산 제품이 과다하게 들어온 H형강, 철근, 합금철의 업체별 통페합이 필요해 보인다. 셰일가스 영향으로 설비가 늘어난 강관도 대폭적인 구조조정이 불가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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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호 기자 jhlee@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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