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수처 설치법 8전9기 성공하나

고 노무현 "공수처 못 밀어붙인 것 후회"

2016-08-04 10:53:17 게재

16대국회 첫 발의 후 8차례 발의 법 모두 폐기 … 검찰 반대와 보수정당 비호가 원인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공수처) 설치법이 8전9기에 성공할 것인지에 정치권은 물론 국민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주로 수사권과 기소권을 독점하고 있는 검찰을 견제하려는 목적으로 추진된 공수처 설치법은 16대국회에서 처음 발의됐다. 하지만 검찰의 반발을 넘지 못해 임기만료로 폐기된 후 17대, 18대, 19대국회에서 발의된 법안이 모두 같은 운명을 맞았다.

20대국회 들어 9번째 법이 발의됐다. 여소야대의 20대국회에서 야3당이 법안 제정 공조방침을 밝혔다. 공수처 설치법의 입법 가능성이 어느 때보다 높게 점쳐지고 있다. 3회에 걸쳐 이를 점검한다. <편집자 주>


"검경 수사권조정과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공수처) 설치를 밀어붙이지 못한 것이 정말 후회스러웠다."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이 사후에 출간한 자서전에서 한 말이다. 그는 "검찰 자체가 정치적으로 편향돼 있으면 정치적 독립을 보장해주어도 정치적 중립을 지키지 않는다"며 "정권이 바뀌자 검찰은 정치적 중립은 물론 정치적 독립마저 스스로 팽개쳐버렸다"고 비판했다.

그가 언급했던 공수처가 검찰개혁의 핵심 과제로 떠올랐다.

"지금이야말로 하늘이 주신 검찰개혁 최적기"│7월 21일 정의당 노회찬 의원은 "사상초유의 검찰비리 사태를 근본적으로 해결할 방안은 수사권, 기소권을 갖는 독립적 공수처 설치뿐"이라며 공수처법안 발의에 앞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 노회찬 의원 홈페이지


2002년 16대 국회에서 처음 발의 = 공수처 법안이 처음으로 발의된 때는 김대중 정부 말기인 2002년 10월이었다. 당시 민주당 신기남 의원은 '중립적이고 독립적인 사정기구인 고위공직자비리조사처의 설립을 통해 고위공직자들의 비리를 상시 감시해 권력형비리를 사전에 예방하고 척결할 수 있도록 하겠다'며 '고위공직자비리조사처(고비처)설치법안'을 발의했다.

이 안은 대통령 소속으로 고비처를 설치하고, 조사대상으로 국무총리, 국회의원, 장·차관, 감사원장, 감사위원 및 사무총장, 국정원장 및 차장, 광역단체장, 경찰청장과 차장, 법관과 검사, 군장성 등을 포함시켰다. 고비처 처장은 대법원장 추천으로 국회의 동의를 거쳐 대통령이 임명하도록 했다. 고비처 특별검사에 수사권과 기소권도 부여했다.

하지만 이 법안은 상임위에서 전혀 검토되지 않은 채 2004년 5월 16대국회 임기만료와 함께 폐기됐다.


참여정부안, 기소권 부여안해 = 공수처가 본격 추진된 것은 2004년 11월 노무현 정부가 정부 입법으로 공직부패수사처설치법을 발의하면서 부터다.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대선공약이었다. 하지만 집권 초기, 검사와의 대화에서 '일전'을 벌였던 노 전 대통령은 검사를 자극하지 않기 위해 조심스럽게 접근했다.

참여정부의 공수처안은 특별검사가 아닌 특별수사관으로 수사기관의 성격을 규정했다. 공소제기권을 부여하지 않고 사법경찰관으로서의 권한만 부여한 것이다. 소속도 대통령이 아닌 부패방지위원회(현 국민권익위원회) 산하로 했다.

검찰은 강하게 반발했다. 법안이 발의되기 전인 2004년 8월 당시 한나라당 김성조 의원은 소속 의원 30명과 함께 '고위공직자비리조사처 신설추진 계획 백지화촉구결의안'을 발의했다.

법안이 발의되기도 전에 백지화촉구결의안이 발의되는 매우 이례적인 일이 벌어진 것이다.

2004년 4월 총선에서 과반수 의석을 차지한 집권당인 열린우리당은 공수처 설치법을 단독으로 처리할 수 있었지만 그렇게 하지 않았다.

법안은 상임위에서 법안소위원회로 넘겨진 후, 한나라당의 반대로 보류됐다가 2008년 5월 17대국회 임기만료로 폐기됐다.

새누리당 반대로 보류후 폐기 = 18대국회에서도 법안이 발의됐다. 2010년 4월 민주당 양승조 의원과 5월 민주노동당 이정희 의원, 11월 민주당 김동철 의원이 각각 고위공직자비리조사처 설치 및 운영에 관한 법률을 발의했다. 세 안은 모두 공수처를 입법 행정 사법 어디에서 속하지 않는 독립기구로 두고, 수사권과 기소권을 부여했다.

이 법안들 역시 법안소위에서 한나라당의 반대로 보류됐다가 2012년 5월 18대국회 임기만료로 폐기됐다.

19대국회에서도 3개 법안이 발의됐다. 그랜저검사, 벤츠검사 등 검사비리가 잇달아 터지는 가운데 2012년 7월 민주당 김동철 의원과 양승조 의원이, 9월 통합진보당 이상규 의원이 각각 공위공직자비리조사처(혹은 수사처) 설치 및 운영에 관한 법률을 발의했다. 이 법안들 역시 법안소위에서 새누리당의 반대로 보류됐다가 2016년 5월 19대국회 임기만료로 폐기됐다.

20대국회 임기가 시작되자마자 홍만표 진경준 등 전현직 검사장의 비리사건이 터졌다. 정의당 노회찬 의원은 지난 7월 공수처법을 발의했다. 노 의원 안은 독립기구로 수사권과 기소권을 갖는 조직으로 비밀엄수와 신분보장, 퇴직후의 행위제한 등 감시장치도 마련했다.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당도 유사한 내용의 공수처법안을 발의할 예정이다.

['공수처 설치법 8전9기 성공하나'연재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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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병호 기자 bhjang@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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