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분양제, 정부·건설사·소비자 이해 맞아 유지
아파트 선분양은 1977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아파트 분양가를 억제하기 위한 보완책으로 시작됐다. 당시 치솟는 분양가를 잡기 위해 '분양가 규제'를 시행하면서 반대급부로 도입했다. 막대한 이자비용이 들어가는 금융권 대신, 직접 주택 구매자로부터 계약금, 중도금 명목으로 무이자 자금을 끌어올 수 있는 길을 열어준 것이다.
그때 이후 주택건설업체는 손쉽게 건설자금을 조달할 수 있었다. 청약금을 통해 10%, 계약금으로 10%, 중도금 60% 등 전체 분양대금의 80%를 사전에 수요자로부터 조달했다.
자금 혜택만이 아니다. 건설사들은 선분양을 통해 사전에 수요자를 확보함으로써 미분양 리스크를 줄일 수 있었다. 품질경쟁이나, 판촉비를 줄이는 효과도 얻게 됐다.
선분양제도는 참여정부 들어 대전환을 맞게 된다. 단초는 김대중정부가 제공했다. 침체된 경제를 살리기 위해 민간택지 분양가 자율화(1998년), 주택 분양가 전면 자율화(1999년)를 시행한 것이다. 급기야 부동산시장이 달아올랐고, 아파트 투기가 전국을 뒤덮었다. 결국 2003년 후분양제 도입이 추진되기에 이르렀다.
주택 선분양제도는 기형적인 제도다. 제품(주택)이 완성도 되기 전에 미리 선금을 낸다. 현재 우리나라 같은 선분양제를 시행하는 나라는 한곳도 없다. 일부 도입한 나라가 있지만 계약금 성격이 강할 뿐, 건설자금 조달은 대부분 시공사 부담이다.
물론, 우리 법도 '후분양'이 원칙이다. 그러나 주택건설촉진법 하위 규정인 주택공급규칙에서 '제한된' 조건에서 선분양을 허용하고 있다. 대지 소유권을 확보하고, 주택도시보증공사로부터 분양보증을 받으면 착공과 동시에 입주자를 모집할 수 있다.
이에 따라 대부분 건설사들이 선분양을 채택하고 있다. 브랜드 파워가 약한, 극히 일부 소규모 영세 업체만 후분양을 시행할 뿐이다.
그러나 주택건설업체만 혜택을 받았다면 선분양 방식이 40년간 유지되기 어려웠을 것이다. 정부도, 소비자도 함께 수혜자였다. .
정부는 '무임승차'할 수 있었다. 건설업자가 소비자에게 직접 건설비를 조달케 함으로써 정부는 금융부담없이 '주택공급'이라는 정책 목표를 달성할 수 있었다.
주택 수요자들은 선분양제 하에서 시세차익을 향유할 수 있었다.정책당국이 시세보다 낮게 분양가를 규제하는 상황에서 미리 주택을 분양받으면 2~3년 걸리는 공사기간 동안 가격이 상승하기 때문이다. 결국 선분양제도는 건설사, 정부, 주택 수요자의 이해관계가 맞아 떨어진 상황에서 전형적인 주택공급방식으로 자리잡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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