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명무실 어린이집 평가인증
"점수 깎이니 아이 보내지 마라"
아이 부모 피해 주면서까지 보여주기식 평가 … 불시 점검하면 점수 급락
# 이전 아이가 통제가 되지 않는다며 원장과 보육교사에게 상담을 한 적이 있는 B엄마는 당황스런 연락을 받았다. "평가인증을 하는데 아이를 보조교사를 채용해 하루만 키즈카페에서 데리고 논다는 제안을 하면서 그게 안되면 저더러 휴가를 써서 아이를 데리고 있는 어떻겠냐"고 전했다. "평가인증단이 왔을 때 아이가 말을 안들으면 어떡하죠"라는 말을 덧붙였다.
# 아이 둘을 어린이집에 맡기는 C엄마는 하원 도중 담당선생으로부터 '부탁 말씀'을 들어야 했다. "평가인증이 있는데 첫째는 그냥 등원하고 둘째는 보내지 말고 집에 하루동안 데리고 있어 주실 수 있냐"는 것. 둘째는 요즘 친구와 놀다 짜증을 많이 부리고 트러블이 생긴다는 말을 했는데 다른 곳으로 옮길까 고민이다.
어린이집 질을 높이고 학부모의 선택권을 보장하자는 취지로 시행되고 있는 평가인증제. 이 평가인증을 잘 받기 위해 오히려 어린이집의 이용자인 아이들과 부모들이 피해를 보고 있는 경우가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남인순 의원(더불어민주당·서울 송파구병)은 "인터넷 상에서 평가인증과 관련 어린이집 이용 불만을 확인하는 과정에서 평가인증으로 인해 아이와 학부모가 피해를 본다는 의견을 다수 확인했다"고 27일 밝혔다. 대부분 보육진흥원 직원이 평가인증을 예고하고 어린이집에 나와 현장 평가인증을 실시할 경우 발생한 경우들이다. 평가인증 시 점수를 최대한 올리기 위해 어린이집에서 아동을 등원시키지 말아달라는 내용이었다.
이렇게 보육진흥원이 예고하고 나간 평가인증 결과, 평가인증점수가 매우 높았다. 2015년 64.9%, 2016년 64.9%, 2017년 6월 62.7%가 95점 이상 받았다. 인증을 받지 못하는 75점 미만은 한 곳도 없었다.
하지만 불시에 현장 확인점검을 나간 경우는 달랐다. 2015년 4.7%, 2016년 8.3%, 2017년6월 12.5%만이 95점 이상이었고 인증을 받지 못하는 75점 미만이 2015년 19.0%, 2016년 10.3%, 2017년 6월 6.4%로 많았다. 확인 점검결과로 인증 유효기간이 줄어든 곳은 5.8%에 불과했다.
이는 평가인증이 얼마나 형식적으로 진행되고 있는지 보여준다. 그리고 매년 2800곳을 확인점검을 실시한다고 해도 3년간 확인점검을 한 어린이집은 8400곳(전체의 26.0%)에 불과하다. 다수인 74.0%는 확인 점검없이 평가인증어린이집으로 유지하게 되는 문제가 있다.
남 의원은 "평가인증 확인점검을 하는 것은 인증수준이 잘 유지되는지 보기 위함"이라며 "실질적인 질 평가가 될 수 있게 전수조사가 이뤄져야 하며 당연히 높게 평가할 수밖에 없는 자체평가는 없애는 방향으로 가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