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탄소 경제체제 전환, 녹색채권 성장 이끌어
지속가능채권으로 발전
전 세계적으로 기후변화에 대한 우려가 커지는 가운데 자연재해 증가 및 이를 억제하기 위한 경제시스템의 변화로 금융 분야에도 큰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 먼저 풍력발전, 태양광, 전기자동차 등 화석연료 대체 산업을 위한 자금조달과 관련된 녹색금융이 활성화 되고 있다. 또 다른 한 편에서는 환경을 파괴하는 활동이나 기업에 자금공급을 효과적으로 차단하기 위한 시스템을 만들고 있다. 세계금융기관들의 화석연료 사업투자 철회 선언이 그 예다.
◆올해 전세계 녹색채권 전년동기대비 33% 증가 = 1일 국제금융센터에 따르면 올해 3월 22일까지 전세계 녹색채권 발행액은 353억 달러(약 40조4000억원)로 전년 동기 대비 33% 증가했다. 녹색채권 시장 활성화를 위한 비영리기구인 기후채권이니셔티브(CBI)의 발표에 따르면 지난해 전세계 녹색채권 발행액은 1676억달러로 2016년(850억달러) 대비 약 2배 늘어났다. 발행주체도 금융기관 및 민간기업으로 다양해지고 있다. 국제금융협회(IIF)에 따르면 지난 4월 그린본드 잔액은 5200억달러에 불과하다. 하지만 매년 증가하고 있으며 포트폴리오 다변화 및 ESG 목표 추구로 투자자 수요도 견고한 것으로 평가된다.
국제금융센터는 "기후변화 대응이 국제회의의 핵심의제로 채택되고 녹색채권 등 ESG 채권발행이 선택이 아닌 트렌드로 변화하며 관심이 확대되고 있다"며 "국내에서도 보다 적극적인 참여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전세계적인 저탄소 경제체제로의 전환이 녹색 금융에 대한 수요를 창출하면서 녹색채권 등 관련 금융상품의 성장을 이끌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녹색채권 발행이 확대된 것은 기후변화 대응 사업을 위한 각국의 그린본드 발행 촉진 정책 및 국제적인 가이드라인 마련 등을 배경으로 한다. 2015년 12월 파리기후협약 이후 기후변화에 대한 적극적 대응 강화 움직임으로 유럽지역을 중심으로 그린 국채 발행이 확대되었고 각국 거래소에서도 녹색채권 상장을 위한 지원을 시작했다. 폴란드는 최초로 국채 성격의 그린본드를 발행했고, 프랑스는 2017년 1월, 70억유로에 달하는 그린 국채를 발행, 룩셈부르크 증권거래소는 2016년 그린본드 유통시장 거래 편의를 위해 전용플랫폼을 구축했다. 런던, 오슬로, 이탈리아 거래소에서도 그린본드 전용플랫폼 및 상장공시에 대한 기준을 마련했다.
중국은 국가전략사업의 하나로 녹색금융을 강조함에 따라 2015년부터 시작된 구체적인 녹색채권 관련 정책의 지속적인 추진에 힘입어 2016년의 녹색채권 발행량은 전세계 발행의 35%를 차지했다.
◆전세계 금융기관, 지속가능금융 선점 위해 적극적 = 최근에는 유럽을 중심으로 녹색금융에서 지속가능금융으로 논의가 확대되고 있다. G20의 녹색금융스터디그룹(GFSG)은 지속가능금융스터디그룹(SFSG)으로 명칭을 변경했다. 지속가능금융은 녹색금융보다 더 넓은 개념으로 사회·환경적 요소에 경제, 지배구조 등을 아우른다.
지속가능금융 시장 참가자들은 투자, 대출 및 보험인수 등 금융거래를 위한 중장기적 의사결정 과정에서 기후변화 등 새로운 변화에 따른 기회 및 이에 대응한 적절한 리스크 평가시스템 마련을 중요하게 검토한다. 예를 들어 은행은 기후·사회변화에 따른 대출의 적정성을 따지고 보험사는 온난화 및 자연재해 발생 등으로 인한 보험인수 가격의 재평가 필요성이 커진다. 증권사는 실물기업 투자의 적정성 등을 판단한다. 지속가능금융은 이제 거스를 수 없는 대세다. 전 세계 금융기관들은 지속가능금융과 관련된 기회를 선점하기 위해 적극적으로 움직이고 있다.
특히 글로벌 자산운용회사들은 기후변화 관련 안건들에 대한 적극적인 의사표시와 함게 투자방향 설정을 위한 분석모델 구축 등을 통해 기후변화 리스크를 대비하고 있다.
블랙록은 기후변화가 미국의 지방채, 부동산, 전력설비 등에 미칠 영향을 분석하면서 기후변화가 투자 포트폴리오에 미칠 위험이 그동안 저평가되어왔음을 지적했다. 웰링턴 매니지먼트는 캘리포니아공무원연금, 우즈홀 리서치와의 협업을 통해 기후변화 리스크 분석모델을 수립 했다.
ESG 등 기업의 환경적 성과 등을 감안한 투자가 활성화되는 가운데, 2017년에는 기관투자가들이 기후변화에 대처하기 위해 '기후대응100+(Climate Action 100+)'를 결성했다. 현재 전세계 320개 이상의 기관투자가들이 참여하고 있으며 운용자산은 33조달러를 초과한다. 이곳은 현재 기업들에게 온실가스 배출 감축을 요구하고, 기후변화와 관련된 재무정보의 공개 강화를 추진하고 있다.
한국의 경우 지속가능금융 투자는 초기단계에 있다. 다만 국민연금 등 공적기금을 중심으로 투자가 조금씩늘어나고 있으며, 최근엔 금융회사를 중심으로 친환경·그린산업에 대한 채권발행 등 지속가능금융 관련 투자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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