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집도 심각, 애들 밥값으로 술 사”

2018-10-18 11:05:00 게재

어린이집 교사 대상 설문

“급식비리에 교구 리베이트"

비리 사립유치원 명단 공개 충격이 전국을 뒤흔드는 가운데 어린이집 비리 행태도 만만치 않다는 지적이 잇달아 나오고 있다. 정부도 올해 말까지 약 2000여개의 어린이집을 집중 점검하기로 했다.

17일 전국공공운수노조 보육1.2지부(보육노조)와 시민단체 '정치하는 엄마들'은 서울시청 앞에서 '보육시설 비리 근절 대책 촉구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어린이집 교사들이 직접 목격한 어린이집 비리 사례를 공개했다. 이들은 “법제도 개선과 사회서비스원 설립 등을 통해 민간에 맡긴 보육을 공공부문이 가져와야 근본적인 문제 해결이 가능하다”고 주장했다.

보육노조가 현직 보육교사 228명에게 온라인 긴급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164명(71.9%)이 급식 비리를 목격한 적이 있다고 응답했다. 그 다음으로 많이 목격한 비리는 교구 구매 관련 비리(137명, 60.4%), 인건비 관련 비리(114명, 53.3%) 순이었다.

비리 행태는 다양했다. 아이들 급식비로 사적으로 사용할 식자재를 구입하는 경우가 흔했다. 원장네 제삿상에 올릴 문어와 술을 급식비로 사는가 하면 일부러 넉넉하게 식자재를 사게 한 후 자기 집으로 가져가거나 자신이 운영하는 다른 어린이집으로 빼돌리는 원장도 있었다. 어린이집용 김장김치를 담근 후 이를 자기 집으로 가져가는 원장도 봤다는 증언도 있었다.

이처럼 급식비 관련 비리가 만연하다보니 아이들에게 줄 급식도 모자라 교사들은 굶어야 하는 경우가 많았다는 하소연도 나왔다.

교구 구입 비리도 많았다. 원래 가격보다 비싸게 구입한 후 차액을 리베이트로 받는 수법을 주로 활용했다. 어린이집 교사들이 제보한 사레를 보면 이미 사용중인 교구를 사진만 다시 찍어서 새로 구매했다고 거짓 회계 처리하거나, 재활용 쓰레기통에서 주워 온 장난감을 새로 산 것처럼 가짜 영수증을 만들어 처리하는 경우도 있었다.

노조는 “유치원뿐 아니라 모든 보육 현장에 비리가 만연해 있다. 특히 어린이집은 유치원보다 시설이 영세하고 지방자치단체의 관리 소홀로 비리 전모가 잘 드러나지 않는다”면서 “사회서비스원에 보육을 포함하고 공적인 고용구조와 민주적 통제구조를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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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형선 기자 egoh@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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