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수처 설치법 8전9기 성공하나

가장 성공한 부패방지기관, 홍콩 '염정공서'

2016-08-05 10:46:54 게재

폭력조직 연계한 부패경찰 근절로 국민지지 절대적 … 1974년 설립, '법의 지배' 견인차

느와르(noir)는 '검은'이라는 의미를 지닌 프랑스어다. 홍콩느와르란 영화장르가 생길 정도로 홍콩 경찰과 폭력조직간의 부패는 심각했다. 하지만 그것은 1974년 염정공서(廉政公署, Independent Commission Against Corruption)가 생기기 전의 일이다.

염정공서는 공무원사회에 만연한 부패를 척결하기 위해 설치된 반부패전담기구다. 공무원 중에서도 가장 부패한 집단인 경찰조직을 주된 표적으로 삼아 강도 높은 수사를 했다. 그 결과 오늘날 홍콩은 국제투명성기구가 평가하는 아시아에서 싱가포르에 이어 두 번째로 투명한 국가가 됐다.

◆'홍콩느와르' 생길 정도로 부패 = 과거 부패문제는 홍콩 최대의 사회악이었다. 특히 공공부문의 부패는 부처와 직급을 막론하고 관료사회에 만연했다.

홍콩 정부는 부정부패를 처벌하기 위한 조치들은 지속적으로 추진했다. 법정형을 강화하고 부패사건만을 전담하는 사정기관을 신설했다. 1956년 경찰청 내에 반부패부를 설치했고, 독립기구로 반부패상임위원회를 발족했다. 1971년에는 반부패부를 반부패국으로 승격시켰다.

이같은 노력에도 불구하고 부패척결은 큰 성과를 보지 못했다. 그 이유는 반부패전담기구가 가장 부패한 조직으로 꼽히는 경찰청 소속으로 돼 있기 때문으로 지적됐다.

이런 상황에서 1972년 뇌물수수 혐의로 조사를 받던 당시 경찰청창 피터 가드버가 영국으로 도피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홍콩시민들의 정부에 대한 불신은 극에 달했고 6개월간 시위가 이어졌다. 가드버는 결국 홍콩으로 소환돼 징역 4년의 실형을 선고받았다.

이 사건이후 정부는 '블레어-커 위원회'를 구성해 반부패제도를 검토하도록 했다. 이 위원회 보고서를 바탕으로 뇌물금지조례를 개정하고 염정공서를 설립했다.

홍콩 염정공서 로비에는 계란이 깨어진 조형물이 있다. 깨끗한 계란판에 단 한 개의 썩은 계란도 있어서는 안된다는 염정공서의 상징물이다. 사진 홍콩 염정공서 홈페이지

◆경찰들 반염정공서 시위도 벌여 = 염정공서는 강력한 권한을 위임받았다. 부패혐의자를 영장없이 체포해 48시간 동안 구금할 수 있고, 부패혐의자의 계좌 추적권도 가지고 있다. 수사기간 중 용의자의 출국금지는 물론 수사와 관련된 정보 요구권을 가지고 있어, 염정공서가 요청한 정보를 제공하지 않은 공무원을 구속시킬 수 있었다. 공무원이 자신의 재산형성 과정을 입증하지 못하면 증식된 재산은 뇌물로 간주해 몰수하고 처벌했다.

염정공서는 공무원 중에서도 가장 부패한 경찰조직을 주된 표적으로 삼았다. 부패경찰을 대거 체포해 법의 처벌을 받게 하자 시민들의 성원과 지지는 하늘을 찔렀다. 하지만 동시에 경찰조직과 심한 갈등도 겪었다. 1977년 10월 2000명이 넘는 경찰들이 반(反)염정공서 시위를 벌여 홍콩 전체에 심각한 치안과 법집행의 위기를 가져오기도 했다.

당시 홍콩총독이었던 머레이 맥클레호스는 경찰이 1977년 1월 이전에 저지른 범죄에 대해서는 부분 면책을 인정하겠다고 발표해 가까스로 사태를 수습했다.

◆독립성과 강한 수사권이 성공 비결 = 염정공서의 성공요인으로는 독립성과 강력한 권한, 자체 부패방지 장치 등이 꼽힌다.

2013년 한국을 방문한 염정공서 리키 야우 수사구강은 한 언론과 인터뷰에서 청렴한 공직사회를 만드는 가장 중요한 수단으로 '강력한 조사권과 법이 보장하는 독립성'을 꼽았다.

그는 "염정공서는 법에 의해 독립성을 보장받기 때문에 1200여명의 직원들이 어떠한 방해도 받지 않고 반부패 활동을 펼칠 수 있다"고 밝혔다.

권한이 센만큼 염정공서 자체의 부패를 방지하는 장치도 있다. 야우 국장은 "강한 수사권은 있지만 기소권이 없어 사법부와 균형을 맞출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 "교수, 변호사, 엔지니어 등 외부 전문가들로 이뤄진 자문위원회가 비판과 견제 역할을 하고 있다"고 밝혔다.

지속적인 대국민 교육도 중요한 성공요인으로 꼽힌다. 유치원부터 대학교까지 부패문제와 신고의식에 대한 교육을 의무화하고, 언론을 통한 지속적인 홍보는 '부패와의 전쟁'이 여론의 지지를 받는데 큰 도움을 주었다.

염정공서의 활동결과 홍콩의 부패는 급속히 사라졌다. 오늘날 홍콩은 국제투명성기구 평가에 의하면 아시아에서 싱가포르에 이어 두 번째로 깨끗한 나라로 꼽힌다. 홍콩시민들의 한 여론조사에 의하면 67.3%의 응답자가 정부의 반부패활동이 효과적이라고 밝혔다.

염정공서는 공수처 설립을 추진 중인 한국에 여러 시사점을 던져주고 있다.

[관련기사]
- 아시아 제1의 청렴국가 만든 싱가포르 부패행위조사국

['공수처 설치법 8전9기 성공하나'연재기사]
- 고 노무현 "공수처 못 밀어붙인 것 후회" 2016-08-04
- 가장 성공한 부패방지기관, 홍콩 '염정공서' 2016-08-05
- 공수처에 수사권, 공소제기 및 공소유지권 부여 2016-08-08

장병호 기자 bhjang@naeil.com
장병호 기자 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