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 체육교구 '납·환경호르몬' 범벅

2016-09-23 11:12:28 게재

서울지역 조사서 기준치의 최대 20배, 312배 검출 … 체육관 내장재·먼지에서도

초등학생들이 체육 시간에 사용하는 공과 계주용 바톤 등에서 기준치의 최대 20배에 달하는 납과 최대 312배에 달하는 환경호르몬이 검출됐다.

이런 사실은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소속 김민기 의원(더불어민주당)이 여성환경연대, 발암물질 없는 사회만들기 국민행동 등 시민단체들과 함께 지난 4월부터 8월까지 서울 시내 초등학교에서 사용되는 체육교구 24개 제품과 학습교구 11개 제품 등 총 35개 제품에 대한 중금속과 환경호르몬 수치를 조사한 결과 확인됐다. 납은 신경독성물질로 어린이의 지능지수를 떨어뜨리고 주의력결핍 과잉행동장애(ADHD)와도 관련성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프탈레이트는 내분비계 교란물질(환경호르몬), 생식독성 물질로 불임과 유산의 원인이 된다. 생리학적 기능이 발달단계에 있는 어린이에게는 유해물질의 노출량이 적더라도 체내 흡수량은 많아질 수 있으며 피부 접촉을 통한 흡수율은 성인과 비교할 때 신생아의 경우 3배, 어린이는 2배에 달한다.

김 의원 등이 22일 기자회견을 통해 공개한 조사결과에 따르면 기준치를 초과하는 유해물질이 검출된 25개 제품은 모두 폴리염화비닐(PVC) 재질로 만들어진 것이다. 체육교구에서는 프탈레이트가 25개 제품에서 0.01%~ 31.27% 검출됐다. 어린이제품안전특별법상 안전기준은 0.1%이다. 납은 7개 제품에서 기준보다 2.2배~20배(680~6007ppm) 초과 검출됐다. 이는 어린이제품안전특별법 유해물질공통안전기준에서 정한 300ppm를 2배에서 20배까지 초과하는 것이다.

제품별로는 체육교구의 경우 프탈레이트는 농구공(DEHP 15.23~31.27%), 배구공(DEHP 26.81%), 글러브(DEHP 11.6%), 학예회용 탈(1.43~1.82%)에서 기준치 0.1%를 초과했다. 납은 농구공(3500~6000ppm), 배구공(670~1150ppm), 계주바톤(1600~2600ppm), 미니축구공(5000ppm)에서 기준치 300ppm을 초과해 검출됐다. 학습교구의 경우 프탈레이트는 커팅매트(13.18%~15.11%), 학예회용 탈(1.43%~1.82%)에서 기준치를 초과했다. 납은 수납용 미니상자(853ppm), 바둑알(594ppm), 커팅매트(494ppm)에서 기준치를 초과해 겸출됐다. 교구의 절반은 중국에서 제조한 수입제품이었고 31.4%는 제조국 확인이 불가능했다. 납이 기준치를 초과한 체육교구의 7개 중 6개는 중국산이었다.

4개 초등학교의 실내체육관 내장재와 먼지에서도 중금속과 환경호르몬이 초과 검출됐다. 체육교구가 가장 많이 비치된 ㄷ초등학교의 경우 실내체육관 먼지에서 프탈레이트가 7778mg/kg 검출됐다. 총 42개 제품 중 PVC재질의 제품은 17개(40.5%), 체육교구는 26개(62%)였다. 체육관 내장재(벽보호대 등)와 각종 체육교구 중에서 발견되는 물질들의 영향을 받은 것으로 보인다.

김 의원과 환경·시민단체들은 "초등학교의 교육시설과 학습교구는 환경보건법 '어린이활동공간'과 어린이제품안전특별법 적용대상으로 유해물질로부터 안전한 교육환경이 조성되어야 한다"며 "하지만 제도 미비와 관리주체 인식 부족으로 인해 미래를 짊어질 우리 아이들이 유해물질에 무방비로 노출되어 있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이어 "산업통상자원부는 어린이제품안전특별법의 적용범위를 확대해 어린이가 사용하게 되는 모든 제품의 유해물질 관리를 강화하고, 교육부는 어린이활동공간인 초등학교의 유해물질 실태파악과 관리에 대한 종합 대책을 마련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한편 어린이제품의 유해물질을 관리는 어린이제품안전특별법에 따라 산업통상자원부가 하고 있다. 2015년 6월부터 어린이제품안전특별법이 시행되면서 만13세 이하 어린이가 사용하는 제품은 '유해물질 안전기준'을 적용받고 있다.

하지만 초등학생들이 수업시간에 실제 사용하는 많은 제품들은 성인이 사용하도록 만들어진 범용제품이라는 이유로 규제대상에서 제외되어 있다.

장세풍 기자 spjang@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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