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인트, 유해물질 방출기준 초과 '여전'

2018-02-02 10:59:00 게재

구호에 그친 자발적 사용저감 업무협약

시판 중인 페인트 5개 제품 중 2개 제품이 유해물질 방출 기준을 초과한 것으로 적발됐다. 게다가 사전적합확인제도(실내용 건축자재 제조 전 인체위해성 확인검사 실시)를 통해 건축자재에서 유해물질을 내뿜는지 등을 확인한 결과 부적합 판정을 받은 22건 중 21건이 페인트인 것으로 드러났다. 2016년 1월 환경부가 중복규제를 막고 자발적으로 페인트업계가 유해화학물질 사용을 단계적으로 저감하겠다는 취지의 업무협약을 체결한 일이 무색한 결과다. 물론 당시에는 크로뮴6가화합물, 납, 카드뮴에 대한 사용 저감과 유통구조 이원화 등에 초점을 맞추기는 했지만 정부가 지나친 규제를 하지 않은 대신 민간에서 자발적으로 유해화학물질 관리를 철저히 하겠다는 게 기본 취지였다.

환경부는 사전적합확인제도를 통해 판매 중인 건축자재 244개 제품 중 무작위로 고른 페인트 5개 제품을 지난해 11∼12월 시험 분석한 결과, 이 가운데 2개 제품이 총휘발성유기화합물(TVOC) 방출기준을 초과했다고 1일 밝혔다.

이들 제품은 슈퍼에나멜플러스 유광(노루페인트), 777에나멜 백색(삼화페인트) 등 2개로, TVOC 방출 기준(시간당 2.5mg/㎡)을 넘는 4.355mg/㎡, 4.843mg/㎡를 각각 배출한 것으로 분석됐다.

TVOC는 대기 중에 쉽게 증발하는 액체 또는 기체상 유기화합물의 총칭으로 벤젠이나 톨루엔, 에틸벤젠 등이 있다. 호흡이나 피부를 통해 인체에 흡수되고 급성중독일 경우 호흡곤란·두통·구토 등을 초래하며 만성중독이면 혈액장애·빈혈 등을 일으킬 수 있다.

문제는 이들 기업이 2016년 1월 업무협약 체결 당사자들이라는 점이다. 결국 말뿐인 유해물질 사용저감 협약이 아니었냐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환경부는 지난해 11월을 기준으로 총 266개 제품이 사전적합확인제도를 거쳤으며 이 가운데 22개(8.3%) 제품이 부적합을 받았다고 밝혔다. 부적합을 받은 건축자재는 페인트 21개와 바닥재 1개다. 환경부는 페인트 제품의 부적합 비율이 다른 건축자재보다 높다는 점에 착안해 적합 확인을 받고 시판 중인 페인트 191개 제품 중 5개를 임의로 골라 시험분석을 했다. 환경부는 페인트 건축자재에서 오염물질 방출기준을 초과하여 시판되는 사례가 발생함에 따라 '건축자재 사전적합확인제도'를 통해 판매 중인 건축자재에 대한 정밀 조사를 확대할 계획이다.

환경부 관계자는 "자발적 업무협약 이후 2017년부터 6가크롬이 없는 건축용페인트가 생산되는 등 성과는 분명 있지만 자발적 협약이다 보니 안전을 100% 담보할 수 없는 측면이 있는 게 사실"이라며 "두 제도의 기본적인 목표나 관리 대상 등은 다르지만 건축용 페인트의 경우 국민들에게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만큼 관련 법 규정을 만들기 위해 국회와 논의 중"이라고 설명했다.
김아영 기자 aykim@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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